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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한두번, 반나절만 회의? 국회 소극적 논의에 표류 중인 국정과제

재정준칙 법제화, 고준위법, 재초환법 소위에서 계류
쟁점 많은데도 월 1~2차례 회의에 그쳐
국민적 관심도 높은 법안은 신속 처리, 국정과제는 뒷전?

한달에 한두번, 반나절만 회의? 국회 소극적 논의에 표류 중인 국정과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의 각종 국정과제 법안이 국회에서 줄줄이 표류 중이다. 정부에 불리한 '여소야대' 구도 탓도 있지만 법안 논의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법안소위가 충분히 열리지 않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국정과제 법안들은 여야 이견 차가 뚜렷하거나 심사해야 하는 내용이 방대한데도 관련 소위 일정을 월 1-2차례 반나절만 잡는 데에 그쳐 여야 모두 법안 심사에 큰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재정준칙 도입법,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 등이 줄줄이 관련 상임위 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건전 재정 기조를 내세운 정부에 발맞춰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9월 재정준칙 도입 근거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관련 논의가 장시간 이어지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예산안 및 추경을 편성할 때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는 지난 2월 15일에 이어 3~6월 각각 두 차례의 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재정준칙 도입 의지가 충분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의도적 지연 전략' 때문에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민주당이 계속해서 관련 수정안을 요구하고, 국가재정법 대신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안건 선순위에 올리는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여당안이 원하는 안만 고집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기재위 특성상 논의 안건이 워낙 많기에 논의가 미뤄졌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재정준칙 도입 논의가 지난 20일 또다시 불발됨에 따라, 오는 27일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선 애초에 소위가 제한적으로 열린 것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소위 일정은 여야 간사 간 협의로 정하는데, 쟁점이 많은 법안이 산적한 만큼 위원들의 일정을 조율해서라도 여러 차례 회의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21대 국회 들어서는 소위가 오전 혹은 오후, 반나절만 열리면서 상임위 당 논의가 더뎌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 간사 모두 각 의원들의 일정을 존중해서 법안 심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법안은 수차례 회의를 열어서라도 단기간에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잇따른 비극적 죽음 이후 한 달 만에 통과된 전세사기특별법이 대표적이다. 가상자산법의 경우도 공회전을 거듭하다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된 이후 속도를 내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의혹이 불거진 후 공직자의 가상자산을 재산 등록 대상으로 하는 공직자윤리법도 논의가 시작된지 한 달이 채 안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반면 재정준칙 법제화를 비롯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 인공지능 산업진흥법은 모두 국정과제에 해당하지만 몇 개월째 국회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고준위법 논의를 위해 지난 1월 공청회를 가진 뒤 2월부터 현재까지 월 한 차례씩 소위 회의를 가졌다. 원전 부지내 저장시설 포화가 도래한 상황에서 고준위 방폐물을 다루는 법안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쟁점을 좁히기엔 시간이 역부족했다. 여야는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저장용량 기준과 반출 시점을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국토교통위원회에선 재건축 부담금 면제액을 상향하는 내용의 '재초환 개정안',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소위에서 표류 중이다. 정부여당은 이를 통한 주택 공급 등 '부동산 정상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야당과 세부 내용에 합의하려면 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도 노후 택지지구 선정 기준, 재건축 규제 완화 범위를 두고 충분한 토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여야가 함께 마련한 인공지능법은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으나, 현재까지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기재위 관계자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위험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는 일부 야당 의원 및 시민단체 의견에 따라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