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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흉 힘든 대동맥판막 협착증 고령환자들에게 대안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개흉 힘든 대동맥판막 협착증 고령환자들에게 대안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나이가 들면 심장도 노화하게 됩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대동맥판막이 노화로 인해 석회화가 진행되면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생기면 판막이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거나 역류하면서 심부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심장이 뇌나 다른 장기 등 전신으로 혈액을 내보내는데 점점 많은 부담을 받게 돼 과부하가 발생합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환자의 절반이 평균 2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합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약물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전에는 가슴을 열어 심장을 멈추고 문제가 된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을 시행했습니다.

이 수술은 오랜 기간 대표적인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치료법으로 활용돼 왔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가슴을 열어야 하는 개흉 수술 자체에 위험성이 있는 고령 환자나,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체력 등의 이유로 수술이 부담되는 환자에게는 수술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후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타비 시술은 사타구니 부근의 대퇴동맥을 작게 절개한 후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해, 석회화가 진행돼 좁아진 기존 대동맥판막 부위에 인공 심장 판막을 삽입합니다.

전남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주한 교수는 "타비 시술은 최소침습이라 환자의 수술 부담을 낮추므로 고령이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시행할 수 있다"며 "또 시술 시간과 회복 기간이 짧고 시술 후 평균 3일 전후로 퇴원할 수 있어 환자의 빠른 일상 생활 복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코리아의 생체 조직형 인공 심장 판막 사피엔(SAPIEN)은 지난 2010년 국내 타비 첫 시술에 사용됐습니다.

이후 진화한 사피엔3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판되는 생체 조직 판막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저위험군에서도 TAVI 시술이 가능하도록 적응증 확대를 승인한 바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타비 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43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3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시술비용이 단점입니다.

김 교수는 "생명을 위협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증상이 발현된 이후에는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미루거나 받지 못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며 "보다 많은 환자들이 시기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