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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은 수단일 뿐… 중요한 건 기업 가치 최대화" [제16회 국제보험산업심포지엄 강연자 인터뷰]

차이 팅 중국 평안생명보험 부사장
경쟁업계 빅테크社와 협업 시도, 보험·디지털 접목 대표 사례 꼽혀
운영효율·고객체험 개선 목표로 설계사 채용·청구 자동화 추진

"디지털 전환은 수단일 뿐… 중요한 건 기업 가치 최대화" [제16회 국제보험산업심포지엄 강연자 인터뷰]
차이 팅 중국평안생명보험 부사장이 지난 11월 8일 파이낸셜뉴스와 보험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제16회 국제보험산업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디지털은 수단 혹은 기술일 뿐이다. 디지털화 자체를 목표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화를 위해 디지털을 도입하는 탓에 궁극적인 목표를 잊고 만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기업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차이 팅 평안생명보험 부사장은 지난 8일 파이낸셜뉴스와 보험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제16회 국제보험산업심포지엄'을 마치고 파이낸셜뉴스를 만나 디지털화에 대한 철학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평안생명보험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중요한 가치 판단 기준은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느냐"라며 "주주나 기업에게 최대의 가치를 디지털 전환이 가져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민영보험사인 평안생명보험은 기존 대면 기반 산업이라고 여겨졌던 보험 영역에서 디지털을 효과적으로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3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와 손을 잡고 인슈어테크 중안보험을 설립했다. 평안보험그룹 내 기술개발 센터 '평안 테크놀로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반 보험 설계사 채용 및 교육, 자동차 보험비 청구 자동화 등 다양한 디지털 전략을 꾀하는 중이다.

차이 팅 부사장은 지난 2014년 평안보험그룹과 인연을 맺은 뒤, 평안은행 등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이 과정을 함께 했다. 현재는 지난 6월부터 평안생명보험 이사회 의장 특별 비서관을 맡고 있다.

그간 금융사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만 치부됐던 빅테크와 협업은 당시 보험사로서 상당히 과감한 결단이었다.

차이 팅 부사장은 이런 배경에 대해 "평안보험그룹은 경쟁자를 통해서도 충분히 배울 것이 있고 또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협력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안보험은 여러 회사가 합자로 설립한 보험회사라서 회사별로 분업을 명확하게 했다"면서 "예를 들어 빅테크는 온라인 리소스를 담당하고 저희(평안보험그룹)는 보험 분야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차이 팅 부사장은 "아주 실패한 프로젝트도 있었고 얼핏 보기에는 성공한 것 같았지만 사실 실패했던 사례도 있었다"면서 "큰 조직의 경우 많은 참여자가 다양한 단계를 거쳐서 결정을 내린다. 참여자들의 관점이나 시각이 각기 달랐던 게 문제였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평안생명보험이 수립한 방식은 '가치의 최대화'라는 모두가 받아들이는 지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특히 평안생명보험은 대부분의 결정을 '상향식(bottom-up)'이 아닌 '상의하달식(top-down)'으로 내린다. 한 가지 공통된 목표 아래 전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하게 함이다.

이를 통해 경영 목표에 연관된 디지털 전략만을 경제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 가지 예로 차이 팅 부사장은 평안생명보험이 가지고 있던 상품과 함께 지역사회 노인에게 여러 가지 서비스도 제공하는 '실버 집사' 서비스를 소개했다. 보험 가입 고객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고객이 보험의 보장성뿐 아니라 노후 서비스를 누리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진 점에 착안했다.

앞으로도 평안생명보험은 고객의 수요 반영을 위해 디지털화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차이 팅 부사장은 "디지털 전략을 펼 때 경영 목표와 연관이 중요하다"며 "내부 운영 효율을 높이고 고객 체험을 개선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다.
투입 대비 산출이 어떻게 되느냐를 보는 게 평안생명보험 디지털화의 중요한 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 중국의 시장 환경은 비슷하다.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해 10년 전보다 5.3%포인트(p) 올랐다"며 "어떤 양로 서비스는 보험사가 직접 하고 어떤 서비스는 아웃소싱해서 하기도 하는데, 보험과 접목도가 높다 보니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