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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소여부 초읽기… 경영공백 우려에 삼성 '초긴장'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받은 檢
경영·회계 전문가 불러 압박
기소쪽으로 방향 잡을까 우려
경영환경 악화에 기소 결정되면
삼성 '초격차 전략' 차질 빚을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이 이르면 이달내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은 초긴장 상태다.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가 나온 뒤 두 달간 시간을 끌던 검찰이 최근 보강수사 명목으로 경영·회계 전문가들을 불러들이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법안 통과로 경영환경을 옥죄는 상황에서 검찰 기소까지 더해질 경우 경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와 관련, 언론에 의견을 낸 수십 명의 교수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잇따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받은 참고인중 일부가 검찰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호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글을 썼거나 발표했던 교수들을 검찰이 부르고 있다"며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왜 삼성을 위해 이런 의견을 냈느냐는 식의 질문으로 하루종일 잡아 둔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검찰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페이스북 글도 삭제한 상태다.

조사를 받은 일부 참고인들은 전문적인 의견과 소신을 말하기 위해 갔지만, 조사 과정에서 무리한 추궁을 받았다고 털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 받은 검찰이 이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은채 사실상 수사를 재개하자 기소쪽으로 답을 정해 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1년 8개월에 걸쳐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임직원 100여명에 대해 430여차례 소환조사를 했지만, 혐의를 뚜렷이 입증하지 못했다"며 "참고인 조사를 통해 자신들의 논리를 꿰어 맞추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27일로 예정돼 있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 측은 최악의 상황이 올수도 있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표면상 삼성전자의 실적과 반도체 점유율 등은 아직 건재하지만 경영진들은 현재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해 경쟁자 TSMC를 꺾고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것도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 6월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은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며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며 절박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 기소가 발목을 잡을 경우 삼성의 '초격차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경영진들의 우려다. 실제로 이틈을 타 대만의 TSMC는 2나노 공정 신규 공장 건설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을 멀찌감치 따돌리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는 투자가 늦어지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총수의 신속한 결정이 반드시 필요 하다"며 "사법리스크로 삼성이 주춤거릴 때 마다 해외의 경쟁자들이 몇 발자국씩 앞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