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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생산·유통, 위조지폐처럼 처벌해야" [가짜뉴스를 고발한다④·끝]

<④ 전문가 4인에게 듣는 진단과 대안>
'가짜뉴스' 개념 오용…의미 명확히 정립해야
루머 확산되는 SNS 등 플랫폼 규제 논의 절실
미디어 리터러시, 팩트체킹 환경 구축 제언

"가짜뉴스 생산·유통, 위조지폐처럼 처벌해야" [가짜뉴스를 고발한다④·끝]
가짜뉴스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편집자주] 허위사실과 왜곡된 정보가 ‘가짜뉴스’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사회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으로 이 용어를 쓴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언론·학계가 가짜뉴스의 본질과 용어를 놓고 격론하는 이유입니다. 파이낸셜뉴스는 가짜뉴스의 폐해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전문가들의 시각을 담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합니다.

[파이낸셜뉴스] 가짜뉴스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각종 악영향 등 해악은 상당하다. 멀쩡한 사람을 사망자로 만드는가 하면, 사실로 존재하지도 않은 일을 마치 사실로 일어난 것처럼 호도한다. 미디어의 발달과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 보도의 신뢰 증진과 건전한 정보 유통을 위해 가짜뉴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4대 AI 구루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최근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위조지폐가 법으로 금지되는 것처럼 가짜 동영상의 제작·소유를 법적으로 금지했으면 한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조하기도 했다.

'가짜뉴스' 명칭·의미·본질…명확하게 정립해야

전문가들은 가짜뉴스 규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먼저 가짜뉴스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언론법학회에 등재된 '가짜뉴스의 개념화와 규제수단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7·황용석,권오성)은 가짜뉴스는 역사적으로 단일한 의미로 쓰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가짜뉴스를 풍자적 가짜뉴스(satirical fake news), 루머(rumor),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기만적 정보(disinformation)등 다양한 의미와 혼동돼 사용돼 왔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가짜뉴스 개념차이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을 경우 규제는 풍자적 가짜뉴스의 정치 비판이라는 순기능을 몰아내고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가짜뉴스 생산·유통, 위조지폐처럼 처벌해야" [가짜뉴스를 고발한다④·끝]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fake news(페이크 뉴스)를 가짜뉴스로 번역하고 있으나 이는 허위정보라는 뜻"이라며 "페이크뉴스를 가짜뉴스 범주로 표현하기보다는 다른 용어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즉 가짜뉴스의 해결 방안에 대해 논하기 전에 가짜뉴스의 용어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취재 부족 등으로 오보가 나는 것을 두고 가짜뉴스라고 하지 않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두고 가짜뉴스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이 둘의 경계선이 합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생산하는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을 가짜뉴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기자의 의도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짜뉴스라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특정한 사안을 두고 진실을 알기 어려운데, 사람들은 자기편에 해롭게 하는 것도 가짜뉴스라고 보기도 한다"며 "검증이 안 된 것들을 폭넓게 가짜뉴스로 볼 수 있는데, 이를 가짜뉴스라고 합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의 신문방송학과 A 교수도 "'가짜뉴스'와 '가짜정보'는 구분이 돼야 한다"면서 "가짜뉴스라고 하는 순간 가짜정보는 뉴스라는 명칭 뒤에서 '팩트'로 간주된다"고 했다. 뉴스는 팩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들은 뉴스라는 명칭 때문에 가짜정보를 가짜뉴스라고 인식하는 순간 팩트로 받아들인다"고 부연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가짜뉴스의 개념이 오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가짜뉴스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져 배포되는 '허위정보'라고 정의했는데, 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역사적으로 상존해온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가짜뉴스는 뉴스의 형태를 띄고 있으란 법이 없다"며 가짜뉴스가 '뉴스'라는 단어를 사용해 언론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보나 권력을 비판하는 보도가 가짜뉴스인 것처럼 보이는 행태에 대해 비판하며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EU는 이러한 차원에서 가짜뉴스라는 단어 대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기만적 정보(disinformation)라는 용어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제도' 위해, 피해 기준 마련 시급

"가짜뉴스 생산·유통, 위조지폐처럼 처벌해야" [가짜뉴스를 고발한다④·끝]
한국언론진흥재단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

가짜뉴스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규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A 교수는 "한국은 공적기관이 대응하는 것은 모양새가 안 맞고 언론의 순기능인 견제에도 맞지 않는다"며 "길들이기를 위한 줄 세우기 정치논리에 가짜뉴스를 끌어들인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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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한국언론진흥재단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 선임연구위원

