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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이재영·이다영, "퇴출해야" vs "징계 과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흥국생명·협회 중징계 처분
연맹은 '징계 않는다' 입장 확인
"일벌백계" 거센 퇴출여론 들끓어
"10년 전 행위로 퇴출은 과해" 비판도

[파이낸셜뉴스] 한국배구연맹(KOVO)이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이재영, 이다영 자매에게 별도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들에 대한 퇴출요구와 과한 대응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연맹 결정을 비판하는 쪽에선 체육계에 만연한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강하게 징계해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시에도 형법에 저촉되는 범죄행위였으나 사회적으로 이를 근절하려는 노력이 없어 범죄가 반복되어왔다는 것이다.

옹호하는 이들은 10년 전 있었던 불법행위로 현재 생업까지 잃어서야 되겠냐는 동정론을 펼친다. 이들 자매가 폭로 이후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폭' 이재영·이다영, "퇴출해야" vs "징계 과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간판 스타인 이재영(오른쪽), 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에 연맹이 추가징계는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fnDB

■뿌리 깊은 학교폭력, 일벌백계 기회로
18일 체육계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행위를 두고 현재 처벌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일 처음 폭로돼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무기한 출전정지와 무기한 국가대표 자격박탈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사건 이후 빚어진 일이다.

이후 남자배구와 여자배구 프로선수 일부에 대한 학교폭력 의혹이 추가로 터져나왔고 그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특히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자행했다고 폭로된 20여가지 학교폭력은 그 내용이 심각해 배구팬을 넘어 시민사회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주된 폭로내용은 다음과 같다.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던 피해자에게 심부름을 시킨 뒤 거절하자 칼을 가져와 협박 △더럽고 냄새가 난다며 옆에 오지 말라고 발언 △학부모가 사주는 간식을 먹지 말라고 협박 △시합에서 패배하자 방에 집합시켜 가혹행위 △자주 돈을 빼앗음 △부모님에 대한 모욕 △상습적인 폭행 △일부 학생들에게 위와 같은 행위 강요 등이다.

더욱이 이들 자매의 모친이 유명 배구선수 출신 김경희씨로 자매가 어머니의 후광을 뒤에 업고 이같은 행동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 상태다. 단순 폭행을 넘어 뿌리깊은 불공정이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V리그를 관장하는 연맹은 징계를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상태다. 학교폭력을 처벌하는 별도 규정이 없을 뿐더러 신설하는 규정을 소급해 적용하는 게 부당하다는 이유다.

결국 소속팀이 무기한 출전정지를 풀면 복귀가 가능해 사실상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상당수 팬들은 여자 배구리그를 전면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변화가능성은 크지 않다.

'학폭' 이재영·이다영, "퇴출해야" vs "징계 과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재영 선수 팬카페에 올라온 응원글. 온라인 갈무리.

■"어린시절 잘못으로 생업 박탈 과해"
이들 자매 팬클럽 등에선 최근 불거진 징계논의가 과하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학교폭력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과거 잘못으로 현재 프로선수의 일자리까지 빼앗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실제 폭로된 사건은 중학생 시절인 10년 전 발생한 일로, 폭력과 특수협박 등의 범죄는 공소시효가 3년 전 만료된 상태다.

연맹이 과거 발생한 처벌받지 않은 범죄행위로 선수를 징계한 전례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소속팀이 무기한 출전정지, 협회가 무기한 국가대표 자격박탈의 중징계를 내린 상황에서 연맹까지 징계를 하는 건 2중 처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속팀이 징계를 풀지 않으면 코트에 설 수 없는 상황인데 굳이 연맹까지 2중 징계를 해야하느냐는 주장이다.

프로스포츠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생업까지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팬들은 이들 자매의 실력이 아깝다는 의견도 쏟아낸다. 이재영 선수 팬카페에 글을 올린 A씨는 "힘든 건 당사자들인데 왜 네티즌들이 난리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당시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잘 되고 있으니까 잘 되는 걸 꼴보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이다영 선수 팬카페에 글을 올린 B씨도 "국가의 배구인재들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복귀해서 배구계통을 속시원히 활짝 다시 열어주시길 바란다"며 복귀를 응원했다.

'학폭' 이재영·이다영, "퇴출해야" vs "징계 과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조사해 발표한 학교 체육선수 폭력 실태. 인권위 제공.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