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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오지 스미스의 팀으로 간 김하성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오지 스미스의 팀으로 간 김하성
샌디에이고로 출국한 김하성 /사진=뉴시스

김하성(25)의 행선지가 샌디에이고항으로 결정났다. 미국 언론들은 29일(이하 한국시간) 일제히 김하성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계약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계약 규모는 4년 연평균 700만달러에서 800만달러(약 88억원) 사이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아, 샌디에이고가 확실히 달라졌구나. 샌디에이고는 여태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한 팀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LA 다저스(우승 7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8회) 등 강자들 등쌀에 만년 하위팀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초 매니 마차도와 10년 3억달러 초대형 계약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첫 반응은 설마였다. 샌디에이고는 하루 전인 28일 트레이드를 통해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을 품에 안았다.

샌디에이고 사장 겸 단장 A J 프렐러가 단단히 벼르고 있구나. 이러면 김하성도 모르겠는데. 그 때만해도 김하성의 행선지 목록에 샌디에이고는 적혀 있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 만에 또 한 번 깜짝 소식이 전해졌다.

또 하나. 샌디에이고는 ‘전설’ 유격수 오지 스미스의 원적지다. 스미스는 15번 올스타에 뽑혔고, 13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은 유격수 수비의 대명사다. 오죽 수비를 잘했으면 ‘마법사’란 별명을 붙여 주었을까.

그의 이름 오지(Ozzie)가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오즈(OZ)와 유사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오지 스미스는 2002년 자격을 얻은 첫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득표율 91.7%. 단언컨대 그에게 투표하지 않은 기자는 인종차별주의자이거나 야구에서 수비의 비중을 지나치게 낮게 보는 편견에 사로잡힌 인물임에 틀림없다.

스미스는 1976년 대학 3학년 때 디트로이트에 지명됐다. 1만달러의 계약금을 요구했으나 구단은 8500달러를 고집했다. 결국 이듬해 다시 프로의 문을 두들겨 샌디에이고에 입항했다. 샌디에이고는 1981년 말 스미스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시켰다.

스미스는 세인트루이스에서 15년간 뛴 후 1996년 은퇴했다. 스미스는 통산 8375개의 보살(assist)을 기록했다. 이는 지금도 깨지지 않은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마치 곡예사를 연상시키는 그의 수비 동작은 예술의 경지로 평가되고 있다.

유격수 김하성이 오지 스미스가 메이저리그 첫 발을 내디딘 샌디에이고항에 입항 한 것은 좋은 징조다. 샌디에이고가 만년 하위팀의 인상을 씻고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거침없이 투자를 하고 있는 시점에 입항한 것도 시기적절하다.

오지 스미스는 1982년 이적하자마자 세인트루이스를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1967년 이후 15년 만의 우승이었다. 뛰어난 유격수 김하성이 샌디에이고를 첫해 우승으로 이끈다면 또한 뜻깊은 일이다.

샌디에이고에는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3루수에 매니 마차도라는 ‘넘사벽’이 자리 잡고 있다. 샌디에이고가 거금을 들여 이들과의 중복 포지션을 데려왔을 리 없다. 따라서 현재로는 2루수가 유력하다.
김하성의 행선지를 놓고 그동안 숱한 추측이 난무했다. 결국 미국에서 가장 날씨 좋기로 이름난 샌디에이고로 결정됐다. 왠지 예감이 좋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