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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與, 의사들 반대하던 '대체조제 활성화' 적극 검토

의대 증원 반대 속, 여권서 대체조제 활성화 검토
의사 '처방권' vs. 약사 '조제권' 충돌
여권 "더 이상 의료계 입장만 들어줄 상황 아냐"
대통령실 "대체조제는 글로벌 스탠다드 추세"

[단독]與, 의사들 반대하던 '대체조제 활성화' 적극 검토
교육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8개교 365명, 경기·인천 소재 대학 5개 대학 565명 등 수도권 13개 대학이 총 930명을, 비수도권 27개 대학은 2471명의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5일 경기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의 모습.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간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환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대체조제 활성화' 카드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대체조제'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사가 동일한 성분과 효능이 있다고 증명된 다른 약을 환자와 의사에게 알리고 조제하는 것을 가리킨다. 주로 환자의 편의와 약제비 절감 등의 효과가 있다. 외국에선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에선 의사의 반대와 직역간 갈등으로 거의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이슈는 의료계와 약사업계가 대치중인 사안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대체조제를 장려하는 법안을 논의해왔지만 정부와 여당, 의료계의 반대로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중이다.

그러나 의대 증원 방침을 놓고 전공의 90%가 환자의 곁을 떠나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필수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가 고조되자 정부·여당이 지지부진한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키로 급선회한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도 대체조제 활성화와 관련,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추세"라고 긍정 평가하고 있어 향후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권 핵심부에 따르면, 의료대란 장기화 속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의료계에 대한 압박 카드로 대체조제 활성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전날 오후 8시 기준, 신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1~4년차 9970명을 점검한 결과, 근무지 이탈자는 90.1% 수준인 8983명으로 집계되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의료계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반발이 진정되지 않고 있어 더 이상 의료계 입장만 들어줄 상황이 아니다"라며 "의료계에서 반발해왔던 대체조제 활성화도 다시 논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여권은 본격적인 정책 추진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나 대체조제 활성화의 파급력이나 정책적 효과에 대해선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체조제 활성화는 매우 큰 갈등 요소로 검토 자체만으로도 의료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대체조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이기도 하다. 야당에서 권고했던 사안인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이 제각각 상이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동일한 성분인데도 일부 약은 품절되는 등 의약품 수급 불안정화에 대한 대안으로 대체조제가 거론돼왔다.

이에 의료대란 속 환자 불편 해소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추진중인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대체조제가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실제 의사들 사이에선 정부가 정원 확대 규모를 일부 줄이는 대신 '대체조제 활성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권에선 연간 2000명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발의한 대체조제를 촉진시키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은 여당의 반대속에 해당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계류중이다.

개정안은 일부 환자들의 오해를 막기 위해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 명칭 변경하고, 약사가 대체조제 후 처방 의사 뿐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통보할 수 있도록 해 대체조제를 보다 쉽게 하도록 했다. 하지만 직역간 갈등 등으로 현재도 계류중이다.
또 복잡한 절차 등으로 현재 저가약 대체조제율은 1%대에 그치고 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야당이 대체조제 활성화를 촉구하고 여당이 막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막기도 어려울 것 같다"며 "대체조제는 의료계에 민감한 이슈라 전공의 뿐 아니라 개원의들까지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체조제 활성화가 법으로 보장될 경우, 제약업계에선 초점을 의사가 아닌 약사에 집중할 수 있어 주도권이 약사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