김해영 한국언론진흥재단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무엇이 가짜뉴스고, 얼마나 큰 피해를 발생시키며, 어떻게 규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짜뉴스 폐해의 심각성에 대한 이견은 존재하지만 가짜뉴스가 우리 사회의 쟁점으로 부각돼 언론에 대한 신뢰와 민주주의적 소통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으나 피해 규모와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탓에 규제와 처벌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NS와 온라인 동영상 등의 확산 및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가짜뉴스의 전파속도가 빨라졌지만 언론 보도와 일반적 정보 간의 경계가 흐려졌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으로 뉴스를 표방하거나 언론을 사칭하는 미디어가 늘어나고 있지만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뉴미디어를 통한 허위정보의 확산이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짜뉴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검증은 어렵다. 특히 의도가 불분명한 허위정보를 처벌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데 허위성과 의도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까닭에 허위사실 자체를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명백히 허위사실임을 입증하기 어렵더라도 공익을 저해할 수 있는 유해 정보나 언론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정보 등을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지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언론이 주체적으로 가짜뉴스 문제 해결할 수 있어야"
"가짜뉴스 생산·유통, 위조지폐처럼 처벌해야" [가짜뉴스를 고발한다④·끝]

그렇다면 가짜뉴스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미국은 가짜뉴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정규 교육 과정으로 편성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2016년 워싱턴주는 온라인에서 가짜정보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디지털 시민의식, 미디어 리터러시, 인터넷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코네티컷, 일리노이, 플로리다, 텍사스 등 14개 주가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법률을 제정해 실행 중이이다.

일본은 지난 4월 정부가 나서 SNS에서 확산하는 가짜 정보 관련 '정보전' 대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체제를 내각관방에 정비하기로 했다.

SNS에서 가짜 정보를 확산해 여론을 유도하거나 사회를 혼란시키는 '정보전'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보편적 가치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안보상으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짜 정보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총리 관저의 국제홍보실이 관계 부처와 협력해 가짜 정보에 대한 대외적인 대응에 나선다. 다만 가짜뉴스 기준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의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정부가 아닌 언론이 주체적으로 가짜뉴스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는 "가짜뉴스는 역사적으로 상존해온 현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언론이 주체가 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조건적으로 국가 권력이 앞장서 법을 제정하고 내용심의 등을 통해 규제하려는 게 답일 수 없다. 사회적 소통을 옥죄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위험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 걸려내려는 '팩트체크 저널리즘' 세계적 추세

윤 교수는 언론을 이념이나 가치에 앞서 사실을 중심으로 가짜뉴스를 검증하고 걸러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라고 정의했다.

그는 "최근 과잉정치화와 진영화가 되면서 언론의 사실성이 약화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언론의 사실성을 강화하려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며 "이것이 가짜뉴스에 맞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A 교수는 언론환경에 맞는 자체적인 팩트체킹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팩트체킹이 사후검증만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가짜뉴스에 대한 사전 대응 측면에서 가짜뉴스 생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강화해 가짜뉴스의 생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팩트체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정치인들이 자신의 말에 책임지게 될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을 돕는 원동력이며 저널리즘의 힘과 성장을 가져올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A 교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뉴스 생산자의 책임성(팩트체킹)과 뉴스 매개자의 책임성, 뉴스 소비자의 감시가 함께 이루어질 때 가짜뉴스를 막아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짜뉴스 대응과 관련된 공익광고나 공익 캠페인, 국민들이 신뢰성이 담보된 뉴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반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높이는 교육 활동도 강화해 개개인이 비판적 사고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가짜뉴스 생산·유통, 위조지폐처럼 처벌해야" [가짜뉴스를 고발한다④·끝]

김 위원도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소통 활성화와 교육과 참여,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정보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디어 리터러시를 증진해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근절하는 것은 부작용이 없는 대안"이라면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자체가 복합적이고, 비판적 개념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은 가짜뉴스 논의를 언론 보도에 국한하기보다는 정보의 '허위성'과 '의도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위정보가 공익을 침해하는지, 보도가 공공적 관심의 영역에 속하는지 사회적 맥락을 검토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어떤 미디어나 매체가 '좋은 매체'인지 판단하기보다는 국민의 정보복지 차원에서 다양한 관점의 언론 보도와 미디어 수용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보도와 정보에 대한 판단 능력이 증진되면 자연스럽게 사실과 다르고 편향적인 '가짜뉴스'가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규정하기보다는 정보가 담고 있는 사실과 진실, 의견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수용자의 입장에서 교육해야 하며,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논의의 장, 미디어 플랫폼 구축 등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또 "현행 언론 피해 구제 제도나 법원의 판례, 팩트체킹 사례 등에 대해 일반 수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