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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판매 리스크 없앤다" 금융위 검토… 증권사는 반발 [3년 만에 꺼낸 ELS 상장]

금융위, 홍콩H지수 사태 재발 방지
"직접판매, 불완전판매 개연성 차단 보장형 위주, 투자손실 위험 낮춰"
증권사 "수수료 증가 등 수익 악화"

"불완전판매 리스크 없앤다" 금융위 검토… 증권사는 반발 [3년 만에 꺼낸 ELS 상장]
‘홍콩 ELS’ 투자자들 "불완전 판매, 배상하라"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홍콩H지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약 3년 만에 ELS 상장을 재검토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구조화증권이 또 한번 문제가 된 만큼 ELS 장내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장을 통해 직접판매가 될 경우 불완전판매 개연성이 사라지고, 표준화된 ELS가 상장할 경우 투자손실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불완전판매 가능성 사라져

1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만기를 앞둔 은행권 판매 H지수 연계 ELS는 총 1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당장 내년 1·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은 3조8000억원이다. 2021년 H지수가 1만~1만2000원에서 움직이자 안전하다는 인식이 부각되면서 가입이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3년 사이 H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내년 상반기 대규모 원금손실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장외파생상품인 ELS를 상장시켜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표준화된 ELS를 상장할 경우 손실 위험이 낮은 원금보장형(ELB), 부분보장형 위주로 상장돼 투자손실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ELS가 장내화되면 직접판매로 불완전판매 개연성이 사라진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홍콩H지수 연계 ELS 사태의 쟁점 중 하나는 불완전판매 여부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두고 은행과 증권사의 조사에 돌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가 상장될 경우 거래소에서 직접판매가 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개연성이 사라진다"며 "은행 채널을 통해 개인에게 판매되는 국가는 한국 외에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ELS를 상장할 경우 손실 위험이 낮은 원금보장, 부분보장형을 중심으로 상장이 되기 때문에 투자자의 손실 위험성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며 "은행들이 신탁보수 형태로 받는 판매보수도 사라져 투자자들에게 수익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표준화된 ELS가 상장되면 투자자가 직접 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어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는 이미 ELS가 상장돼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3년 전 추진했지만 무산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먼저 발행마진이 줄어드는 증권사의 반발이다. 지난 2020년 금융위원회는 ELS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2019년 수천억원대 손실을 발생시킨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ELS 등 구조화증권의 상장을 추진한 것이다. 한국거래소도 '건전한 자산관리 시장 육성을 위한 구조화증권 시장 개편 방안'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진행해 ELS 상장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로 상장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상장수수료가 늘고, 발행마진이 줄어 증권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20년 추진 당시 금융투자협회 측의 반발이 심했다"며 "ELS 등 장외파생상품의 경우 높은 판매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와 은행들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상장 후 거래량이 저조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삼성증권 KELS 1·2호 등 ELS가 한국거래소에 상장됐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만료 후 상장폐지됐다.

유안타증권 정인지 연구원은 "ELS가 장내화될 경우 상장지수증권(ETN) 형식으로 상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은 필요할 것"이라며 "문제는 그만큼 투자 수요와 거래량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짚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