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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 가격 꾸준히 올라, 2년 전 역대 최고치에 근접

13일 기준 국제 시장에서 온스당 2055.3달러에 거래
물가상승 꺾이지 않고 경기 침체 온다는 우려에 금 인기 높아져
경쟁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 오르면서 금에 돈 쏠려

국제 금 가격 꾸준히 올라, 2년 전 역대 최고치에 근접
지난달 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열린 금광 업계 컨퍼런스에 전시된 금괴.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연일 오르면서 2년 전 역대 최고치에 가까워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가 계속 올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의 가치가 오른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경쟁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이 치솟아 국채 대신 금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날 국제 금 시장에서 거래된 금 선물 가격이 온스(31.1g)당 2055.3달러(약 266만원)까지 올라 올해 들어 13% 상승했다고 전했다. 13일 가격은 역대 최고치였던 2020년 8월(온스당 2069.4달러) 시세에 매우 근접했다.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쉐어에 순유입된 자금은 올해 1·4분기에만 6억5300만달러(약 8474억원)에 달해 지난해 1·4분기(72억9000만달러) 이후 분기별 금액으로 가장 많았다. 해당 ETF의 올해 1·4분기 수익률 역시 8%에 이르렀다. 금 선물 가격과 ETF 수익률은 올해 1·4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증시의 상승률(8%)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미 금광 채굴기업 뉴몬트의 주가도 올해 들어 8.1% 뛰었으며 캐나다에 상장된 금광기업 배릭골드의 주가 역시 15%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금에 대한 인기가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우선 물가를 지목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간 5%로 전월(6%)보다 내려갔지만 여전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치(2%)나 과거 평균치에 비해 높았다. 게다가 월간으로 비교할 경우 3월 CPI는 전월보다 0.1% 상승했으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0.4% 올랐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계속해서 오른다고 내다봤다. 물가가 올라 돈의 가치가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일정한 금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난다. WSJ는 동시에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서 달러로 금을 사야 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금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달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은행 유동성 위기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을 줄여 경기가 침체된다는 걱정도 커졌다. 이러다 보니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 투자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미 자산운용사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선임 투자전략가는 “미국이 현실적으로 올해나 내년에 목표한 물가상승률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전망이 여러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같은 기간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 역시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에 돈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는 안전자산 가운데 경쟁자라고 부를 수 있는 국채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국채 가격은 일반적으로 시중 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올라간다.
미 국채 가격은 연준이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올해 초까지 계속 내려갔으나,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시 가격이 오르는 분위기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지난달 은행 위기와 물가 지표를 감안해 최소 1번은 금리를 더 올리겠지만 이후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준은 오는 5월 3일에 회의를 열고 기준 금리를 결정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