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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마운드에 선 슈퍼루키, 김진욱 먼저 웃었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첫 시범경기 등판한 신인왕 후보
롯데 김진욱, 내내 2군에서 훈련
직구에 커브 장착해 완성도 높여
'9억 사나이' 키움 장재영
1이닝도 못채우고 3실점 강판

프로 마운드에 선 슈퍼루키, 김진욱 먼저 웃었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프로 마운드에 선 슈퍼루키, 김진욱 먼저 웃었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 /사진=뉴시스
프로 마운드에 선 슈퍼루키, 김진욱 먼저 웃었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 /사진=뉴시스
지난 14일 폐막한 전국명문고야구열전. 경기가 열리던 5일 내내 한 프로구단의 스카우트에 눈길이 갔다. 16년 전만해도 그는 고교야구 최고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당시 광주일고를 이끌던 에이스였다.

결승전에서 유신고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대회 내내 주목을 받았다. 그해 프로야구 드래프트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KIA의 1차 지명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광주일고에는 서건창(키움), 강정호(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있었다.

그러나 KIA가 누구를 택할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동성고의 에이스 한기주(전 KIA)였다. 관심은 SK와 롯데의 선택에 쏠렸다. SK는 1차 지명을 놓고 장고했다. 동산고 투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인천고 포수 이재원(SSG). SK는 결국 이재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공은 롯데에게로 넘어갔다. 2차 1지명권을 가진 롯데의 마음은 누구에게로 기울까. 롯데의 선택은 광주일고 에이스 나승현이었다. 다음 순번 한화는 류현진을 찍었다. 이후 한기주와 나승현, 류현진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류현진은 토론토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한기주와 나승현은 이미 현역을 떠났다.

16년 후 롯데는 2차 1지명으로 김진욱(18)을 선택했다. 이번엔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히려 중학교 시절 전학으로 1차 지명 자격을 상실한 점에 감사할 정도였다. 김진욱의 모교 강릉고는 삼성 연고다.

김진욱은 21일 부산 사직구장서 키움 타선을 상대로 공식 경기 첫선을 보였다. 김진욱은 롯데의 동계훈련 기간 동안 2군에 내려가 있었다. 어디가 아픈 게 아닐까. 염려가 돼 그를 길러낸 강릉고 최재호 감독에게 물어 보았다.

"그럴 리 없다. 김진욱은 3년 내내 한 번도 몸에 이상이 없었다. 워낙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성실한 선수여서 혼자 내버려 두어도 스스로 알아서 하는 타입이다. 롯데가 보호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

김진욱은 2⅔이닝을 던졌다. 총 투구수는 44개. 눈길을 끄는 것은 8개의 커브였다. 고교시절 김진욱은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 투수였다. 그의 어깨와 팔꿈치를 보호해주기 위한 최재호 감독의 배려였다. 김진욱은 손가락 감각이 좋다. 변화구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고교무대에선 두 가지 구종만으로도 16승3패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했다. 굳이 다른 변화구를 추가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팔을 이러저리 비틀다보면 부상 우려만 커지기 때문이다. 김진욱은 키움 타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커브를 결정구로 삼았다. 1사 2루서 키움 이정후를 1루수 직선타로 잡아낸 것도 커브였다. 직구와 슬라이더에 커브가 추가되면서 김진욱은 한 단계 더 올라 섰다.

김진욱은 3회 마운드를 내려갔다. 피안타 없이 볼넷 두 개, 탈삼진 두 개 무실점. 그리고 6회부터 키움 마운드에 장재영이 등판했다. 고교(덕수고) 시절 최고 155㎞ 강속구로 주목받은 투수다.

장재영은 ⅔이닝을 던져 3실점(1자책)했다. 이날 결과만 놓고 보면 장재영의 패배다.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장재영은 원석 같다.
갈고 닦기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김진욱은 완성도 높은 투수다. 이 둘이 쑥쑥 성장해 한국 야구를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