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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내야에 뼈를 묻어라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김하성 내야에 뼈를 묻어라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사진=뉴시스
동호인 야구를 해본 팬들은 알고 있겠지만 내야수와 외야수의 글러브는 다르다. 내야수 글러브는 외야수 것에 비해 작다. 땅볼 타구에 대응하기 쉽게 만들어졌다. 손에 착착 달라붙는다.

반면 외야수 글러브는 좀 더 크다. 면적이 넓어 뜬공 타구를 낚아채는 데 유리하다. 1루수 미트는 그보다 더 크다. 내야수들의 송구를 잡아내는 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포수 미트는 두툼하다. 투수의 빠른 공을 잡으면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른 글러브로 받으면 손이 무지 아프다.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오는 23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새 둥지인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이를 위해 지난 11일 현지로 출국했다. 그의 가방 안에는 내·외야 두 개의 글러브가 모두 들어 있었다.

국내의 키움 캠프에서도 내·외야 펑고를 모두 받아냈다. 샌디에이고 구단에서 사전에 그런 주문을 했을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 내·외야 전 포지션 훈련을 하고 왔으면 좋겠다는. 그만큼 현재 샌디에이고의 사정이 녹록치 않다.

김하성의 원래 포지션은 유격수다. KBO리그서 3년 내리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팀에서는 가끔 3루수로도 활약했다. 그러니 유격수나 3루수가 편할 것이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의 이 두 자리는 철옹성이다.

매니 마차도(29·3루수)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2·유격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마차도는 10년 3억달러(3324억원)에 계약했다. 그의 몸이 부서지지 않는 한 부려먹어야 한다. 타티스 주니어는 팀의 현재이자 미래다.

이 두 자리의 주전은 하늘이 두 쪽 나지 않는 한 밀고 들어갈 수 없다. 마차도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도 능하다.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 해 30개 이상 홈런을 때려낸 것도 네 차례나 된다.

타티스 주니어는 2019년 데뷔 첫해 2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반쪽 시즌인 지난해도 17개의 타구를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차포 떼면 남는 자리는 2루수다. 지난해 신인 제이크 크로넨워스(27)가 처음 따낸 자리다.

지난해 타율 0.285 홈런 4개로 주목을 받았다. 신인왕 투표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직 2루의 주인이라 자부하기엔 허술하다. 미시간대학 시절 그는 투수와 내야수를 번갈아 보았다. 우투좌타로 우투수(0.316)에 비해 좌투수(0.218)에 상당히 약하다. 홈런 4개도 모두 우투수를 상대로 때려냈다.

김하성은 우타자다. 최악의 경우 크로넨워스와 플래툰시스템(좌투수엔 우타자, 우투수엔 좌타자를 기용)도 고려해볼 만하다. 크로넨워스는 파워히터가 아니다. 김하성은 지난해 30개의 홈런을 때려낼 만큼 대단한 펀치력을 갖추었다.

외야 쪽은 좀 더 여유가 있다. 윌 마이어스(31·우타자), 토미 팜(33·우타자), 주릭슨 프로파(28·스위치히터)를 제외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김하성이 익숙한 포지션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키케 에르난데스(보스턴 레드삭스)는 내·외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냈다.
그러다보니 게도 구럭도 다 놓쳤다. 김하성은 한 포지션에 집중했으면 한다. 그는 대한민국 대표 유격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