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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홈런 포텐' 터질까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삼성 '홈런 포텐' 터질까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삼성 '홈런 포텐' 터질까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삼성 라이온즈의 오른쪽 거포 김동엽. /사진=뉴스1
삼성 '홈런 포텐' 터질까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삼성 라이온즈가 FA 오재일(오른쪽)과 계약했다. 왼쪽은 원기찬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야신' 김성근 감독은 7개 구단 감독을 역임했다. 삼성은 세번째였다. 1991년 김 감독이 삼성에 부임해 첫번째 한 조치는 의외였다. '외야 담장을 높여라.' 당시 대구구장은 타 구장에 비해 펜스거리가 짧았다. 구장을 개조할 순 없으니 대신 담장을 높이는 쪽을 선택했다.

홈런 수를 줄여 '투수 친화적' 구장을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당시 삼성에는 이만수, 박승호, 김용철, 이종두 등 장거리포 타자가 많았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고집을 꺾었다.

삼성은 공격력 위주 팀이었다. 외야 담장을 높였으나 홈런 수만 줄고, 투수력은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 대구구장의 외야 담장은 1년 전 높이로 되돌아갔다. 이후 라이온즈파크로 이어지는 삼성의 홈구장은 홈런 공장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이 장거리포 오재일(34)을 FA로 영입했다. 오재일은 최근 6년간 두산에서 13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잠실구장의 크기를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2016년부터 3년간은 27-26-27개의 홈런을 각각 터트렸다. 오재일의 펀치력이나 재능을 보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홈런을 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 오재일은 2017년 NC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서 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4차전서는 4연타수 홈런을 작렬시켰다.

삼성에는 이런 타자가 또 하나 더 있다. 오재일이 왼쪽인 반면 그는 오른쪽이다. 그런 점에서 이 둘의 조합은 이상적이다. 바로 김동엽(30)이다. 김동엽의 시즌 최다 홈런 수는 공교롭게도 오재일과 같다. SK 시절인 2018년 27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그러나 김동엽의 포텐은 삼성에서 터져주지 않았다.

2019년 김동엽은 6개 홈런에 그쳤다. 한번 약점이 노출되자 김동엽은 골리앗 마냥 한낱 놀림거리로 전락했다. 김동엽은 2020년 20개 홈런을 때리며 기력을 회복했다. 그의 앞뒤로 장거리포가 추가로 들어서면 내년엔 보다 많은 홈런을 기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새 외국인 타자에 홈런 타자 한 명이 가세하면 김동엽과 더불어 라이온즈파크에서 100개 이상의 홈런을 합작할 수도 있다. 삼성이 왼손 거포 오재일에게 총액 50억원이라는 큰돈을 안겨준 이유다.

삼성 팬들은 여전히 2003년 이승엽, 양준혁, 마해영 트리오가 보여준 127개의 홈런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이승엽은 56개로 오 사다하루의 기록을 넘어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했다. 마해영이 38개, 양준혁은 33개의 홈런을 각각 터트렸다.

홈런 타자는 혼자 푸르긴 힘들다. 앞뒤로 협력이 있어야 보다 많은 홈런을 쳐낼 수 있다. 혼자만 때리면 차라리 볼넷으로 내보내지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반면 앞뒤로 홈런타자가 포진해 있으면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오재일과 김동엽은 서로의 덕을 볼 것이다. 좌·우 타자로 유형이 다른 점도 유리하다. 라이온즈파크로 주소지를 옮긴 오재일이 어떤 활약을 보일까. 그 결과에 따라 삼성은 물론 2021년 프로야구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