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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백종천·조명균 파기환송심서 '집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백종천·조명균 파기환송심서 '집유'
지난 2015년 11월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 열린 'NLL 대화록 실종' 항소심 선고 공판 참석후 백종천(왼쪽) 전 청와대 외교안보 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이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당시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배형원 부장판사)는 9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자문서관리시스템 '이지원'(e知園)에서 파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회의록 폐기 논란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NLL 포기 발언과 관련된 정쟁 끝에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고의로 폐기·은닉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자신의 발언을 감추려고 백 전 실장 등에게 회의록을 이관하지 말라고 지시해 이들이 회의록 초본을 삭제했다고 보고 2013년 11월 불구속 기소했다.

1·2심은 이들이 삭제했다는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 기록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로 결론 내렸다. 기록물 '생산'으로 보려면 결재권자가 내용을 승인해 공문서로 성립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해당 기록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승인'이 아닌 '재검토·수정' 지시를 명백히 내리고 있으므로 대통령 기록물로 생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1·2심은 또 회의록 초본의 경우 당연히 폐기돼야 할 대상이라며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도 무죄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의 내용을 확인한 후 회의록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에 서명을 생성함으로써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는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다”며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에 따라 생성·보존돼 후세에 전달돼야 할 역사적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청와대에 2000년대 관련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아 큰 불편이 야기된 전례가 있었음에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장기간에 걸쳐 공직자로 성실하게 근무한 사람들이고, 회의록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려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국정원에도 회의록 내용이 보존돼 내용 확인이 가능했던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