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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도 이대호도 없는 것 하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추신수, 레전드급 빅리거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완성된 커리어 같지만 'SSG 우승' 위해 한국행
이대호, 야구선수 개인 타이틀로는 부족함 없지만
15년 몸담은 팀 '롯데 우승' 옵션에 담을만큼 간절

추신수도 이대호도 없는 것 하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추신수도 이대호도 없는 것 하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시범경기 첫 안타를 기록한 추신수 /사진=뉴스1
추신수도 이대호도 없는 것 하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내달 3일 추신수와 첫 정규리그 맞대결을 앞 둔 이대호 /사진=뉴스1
올 프로야구는 4월 3일 개막된다. 이전 같으면 2020년 챔피언 NC 경기에 관심이 쏠린다. 상대는 지난해 4위 팀 LG. 하지만 올 개막전은 다르다. 문학경기장이 더 뜨겁다. 새로 돛을 올린 SSG와 롯데가 맞붙는다.

추신수(39·SSG)와 이대호(39·롯데)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지난 22일 시범경기서 첫 만남을 가졌다. 추신수는 시범경기 첫 안타를 때려냈다. 그에 앞서 이대호가 먼저 타격 시범을 보였다. 이대호가 3회 안타를 신고하고 추신수가 5회 맞받아쳤다.

추신수가 가세하면서 SSG는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추신수는 고교(부산고) 졸업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야구선수에게 우승반지는 절대반지와 같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 은퇴해도 우승반지가 없으면 허전하다.

추신수는 시애틀, 텍사스 등 메이저리그 4개 팀을 거쳤지만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월드시리즈는커녕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도 오르지 못했다. 와일드카드와 디비전시리즈 7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다. 선수로는 7년 1억3000만달러(약 1460억원)라는 대박 계약을 이끌어냈지만 절대반지를 끼지 못한 손은 여전히 비어있다.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국내 무대로 옮겨 첫 우승반지를 노리고 있다.

SSG는 신생팀이나 마찬가지다. SK의 뛰어난 자원을 고스란히 인수했지만 SK 시절 4번의 우승은 상속 지분일 뿐이다. 어렵게 추신수를 영입한 첫해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절박함은 롯데 이대호도 덜하지 않다. 이대호는 롯데서 15년을 뛰었다. 그 기간 동안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롯데는 1992년 이후 우승이 없다.

이대호는 롯데와 재계약하면서 우승 옵션이라는 특이한 조항을 넣었다. 팀이 우승할 경우 1억원을 추가로 받는다는 조건이다. 2년 계약이니 이론상 2억원도 가능하다. 이대호와 롯데의 상호 절박함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대호와 추신수는 지난 19일 발표된 2020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 둘은 고교시절인 2000년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둘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다시 뭉쳤다. 한국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WBC 최고 성적이었다. 다음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서는 한국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추신수는 중국과의 준결승전, 이대호는 대만과의 결승전서 각각 홈런을 터트렸다. 이 둘이 한 배를 탄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2016년 4월 6일 메이저리그 무대서 적으로 다시 만났다. 고교시절인 1999년 이후 처음이었다.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 이대호는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 선수로 맞붙었다.

5년이 지난 22일 부산 사직구장. 이대호는 친구에게 안타 시범이라도 보이듯 3회 2사 1, 2루서 내야안타를 때려냈다. 추신수는 전날 국내 무대 첫 경기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첫 두 타석은 연속 삼진이었다.

이대호가 안타를 때린 후 빠지자 기다렸다는 듯 추신수가 화답했다. 롯데 두번째 투수 김건국에게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는 추신수의 꿈이다. 야구선수로서의 마지막 훈장이다. 이대호에겐 꿈이자 조건이다.
둘 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원한다. 롯데(7위)나 SSG(9위)는 지난해와 확실히 달라졌다. 동상이몽을 꿈꾸는 두 친구로 인해 2021년 프로야구는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