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김하성 포스팅이 우려되는 이유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김하성 포스팅이 우려되는 이유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김하성 /사진=뉴스1

앞으로 25일 김하성(25)의 운명이 결정된다. 키움 히어로스 내야수 김하성의 포스팅이 8일(이하 한국시간) 시작됐다. 데드라인은 1월 2일. 한국과 미국 현지 매스컴의 ‘김하성 띄우기’ 분위기는 우호적인 편이다.

미국 언론은 4년 총액 2000만달러(257억원·ESPN)에서 5년 6000만달러(팬그래프닷컴)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하성이 내년 1월초 이전 손에 쥘 자기앞수표엔 얼마의 액수가 적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추측하기 위해선 일본 내야수들과 강정호의 계약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00년 겨울 스즈키 이치로(1312만 5000달러)가 포스팅의 역사를 연 후 일본은 19명의 선수를 메이저리그에 진출시켜왔다.

그 가운데 내야수는 3명 있었다. 하나 같이 올림픽이나 WBC 일본 대표를 지냈다. 가장 먼저 ML 시장의 문을 두드린 내야수는 2004년 나카무라 노리히로였다. 당시 32살로 좀 늦은 나이. 2000년과 2004년 올림픽 일본 대표선수로 주 포지션은 3루수였다.

우타자인 나카무라는 2004년 오릭스에서 19개 홈런과 66타점을 기록했다. 2001년엔 타율 0.320, 홈런 46개, 타점 132개로 정점에 올랐다. 다저스는 그와 1년 50만달러의 야박한 계약을 맺었다.

결과도 좋지 못했다. 4월 10일 바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주로 트리플A 경기에 나왔다. ML 성적은 41타석에 나와 홈런 없이 타율 0.128. 나카무라는 2006년 오릭스에 복귀했다.

2007년 이와무라 아키노리가 그 뒤를 이었다. 당시 27살로 한창 나이였다. 우투좌타로 2루수와 3루수를 맡아볼 수 있었다. 2004년부터 3년 연속 3할 30홈런을 기록한 실력파다. 탬파베이는 이와무라에게 455만달러 포스팅 금액을 책정했다.

그리고 3년 770만달러를 추가로 안겨주었다. 4년째엔 구단이 485만달러에 그를 더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그 옵션은 소용없었다. 3년차이던 2009년 이와무라는 69경기에 나와 홈런 1개 22타점에 그쳤다. 탬파베이는 이듬해 500만달러 가까운 돈을 주는 대신 그를 일본으로 돌려보냈다.

니시오카 츠요시는 2010년 일본 롯데에서 0.346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일본 프로야구 역대 유격수 최고 타율이었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스위치히터인 니시오카를 위해 532만9000달러 포스팅 금액을 적어냈다. 당시 26살의 젊은 나이도 한몫을 했다.

니시오카는 3년 925달러라는 후한 몸값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68경기에 출전 타율 0.226에 그쳤다. 홈런은 한 방도 없었다. 니시오카도 4년차 400만달러라는 구단 옵션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모두 실패한 건 아니다. 2015년 500만달러에 피츠버그로 건너간 강정호는 첫해 타율 0.287, 홈런 15개, 타점 58개로 연착륙했다. 피츠버그가 강정호와 재계약을 원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남겼다.

스즈키 이치로의 깜짝 성공 이후 메이저리그는 아시아 타자들에게 큰 관심을 나타내왔다.
하지만 투수들에 비하면 타자 쪽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치로 이후 20년이 지나는 동안 데이터도 충분히 쌓였다. 김하성에게 안겨줄 액수에는 그간의 성적표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