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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여정 "美 '가역적' 공약 믿지 못해...비핵화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봐야"(종합)

"실력 행사해야 미국의 강권과 전횡 억제할 수 있다"
시간벌이 '비핵화 협상' 재개 일축 "단호히 대응할 준비"
"美 가변적 가역적 얇팍한 술책... 넘어갈 우리 아냐"
화성-18형 도발 재개, 군사적 공세의 시작일 따름

[파이낸셜뉴스]
北 김여정 "美 '가역적' 공약 믿지 못해...비핵화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봐야"(종합)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19년 3월2일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 묘소에서 열린 화환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현재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적실한 방도는 실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날 "강도적인 미국 사람들과 마주앉아 오손도손 문제를 푸는 것은 평화와 안정의 방법이 아니다"라는 김여정의 발언을 보도했다.

그녀는 '실력 행사'를 해야 '힘의 지위'에서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할 수 있다며 "우리는 국가의 주권과 영토완정을 침해하고 인민의 안녕을 위협하며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조선반도 정세는 2017년 조미(북미) 쌍방 사이에 조성되었던 첨예한 대결수위를 훨씬 넘어서 실제적인 무력충돌 가능성, 핵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형편"이라며 위협했다.

이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소위 '핵 버튼' 논쟁을 벌인 바 있는데, 지금이 당시보다 정세가 악화됐다며 북한의 핵 무력을 앞세워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여정은 또 '비핵화 협상'의 재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대화와 협상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라며 "미국이 대화마당에서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는 것들이란 모두 가변적이고 가역적인 것들, 시간벌이를 위한 그런 얄팍한 술책에 넘어갈 우리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통신은 그녀가 한미연합연습 잠정 중단, 전략자산 전개의 중지, 대북제재 완화 등 과거 비핵화 협상 때 논의됐던 것은 언제든지 돌이킬 수 있는 '가역적'인 것들이고 "가상적으로 조미(북미) 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현 미 행정부가 협상탁 위에 올려놓을 보따리라는 것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비핵화)' 따위에 불과할 것은 뻔한 일"이라는 발언도 보도했다.

김여정은 "비핵화라는 말은 실로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보아야 하는 현실에서 통하지 않을 소리"라며 "가역적인 공약을 믿고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을 당면한 이익과 바꿀 수 있겠느냐. 우리는 밑지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녀는 "아무리 전 대통령이 서명하고 공약한 것이라고 해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앉으면 그것을 제 손바닥처럼 뒤집는 것이 바로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우리는 윤석열이나 바이든과 같은 그 어떤 개인을 대상으로 하여 전략을 구사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특등앞잡이인 《대한민국》과 세계 악의 제국인 미합중국을 상대로 장기전략을 세워야 하며 압도적인 억제력에 기초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전망적인 안전담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정찰기 활동, 핵협의그룹(NCG) 회의, 미국 핵전략자산 전개 예고 등의 상황이 '우리(북한) 앞의 현실'이고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은 자기자신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우리를 건드리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최근 시험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에 대해서는 "며칠 전 미국이 우려스럽게 목격한 것은 이미 개시된 공화국의 군사적 공세의 시작일 따름"이라며 추가적인 무력도발을 이어갈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김여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화성-18'형의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를 연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문재인으로부터 윤석열로, 트럼프로부터 바이든으로의 정권 변화와 더불어 우리의 적수들이 어떻게 대조선 정책을 연장하고 어떤 단꿈을 꾸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명백히 확인할 수 있었다"라는 힐난을 잊지 않았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