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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단독 주최, 자유민주주의 ‘투사’로 주목되는 韓[fn기고]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한국,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해결에 주도적 역할 주목
-후쿠야마 '역사의 종언'서 자유민주주의 최종 정치체제 규정
-35년 지난 시점서 '자유민주주의' 쇠락, 커다란 도전에 직면
-아랍·미얀마·러시아·아시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 후퇴 심각
-3차 회의 주최 한국, 인·태 지역서 자유와 번영이룬 국제 롤모델
-한국 선진강국, 국격에 걸맞은 책임 있는 역할 본격화 의미
-한국, 약소국이 아니라는 정체성 변화의 물결 정착 발판 마련
-한국 양자관계와 별개로 꾸준한 기여외교, 가치외교 펼쳐와
-'자유통일 정책' 북한 주민에게 자유민주주의 햇빛 드리워져야

[파이낸셜뉴스]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단독 주최, 자유민주주의 ‘투사’로 주목되는 韓[fn기고]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한국이 3월 18∼20일간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단독으로 주최할 예정인 가운데 전 세계에서 쇠락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에 나서는 한국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백악관 켈리 라주크 NSC 선임국장은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한국을 “투사(champion)”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로 점철되었던 냉전이 공산주의의 패배로 기울어져 가던 1989년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는 인류가 이루어낸 최종적인 정치체제라며 '역사의 종언'을 맞이했다고 규정했다. 1991년 공산주의의 대부를 자처한 소련의 몰락을 목도한 전 세계는 후쿠야마의 주장에 공감하였고, 실제로도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기제가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35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후쿠야마의 판단이 너무 성급했다고 싶을 정도로 민주주의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전 세계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쇠락하고 있고 대신 권위주의 체제가 확산하고 있다. 2010년 시작된 아랍의 봄은 민주주의 확산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났다. 2021년 발생한 쿠데타로 미얀마에서는 사실상 민주주의 체제가 와해되는 등 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 후퇴도 심각하다. 소련의 후신을 자처한 러시아는 푸틴 집권하에 독재를 이어가고 있는 등 사실상 민주주의 체제를 버렸다.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국제체제가 변경된 후 민주주의가 확산될 것이라는 희망은 신기루에 불과했고 현 신냉전 체제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 더욱 극심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미국은 전 세계가 직면한 민주주의 후퇴의 도전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위해 2021년 12월 제1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단독으로 주최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유엔총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초청대상국이 많다. 제1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초청국은 110여개국이나 되었다. 초청대상국이 많은 것은 전 세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적 협력의 기제를 잘 작동시키기 위해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미국이 주도하되 지역별 대표를 지정하여 5개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제2차 회의에서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공동주최국으로 참여했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대표로 선정된 것은 단기간에 자유와 번영을 모두 이룬 국제 롤모델로서 평가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한국이 주도하여 단독으로 개최함으로써 전 세계 민주주의 발전의 리더십 발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이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것은 다양한 차원에서 그 의미를 새겨볼 수 있다. 첫째, 한국의 국격에 걸맞은 책임 있는 역할이 본격화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강국이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한국이 약소국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약소국 정책성이 만연하다 보니 국가정책도 선진강국다운 기획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나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등 외부지향적 대외정책이 설계·추진되면서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이에 한국 내부적으로도 한국이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라는 정체성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단독 개최로 이러한 물결이 정착되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여외교의 실천이다.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한 한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보답을 위해서 최근 한국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를 2배로 증액하는 등 기여외교를 가시화하고 있다. 한편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전 세계 민주주의 회복 및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자유를 되찾아준 국제사회에 수준 높은 방식으로 보답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격상된 기여외교라 볼 수 있다. 셋째, 가치외교와 부합하다. 최근 한국 정부는 자유·인권 등 가치를 내세우는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인권 문제를 양자관계와는 별개의 사항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인권을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규정하고 신장 위구르 등 인권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 발전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이러한 기여외교가 일관성과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는 한반도 상황에도 긍정적 시너지를 견인할 수 있다. 북한의 인권유린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고 나아가 최근 김정은은 “대사변” 등 전쟁 준비까지 나서며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인권과 한국의 안보를 모두 해결하는 방법은 한반도에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자유통일”을 정책화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주민도 인민민주주의라는 가짜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라는 진짜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지향점이 녹아 있다. 전 세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한국의 노력이 시너지적으로 북한에도 언젠가는 자유민주주의의 햇빛이 드리워지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효과가 있는 셈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