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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만나..."인공위성 개발 도울 것"

푸틴,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과 만나
4년 5개월만에 회동, 탄약과 인공위성 기술 교환 논의할 듯

푸틴,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만나..."인공위성 개발 도울 것"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가운데)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기다리며 기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약 4년 5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 이후 군수 공장을 함께 시찰할 예정이며 기자회견은 생략한다고 알려졌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차로 러시아 국경을 넘었던 김정은은 13일 오후 1시 무렵에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인근 기차역에 도착했다. 앞서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8차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했던 푸틴은 김정은보다 약 30분 앞서 기지에 도착했다고 알려졌다.

양국 정상들은 이날 오후 1시 10분 무렵에 기지에서 만나 악수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김정은은 푸틴에게 "바쁜 일정에도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밝혔으며 푸틴은 김정은에게 기지 시설들을 안내했다. 푸틴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라며 우주기지에서 만난 것도 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탄약과 군수품이 떨어진 푸틴은 이날 김정은과 대화에서 탄약 구입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두 정상은 동시에 북한 근로자의 러시아 파견, 북한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지원, 장거리 미사일 등 군사기술 협력 등을 논의한다고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에 자체적으로 군사 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푸틴과 김정은의 회동 당일에도 동해를 향해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보스토치니 기지는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카자흐스탄에 건설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로 지은 우주 시설이다. 2012년 착공하여 2016년에 처음으로 로켓을 발사했으며 당시 3000억~4000억루블(약 5조2560억~7조80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설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약 47년 만에 달 탐사선 '루나 25호'를 발사했으나 달 착륙에는 실패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12일 보도에서 김정은이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푸틴과 회담한 뒤 같은날 푸틴과 함께 인근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Su) 전투기 생산 공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 EEF에서 푸틴과 만난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봉쇄가 시작되면서 약 4년 5개월 동안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두 정상들은 이날 회담 이후 따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은 13일 타스를 통해 “최근 양국 접촉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접촉은 매일 여러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하로바는 회담 결과에 대해 “회담 결과를 분석하더라도 양국이 매일 광범위한 범위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의 결과가 걱정되겠지만 일단 시작을 기다리고 나중에 분석해도 늦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미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양측 회동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 복수의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러시아가 1년 반 동안 우크라이나 침공 끝에 처한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밀러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시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