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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의 설 선물 17개 황금장갑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김광현의 설 선물 17개 황금장갑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오른쪽)과 단짝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 /사진=뉴시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반가운 설 선물이 도착했다. 메이저리그 2년 차 투수 김광현은 ‘영혼의 단짝’ 야디어 몰리나(39)와 올 해도 배터리를 이루게 됐다. FA 포수 몰리나가 9일(한국시간) 팀과 1년 계약(900만 달러)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1 대 5 트레이드를 통해 3루수 놀란 아레나도(30)를 영입했다. 류현진의 천적으로 유명한 아레나도는 8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거미손이다.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는 전문가들에 의해 수비 능력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가린다. 8년 연속 이 상을 받은 것은 아레나도의 수비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반증이다. 몰리나는 9차례나 포수 부문 이 상을 수상했다.

몰리나는 2008년부터 역시 8년 연속 내셔널리그 포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손에 넣었다. 2년을 쉰 후 2018년 또 한 번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몰리나는 전성기를 넘기긴 했으나 투수 리드 면에선 오히려 더 깊어졌다.

지난해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김광현은 “몰리나 같은 좋은 포수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고 밝힐 만큼 그와의 호흡이 환상적이었다. 든든한 포수와 최고 수비 내야수의 존재는 투수에겐 큰 힘이다.

김광현은 지난 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했다. 본인은 물론 구단도 깜짝 놀란 좋은 성적이었다. 몰리나의 효과적인 리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광현과 류현진의 경기를 지켜보면 포수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류현진이 자주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가로 저은 반면 김광현은 한 번의 예외 없이 몰리나의 사인을 그대로 수용했다. 포수를 믿는다는 의미다. 몰리나는 김광현이 던지고 싶어 하는 구질과 타자가 노리는 구질 사이를 절묘하게 피해 갔다. 투수의 기분을 살려주면서도 타자 입맛에 맞는 구질은 선택하지 않았다.

김광현은 지난해 통산 0.197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점수를 잃을 위기인 스코어링 포지션에선 0.156으로 뚝 떨어졌다. 스스로도 전력 피칭을 했지만 포수의 리드가 그만큼 뛰어났다.

김광현은 지난 해 땅볼과 뜬 공의 비율이 딱 반반(59-59)이었다. 직구 위주 투수치고는 땅볼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1206 대 1162로 땅볼이 더 많았다.

땅볼의 비중이 높은 투수에겐 내야수의 수비 도움이 절대적이다. 내야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으면 마음 놓고 투구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내야가 불안하면 제대로 피칭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거미손’ 아레나도의 합류는 김광현에게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아레나도는 공격력도 뛰어나다. 세 차례 내셔널리그 홈런왕에 등극했고, 두 번이나 타점 1위에 올랐다. 잘 때리고, 수비 잘하고. 투수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설 선물이 있을까.

아레나도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3루수로는 유일하게 3년 연속(2015-2017년) 130 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모든 선수를 통틀어서도 역대 11번째다. 최고의 포수와 거미손 내야수의 도움을 받게 된 김광현의 2021년은 더 큰 행운이 찾아올 모양이다. 그들 둘의 골드글러브 합계만 17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