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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사회초년생 "투자하는 족족 반토막… '벼락거지' 아닌 알거지 되겠어요" [재테크 Q&A]

저축없는 재테크는 환상… 소득·지출관리부터 해야

늦깎이 사회초년생 "투자하는 족족 반토막… '벼락거지' 아닌 알거지 되겠어요" [재테크 Q&A]
Q. 취업한 지 9개월 된 30대 A씨는 최근 자나 깨나 투자 생각이다. 취업만 하면 돈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되레 돈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친구들보다 3~4년 취업이 늦은 탓에 급여도 비교적 적고 모아놓은 돈도 없어 빠르게 그들을 따라가고 싶다. 씀씀이가 제법 커진 주변 사람들을 보면 조급했다. 그래서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받은 월급에서 남은 돈을 곧장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썼다. 문제는 투자금을 늘릴수록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인은 물론, 국내외 우량주도 손실을 면치 못 하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해 넣은 돈인데, 줄어드는 것을 보니 의욕도 떨어지고 소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공연을 관람하고 물건을 사는 일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어 신용카드 결제액 역시 불어나고 있다. 3~5년 후에 결혼이나 독립할 구상도 있으나 준비는 안 돼 있고, 이직도 생각 중이다.

30세 A씨의 세후 월 소득은 265만원이다. 연간 기타 소득은 별도로 없다. 월 지출은 청약(10만원), 보험료(15만원), 신용카드 결제금액(120만~160만원) 등을 합쳐 145만~185만원 정도다. 월마다 편차가 크다. 자산으로는 가상화폐, 주식 등 투자자산 530만원이 있다. 800만~900만원을 투자했으나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이외 입출금 통장(130만원), 청약통장(450만원), 마이너스 통장(1000만원) 등이 있다.

A.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치솟는 물가와 주택가격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벼락거지' 같은 신조어까지 탄생하며 '투자의 시대'에 스며들길 강제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저축 없이 자산을 만들고 늘릴 기회를 얻을 순 없다는 게 금감원 의 판단이다. 특히 사회초년생은 투자보다는 향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종잣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조언하고 있다. 섣부른 투자는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고 돈을 잃지 않는 것도 돈을 버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A씨는 우선적으로 근거 없는 투자의 환상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재무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돈 관리 계획을 세우고 저축과 투자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서다. A씨의 경우 이 같은 노력 없이 조급함과 욕심이 혼합되며 투자 손실에 더해 씀씀이까지 커지는 악재를 맞았다는 게 금감원 관계자 설명이다.

금감원이 제시한 대안은 '투자만이 재테크라는 생각을 버리자'이다. 재테크의 첫 단계는 소득 및 지출 관리라는 뜻이다. 소득이 같아도 저축 비율에 따라 자산이 축적되는 속도는 달라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히 사회 초년생은 투자 수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자산의 기초가 되는 소득을 유지하고 늘리기 위한 자기계발에 힘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재무목표를 수립한 이후에는 재테크를 위한 발판인 저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금감원은 조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로 수익을 내려면 단단한 자산이 필요하다"며 "눈에 야구공을 굴릴 때와 축구공을 굴릴 때 눈덩이가 불어나는 속도의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씨는 지출 예산도 명확히 세워야 한다. 현명한 소비로 새는 돈을 막는 것도 재테크다.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축하고 남은 자금을 소비 활동에 쓰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특히 월 지출과 연간 비정기 지출을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 명절, 가족생일, 휴가, 의류, 미용 등에 사용하는 돈이 후자에 해당한다. 이를 지키기 않으면 월별 지출 편차와 소비지출 성향이 커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막연히 부자가 되겠다고 수익률만 쫓다보면 남들에게 휘둘려 삶의 방향을 상실한 채 망망대해를 표류하게 된다"며 "재무목표를 세울 땐 큰 방향을 정한 뒤 1~3년 정도 기간으로 나눠 세부 사항을 결정하면 된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는 '3년 내 5000만원 목돈 만들기' 같은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월 140만원 저축이 필요하다. 소득 증가 시 저축액을 늘리면 목표 달성 가능성도 높아진다. 노후 자금은 국민연금이나 퇴직·개인연금을 이용해 마련하면 된다.


지출도 저축, 고정비, 변동비, 연간 비정기 지출 등으로 항목을 나눠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다. 매월 예산을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의미 없는 지출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파인을 입력하거나 금감원콜센터 1332(▶7번 금융자문서비스)로 전화하시면 무료 맞춤형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