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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세론'으로 끝난 고건·반기문 뛰어 넘을까

부동산 정책 실패·巨與 반감에
대선주자 선호도 1위서 밀려나
현안마다 지나친 신중함도
'사이다'발언 이재명과 비교
고건·반기문과 '다른 길'갈지 관심

이낙연, '대세론'으로 끝난 고건·반기문 뛰어 넘을까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개막식' 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굳혀가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주춤하고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 거대여당의 입법독주 등 여권을 향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이자 여당 당대표 후보로서 상징성을 지닌 이 의원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사이 각종 현안을 두고 '사이다' 발언과 저돌적 추진력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 의원을 맹추격하며 잠잠하던 대권 판세도 급격히 요동치는 모양새다. 과거 '대망론'을 등에 엎고 한때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유력 대선주자들도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한 이후 정치권의 검증 칼날을 이겨내지 못한 채 후발주자에 1위를 내준 전례를 감안해볼 때 이 의원이 자신만의 정치철학을 구현해 여론의 지지를 이끌 수 있을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불출마 고건·반기문 반면교사
서울시장과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고건 전 총리는 여러모로 이 의원과 닮은 점이 많다. 정부 국무총리를 지내며 쌓은 폭넓은 행정경험과 특유의 진중함을 바탕으로 진보진영 인사지만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소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또 두 사람 모두 전남도지사 출신의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고 전 총리는 2004년 3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며, 국정 공백을 잘 수습한 이후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 특유의 신중함은 정치 스탠스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끊임없이 시달렸고, 결정적으로 노 전 대통령과의 대립 끝에 여권 내 지지율이 갈리면서 '고건 신드롬'은 점차 힘을 잃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를 보면 고 전 총리의 대선 지지율은 2004년 12월 32.1%를 기록하면서 당시 보수진영 이명박 후보에 앞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인 2005년 7월 고 전 총리 지지율은 35.1%까지 상승했지만, 점차 지지율이 하락곡선을 그려 그해 말 지지율은 20%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결국 고 전 총리는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귀국 직후만 해도 충청대망론과 중도보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누르고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선 이후 모호한 정체성과 행보 논란 끝에 결국 귀국 후 약 3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낙연, '대세론'으로 끝난 고건·반기문 뛰어 넘을까
■이재명 급부상에 대권구도 요동
이처럼 한때 대선주자로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구축했더라도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 경쟁자들의 추격, 1위주자로서 피로감 등으로 마지막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에서 초대이자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이 의원의 경우 사실상 당·정·청과 한몸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국정운영 지지율이 낮아질수록 대선 가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의원이 각종 민감한 현안마다 굳게 입을 닫으며 지나치게 신중론만 고집하는 점에 대해서도 모호함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 안팎에선 차기 당대표가 유력한 이 의원이 6개월여간 임기동안 보여줄 리더십에 따라 여론 추이도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과 격차를 급격히 좁히며 급부상하고 있는 이 지사 지지율 상승세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를 둘러싼 당내 경선 구도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자체장으로서 중앙정치 무대에서 한 발 뒤에 서있던 이 지사가 '사이다' 발언과 코로나19 등 재난안전대응에 대한 강력한 추진력을 보이며 당 중심으로 등장했지만 남은 대선까지 상대적으로 약한 지지기반을 어떻게 늘릴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