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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사장 없는 키움의 이상한 겨울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감독 사장 없는 키움의 이상한 겨울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허민 키움 히어로즈 구단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키움 히어로즈라는 열차가 궤도를 이탈한 채 질주하고 있다. 키움은 10월 초까지만 해도 정상적 운행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외견상으론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10월 8일을 기점으로 키움의 운행은 갑자기 ‘설국 열차’로 변했다.

이날 키움은 손혁 감독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전격 해임시켰다. 당시 키움은 3위에 올라 있었다. 결국 키움은 5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이후 두 달 넘게 감독 선임을 못한 채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하송 대표이사가 사퇴했다. 키움이라는 ‘설국 열차’는 바퀴를 떼낸데다 엔진마저 멈추고 말았다. 프로야구단의 겨울은 이듬해 봄을 위한 다지기 기간이다. 겨울을 통째로 날려 버리면 봄 농사를 망치게 된다. 대체 키움이라는 열차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이런 사달의 중심에는 허민 구단 이사회 의장이 자리하고 있다. 손혁 감독은 허 의장과 불편한 사이여서 물러났다. 반대로 하 대표는 허 의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나섰다. 선수협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선수들의 권익을 짓밟고 팬들을 기만한 키움 구단에 엄중한 징계를 요구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선수협은 “사적인 목적으로 선수들을 ‘야구 놀이’에 동원한 사실에 유감을 표하며 프로야구 팬들을 사찰하고 기만해온 구단의 갑질에 분노한다. 구단의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여 징계를 내려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선수협이 ‘야구 놀이’라고 표현한 대목 역시 허민 의장과 관련돼 있다. ‘야구 놀이’에 관해서는 구단과 당사자의 한 축인 이택근이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허민 의장은 올 여름 키움의 2군 훈련장에서 한 선수를 타석에 세워둔 채 투구 연습을 했다. 허민 의장은 마이너리그서 직접 투수로 뛴 바 있다.

이 장면은 마침 현장에 있던 팬에 의해 촬영되었고,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키움 구단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즉흥적으로 벌어진 해프닝이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구단은 이후 CCTV를 확보해 영상을 촬영한 팬을 특정했고, 이 팬과 관련 있는 이택근에게 배후 여부를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구단은 “이택근이 코치직과 유학비 지원을 요구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택근은 “코치직 제안 자체가 없었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데 유학이라는 게 말이 되냐”며 반박했다.

양측 가운데 한쪽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공방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이택근은 11월 말 KBO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감독 사장 없는 키움의 이상한 겨울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키움 구단 징계요구서를 낸 이택근 /사진=뉴시스

키움은 9월 중순까지만 해도 2위로 순항하고 있었다. 선두 NC를 추격할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까지 평가됐다. 창단 첫 우승이라는 달콤한 분위기가 솔솔 풍겨 나왔다. 하지만 10월 8일 손혁 감독 경질을 기점으로 끝모를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키움은 올겨울 감독 선임, FA 시장, 외국인 선수 보강 등 중요 사안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외국인 투수 요키시 재계약이 유일한 성과다. 키움의 겨울이 얼마나 더 길고 혹독할지 염려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