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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차우찬의 '수상한 계약'… 보장금액보다 인센티브 높아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유, 1년 연봉 3억·인센티브 7억
차, 2년 연봉 6억·인센티브 14억
달성하기 힘든 조건 내걸어 씁쓸
선수출신 단장과 FA협상도 불리

유희관·차우찬의 '수상한 계약'… 보장금액보다 인센티브 높아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유희관·차우찬의 '수상한 계약'… 보장금액보다 인센티브 높아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LG 트윈스 차우찬/뉴스1
유희관·차우찬의 '수상한 계약'… 보장금액보다 인센티브 높아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두산 베이스 유희관/뉴시스
'느림의 미학' 유희관(35·두산)이 느림보 계약을 맺었다. 유희관은 16일 두산과 1년 계약에 사인했다. 남들처럼 FA 4년(두산 정수빈의 경우 4+2년)이 아닌 1년이다. 그것도 연봉 3억원에 인센티브 7억원이라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계약이다.

지난 3일 계약한 FA 차우찬(34·LG)에 이어 또 하나의 엇박자 계약으로 남게 됐다. 대부분의 경우 연봉이 인센티브보다는 많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인센티브라는 게 외부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조건을 달고 있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한다. 유희관은 "홀가분한 마음"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차우찬은 "채우기엔 힘든 조건이다"며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국내 투수 가운데 상위 5위 이내 들어야 겨우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이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두산 구단과 오랜 샅바 싸움을 벌여왔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희관은 이제야 간신히 FA 조건을 채워 처음으로 권리 행사에 나섰다. 남들처럼 FA 대박까진 아니더라도 섭섭지 않은 액수를 받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을 터.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몇 년 전만해도 100억원 얘기가 나올만했다. 유희관은 2015년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그해 겨울이었으면 100억원은 너끈했다. 나이도 29살, 한창이었다.

그런데 2020년 유희관은 10승11패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5.02. 괜찮은 성적이다. 통산 97승62패 평균자책점 4.44. 지난 8년 동안만 따지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양현종(110승·텍사스 레인저스) 다음으로 국내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승수를 올렸다.

그러나 나이가 문제였다. 우리 나이 36살 내리막길 투수를 바라보는 구단의 시선은 매우 타산적이었다. 1년은 최소한의 기간이다. 겉으로는 10억원짜리 계약이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3억원이 정답이다.

나머지 7억원은 위장막일 뿐이다. 차우찬 역시 마찬가지다. 유희관과 기간만 차이 있을 뿐 내용은 같았다. 2년 연봉 6억원, 인센티브 14억원이었다. 그나마 차우찬은 두번째 FA 계약이어서 챙길 만큼 챙겼다. 4년 전엔 큰 소리 떵떵치며 4년 95억원 대박을 터트렸다. 2017년 그는 LG로 옮겨 10승7패 3.43을 기록했다. 당시 LG는 내구성에 높은 점수를 받던 차우찬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프로야구에 선수 출신 단장이 대세를 이루자 한 원로 야구인은 먼저 걱정부터 토로했다. 구단이 선수 출신 단장을 선호하는 이유가 그들의 전문성 때문이 아니라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라는 우려였다.

그에 따르면 선수 출신 단장들은 선배라는 지위를 협상에 활용하기 십상이다. 엄포를 놓기도 하고 마지막에 가선 "내 체면 봐서 사인해 달라"며 읍소하기도 한다. 이렇게 선수 출신 단장에 한 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했다.


그 말을 100% 수긍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차우찬, 유희관 등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 계약을 지켜보면 나름 고개가 끄덕여진다. 차우찬과 유희관이 인센티브를 모두 챙겨가는 이변이 일어났으면 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