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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괜찮아" '말로 때우는' SNS 챌린지? [어떻게생각하십니까]

[파이낸셜뉴스]
"#늦어도괜찮아" '말로 때우는' SNS 챌린지? [어떻게생각하십니까]
올해 초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는 정부가 주도해 유행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덕분에 챌린지'의 대표 수어./사진=보건복지부 웹사이트

'#택배기사님감사합니다 #늦어도괜찮아'
최근 잇따른 택배 노동자의 사망 사건의 원인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이 지적받고 있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택배 기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기는 이른바 'SNS 해시태그 챌린지'가 퍼지고 있다.

SNS를 통해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문화는 일반화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의료진의 헌신에 감사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문화가 본질적인 문제는 간과한 채, SNS를 통한 자기과시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식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시태그'만 붙이면 사회참여?
2일 기준 SNS 인스타그램에는 '택배기사님감사합니다'와 '늦어도괜찮아'라는 해시태그(특정 주제나 관심사를 나타내는 기능)가 각각 4000건 넘게 등록됐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SNS 이용자들이 이들의 업무 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해시태그를 통한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응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SNS에서는 문제 의식을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이나 실제 사회참여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장모씨(31)는 "이전에도 덕분에 챌린지는 많이 하면서, 술집에는 사람이 가득한 모습을 봤다"며 "SNS에 자랑하려고 한 줄 쓰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는 '게으름뱅이'와 '행동주의'를 합성한 신조어 '슬랙티비즘(slacktivism)'의 개념과도 맥이 닿는다. 이 용어는 '노력이나 부담을 지지 않고 사회운동을 하는 행위'를 비꼬는 데 쓰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사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이 큰 힘이 될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SNS상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실생활에도 연결시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늦어도괜찮아" '말로 때우는' SNS 챌린지? [어떻게생각하십니까]
SNS상에는 '택배기사님감사합니다'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택배 노동자를 위한 간식 바구니를 만들었다는 게시물도 늘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여론 형성 자체가 중요"
SNS를 통한 사회참여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의도야 어찌 됐든, 온라인 공간을 통한 여론형성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SNS 챌린지'가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있다.
한 SNS 이용자는 "직업 특성상 택배 이용이 많은데, 문 앞에 간식을 바구니를 놨다"며 사진과 함께 '택배기사님감사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SNS를 통한 여론 형성이 정책 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SNS 문화가 발달한 한국 사회가 가진 독특한 상황"이라며 "시민사회의 즉각적 응원이나 지지를 통한 여론 환기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