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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성장률 나아졌다고? 지표 뜯어보니 '착시효과' [흔들리는 수출전선]

수입 급락한 '불황형 경상흑자'
하반기 성장률 급등 전망도
상반기 부진 '기저효과' 분석

수출·성장률 나아졌다고? 지표 뜯어보니 '착시효과' [흔들리는 수출전선]
상저하고(상반기 침체, 하반기 개선)의 증거처럼 보이는 개선된 거시지표들이 사실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모두 우리 경제가 "부진을 완화하고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며 반등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완만하고 장기적인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현재 상반기 실적은 0.9%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연간 성장률은 정부를 비롯해 대부분의 기관들이 1.4% 수준을 예측하고 있다"며 "즉 하반기에 1.7% 내지 2.0% 수준의, 상반기의 두 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큰 기대를 거는 부분은 수출 개선세다. 추 부총리 역시 "수출도 거의 저점을 다지고 회복을 위한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며 "9월부터는 무역수지가 보다 기조적으로 흑자 흐름을 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상품수지가 지난 1월 73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 수준의 시작을 알렸지만 2·4분기 들어 63억8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동안 누적된 경상수지도 24억4000만달러 흑자다. 지난 5월 당시 약 16억달러 수준의 적자를 예측했던 한국은행의 비관적인 전망보다 월등히 나은 수치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민간에는 아직 반등을 논하기 이른 시점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두 배 가까운 하반기의 성장세마저도 상반기가 워낙 부진했던 기저효과 탓이 크다는 부정적인 의견까지 나온다. 수출 적자를 면한 원인도 수출 개선보다 수입 급락에 더 크게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6월 경상수지를 들여다보면 수출은 541억4000만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9.3% 줄었다. 전월(-15.2%)보다는 감소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전월(-14.0%)에 이어 10.2%(56억9000만달러) 줄어든 수입액의 영향이다.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적으니 자연스럽게 가계부에 흑자가 적힌 셈이다.

추 부총리는 "반도체 '물량'이 회복세에 있어 불황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바꿔 말하자면 아직 반도체 가격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수출액의 '규모'가 회복되지 않았고, 중국발 위기와 경기 위축 등 위험 요인이 남아있다"며 "무역수지를 후퇴시킬 수 있는 요인들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반등보다 악화를 피한 것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기재부와 KDI 모두 위험요인으로 꼽은 중국의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연쇄도산 우려까지 제기되면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직접적인 금융 타격보다 중국 내수 회복이 더욱 더뎌지며 우리 수출 채널의 위축이 심화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