의학·과학 >

약사 대신 로봇이 조제… 안전사고·오류 가능성 낮춰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항암제 조제 로봇

약사 대신 로봇이 조제… 안전사고·오류 가능성 낮춰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약사 대신 로봇이 조제… 안전사고·오류 가능성 낮춰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최근 항암제 무균조제에 조제 로봇(사진)이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을 비롯한 세계 51개 병원에서 도입했고 국내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항암제는 안전성이 확실하게 담보된 환경에서 정확하게 조제돼야 합니다. 완벽한 무균 상태에서 소수점까지 정확한 용량으로 조제된 항암제가 적시에 전달되지 않으면 암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에게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통제된 상황에서 항암제가 조제 및 관리되지 않을 경우 작업자인 약사에게도 위험이 따릅니다. 항암제는 암, 돌변연이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사침에 찔리거나 용기가 파손되는 사고로 약물에 직접 노출될 경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접촉이 아니더라도 위험이 존재합니다. 시설 환경, 보호 장비 문제나 단순 부주의 등으로 약사가 공기 중에 잔류하는 약물 성분에 노출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항암제를 조제하는 약사는 위험 때문에 조심성이 요구되고 동시에 오차 없이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전문적이고 경험 많은 약사라도 부담감 속에서 반복작업을 수행하다 보면 안전사고나 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3월 항암제 무균조제 로봇 'APOTECAchemo'을 도입, 최근 누적 조제 8000건을 돌파했습니다. 현재 로봇에 의한 조제는 전체 항암제 무균조제의 30%에 달합니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장은 "환자 안전을 더욱 강화하고, 고위험 약물인 항암조제를 담당하는 약사들의 조제업무 부담을 줄이고 약물치료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로봇 조제 도입을 결정했다"며 "더 많은 암 환자들이 정확한 용량의 항암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제 로봇은 의사가 처방한 주사 항암제에 대해 약사가 용량 및 용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작업을 수행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조제 각 단계에서 약품과 수액의 이미지, 바코드를 인식해 정확한 약품이 투입됐는지를 확인하고 약물 용량을 소수점 단위로 측정해 재구성, 희석합니다.

완료 후에는 담당 약사가 최종 확인하고 라벨을 부착해 투여까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작업은 음압이 유지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집니다.

이 '자동화된 항암제 무균조제실'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관리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안정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작업자는 스마트폰, PC 등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조제실과 약품냉장고의 온도·습도 상황 등을 확인하고 비상상황을 알림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