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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받아 창업했지만, 생각보다 매출 작고 이자부담 너무 큰데… [재테크 Q&A]

사업비·생활비 나눠 소비 줄이고 창업대출 전환 고려

대출 받아 창업했지만, 생각보다 매출 작고 이자부담 너무 큰데… [재테크 Q&A]

20대 후반 A씨는 대출을 받은 뒤 5개월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업장 보증금과 일부 여윳돈이 있던 터라 처음 받은 2000만원 정도면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업장을 계약하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보니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투입되고 시일도 꽤 걸려 대출이 점차 늘어났다. 특히 사업 시작 후 두 달이 지날 때까지 기대보다 매출이 적어 추가 대출을 받았다. 과거 받았던 월급보다 수중에 들어오는 수입은 커졌지만 그 규모가 줄까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무섭게 신용카드 결제금, 대출 상환금, 임대료, 공과금 등이 빠져나가고 있다. 모아둔 돈 없이 무작정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사업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A씨 마음을 더욱 졸인다. 대출금 대부분을 매장 인테리어에 지출해 사업을 정리해도 대출금은 그대로이고 남은 계약 기간 임대료 역시 꼬박꼬박 내야 한다. 소비를 감당 못 해 받은 게 아니라 사업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보니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지 못한 패착이 크다.

A씨(29) 부채는 총 6500만원(신용카드 포함)이다. 자동차 할부 잔액이 1200만원으로 월 37만원씩 3년을 더 내야한다. 신용대출도 4건이 있다. 총 금액은 4700만원으로 월 118만원을 4년 3개월에 걸쳐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신용카드 잔액은 600만원 정도다. 할부 잔액 200만원으로 월 30만~50만원 가량이 3~6개월 동안 빠져나간다.

창업비용에 더해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소득의 부재로 A씨 부채는 더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직장생활 때부터 누적된 신용카드 잔액과 창업으로 인한 카드 사용 금액 증가에도 즉흥적 소비, 술자리 등 소비 습관은 여전하다.

게다가 대출 받는 데 급급해 금리, 원리금상환금액 등은 물론 창업자금 관련 대출, 저금리 대출 등은 고려조차 못 했다.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금리는 10~19% 수준에 달한다.

현 매출은 월 470만원 정도다. 반면 지출은 435만~485만원으로 매출을 웃도는 경우도 더러 있다. 부채 상환에 155만원, 임대료로 80만원, 신용카드 150만~200만원이 나간다. 공과금은 별도고, 기타 비용으로 50만원 정도가 지출된다.

A씨의 상황을 파악한 금융감독원은 매월 필요한 고정비용과 변동비용에 대한 정리가 시급하며 부채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채를 발생시키기 전 소득에서 지출을 차감한 금액이 월 부채 상환 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지 등 가계 재무 상태를 면밀히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금감원측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채를 이용해 수익을 내거나 자산을 늘릴 수 있다면 긍정적인 선택"이라며 "하지만 집을 매입하거나, 투자, 사업을 위한 대출을 받더라도 갚을 수 있는 능력 밖이라면 늘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환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부채는 재무 적자, 연체, 파산 등의 문제를 유발해 가계 경제에 타격을 준다"며 "부채 월 상환액은 일정 기간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용으로 실질 가처분 소득의 감소효과로 경제적 부담이 지속 늘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A씨의 경우 안정된 소득 창출 시까지 상당한 시간과 유지비용이 들어가는 창업에서 이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지 않아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이에 금감원 측은 우선 지출비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비용과 가계생활비용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각각 월 330만원, 40만원으로 합계 370만원으로 책정할 것을 조언했다.

금감원은 또 통장을 구분해 사용할 것을 권유했다. 생활비 통장을 별도 관리하고 매달 40만원씩 이체한 후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스스로 얼마를 사용했고, 잔액은 어느 정도 남았는지 알기 위해서다. 매월 결제 금액을 줄여나가고 할부 상환 종료 시 신용카드를 없애는 고육지책도 써야 한다. 매월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는 습관 역시 들여야 한다.

금감원 측은 1500만원 이상의 비상예비자금을 마련할 것과 소비와 월 고정비용을 대폭 줄이고 남은 대출을 창업자금대출로 전환 가능할지 상담을 받아 볼 것을 권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 증식은 예비자금을 마련하고 또 부채를 상환 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업자금 보유가 우선"이라며 "자기계발 및 사업 구상도 꾸준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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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