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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과 통합 바탕… 새 사업모델로 동남아 공략할 것" [이우현 OCI 회장 특별 인터뷰]

한미약품 가처분신청 분쟁 관련
李 회장 "지켜볼 것" 신중한 입장
통합 반대측과 만남 무산됐지만
"언제든 대화할 의지" 문 열어둬
中 화학업체와 합작법인 검토

"한미약품과 통합 바탕… 새 사업모델로 동남아 공략할 것" [이우현 OCI 회장 특별 인터뷰]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OCI 본사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이 진통을 겪는 것과 관련해 '언제든지 대화할 뜻이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사진=권준호 기자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최근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 관련 한미약품 내부의 가처분신청 분쟁과 관련,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의 추가 만남 계획에 대해서는 "모른다"면서도 대화 가능성은 열어놨다. 한미약품과의 통합 배경은 경제성장으로 성인병 문제가 대두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됐다.

■"OCI 설명 필요하면 언제든지 할 것"

이 회장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OCI 본사에서 기자를 만나 "(만남이든 가처분신청이든) 한미약품 의견을 따라야 하는 거지 내가 독자적인 판단을 하는 건 아닌 거 같다"며 "가처분신청 대상이 OCI가 아닌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임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은 지난 17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가 추진 중인 신주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냈다. 사실상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대주주 지분 맞교환 방식의 통합을 핵심으로 한 계약 안건을 통과시켰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7703억원)를 취득하고 한미약품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OCI홀딩스 지분 10.36%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이 회장은 필요시 언제든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법률적인 게 참 복잡하다. OCI에서 뭘 하더라도 상대방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도 "(이번 가처분신청 상황이) 잘 마무리되면 협조요청도 드리고 같이 가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송영숙 회장, 임종윤 사장, 임주현 사장) 모두 회사를 끔찍이 생각하는데 표현방법이 조금 다른 게 아닌가(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추후 한미약품 측과 만남 가능성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OCI 측에서 어떤 설명이 필요하다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장과 임 사장의 만남은 지난 23일 예정됐지만 가처분신청 등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무산됐다.

최근 나오고 있는 '표대결' 양상에 대해서는 "(대주주들을 설득하는 차원이 아닌) 통상적인 도리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이 조기봉합되지 못하면 올해 주주총회 때 표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9월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7.3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키를 쥐게 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동남아 시장 공략 차원"

이 회장은 인터뷰 내내 '해외진출'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생활 수준이 좋아지면서 성인병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래서 (한미약품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가지고 해외에 진출하고 싶었다. 현재도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중국 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원래 1년에 두번씩은 사업차 중국에 들어갔었는데, 코로나19가 끝나고 4년 동안 방문하지 못했다"며 "고객사가 많으니 직접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와 기초화학사업 관련 합작법인(JV) 설립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20년 1월 첫 주에 중국 업체와 JV를 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무산됐다"며 "어느 기업인지는 말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미국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당분간) 없다"고 답했다.

한편 임 사장 형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의 첫 심문기일은 내달 7일이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