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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토종과 외국인 투수 20년 균형 깨지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토종과 외국인 투수 20년 균형 깨지나
9억원짜리 황금 팔 키움 장재영./사진=뉴스1

지난 2020년 프로야구 다승과 평균자책점 순위를 보면 조금 민망하다. 양 부문 모두 1위부터 5위까지 외국인 투수 일색이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승 1위는 2018년부터 3년 내리 외국인 투수가 차지했다.

평균자책점은 최근 5년 동안 4-1로 외국인 투수 우세였다. 탈삼진 부문은 아예 5년 연속 외국인 투수들이 싹쓸이해 갔다. 과거에도 늘 이랬던 건 아니다. 최근 20년을 놓고 보면 팽팽한 균형을 이루어 왔다.

평균자책점 1위 자리는 10-10으로 딱 절반씩 차지했다. 다승 부문 역시 8-8로 균형을 이루었다. 나머지 4번은 토종 투수와 외국인 투수가 공동 수상. 최근 완연한 열세인 탈삼진 부문은 오히려 11-8로 우세다. 한 번은 공동 1위.

평균자책점은 투수의 자존심이다. 다승이 약간의 운, 팀 전력과 관련 있는 반면 평균자책점은 투수의 개인기와 더 밀착해 있다. 그런 점에서 다승은 투수의 훈장과 같다. 2001년부터 초반 10년 동안 토종 투수들이 평균자책점에서 7-3으로 우세를 보였다.

이 기간 류현진(당시 한화·2006년 2.23, 2010년 1.82)이 두 차례, 손민한(당시 롯데·2005년 2.46) 김광현(당시 SK·2009년 2.80) 윤석민(당시 KIA·2008년 2.33)등이 한 차례씩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윤석민은 2011년에도 2.45로 이 부문 정상에 올랐다. 이 해 윤석민은 투수 4관왕과 시즌 MVP까지 휩쓸어 2011년을 오롯이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이후부터 토종 투수들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2012년 브랜든 나이트(당시 넥센·2.20)에게 1위 자리를 내준 후 9년 동안 양현종(KIA·2015년 2.44 2019년 2.29)을 제외하곤 누구도 왕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9년간 토종 투수와 외국인 투수의 점수는 2-7.

다승부문 역시 초반 10년 토종 투수들이 우위를 보였다. 10년 성적은 6-2(두 번은 공동 1위). 김광현(2008년 16승, 2010년 17승) 손민한(2001년 15승, 2005년 18승)이 두 차례, 류현진(2006년 18승)이 한 차례 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류현진은 2006년 투수 3관왕과 MVP,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했다. 한국 프로야구 유일한 대기록.

다승 역시 후반 10년 외국인 투수들이 득세했다. 2-6으로(2번은 공동 수상) 토종 투수들이 열세를 보였다. 2013년 이후 토종 투수들 가운데 다승 단독 1위에 오른 투수는 아무도 없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토종과 외국인 투수 20년 균형 깨지나
NC 구창모. /사진=뉴시스

올해는 어떨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이어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양현종의 국내 잔류가 유력시되고, 구창모(NC) 소형준(KT) 이민호(LG) 최원준(두산) 최원태(키움) 등 새 희망들이 뒷받침된다면 온통 먹구름 천지는 아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장재영(19·키움) 김진욱(19·롯데) 이의리(19·KIA) 이승현(19·삼성) 등 눈에 띄는 대형 신인 투수들이 많다. 최고 구속 157㎞의 우완 정통파 장재영과 완성형 좌완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 김진욱에 거는 기대가 크다.

류현진의 ML 진출 이후 가속화되어 온 토종 투수의 열세. 구창모의 지난 해 폭풍 성장처럼 소형준과 이민호, 장재영 등이 뒤를 잇는다면 평균자책점 10-10의 균형을 토종 쪽으로 가져 올 수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