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헌재 '위헌' 판단에도… 미혼부 출생신고 '하늘의 별따기' [한부모 육아 사각지대 (下)]

혼자 아이 키우는 父 5889명
혼외자 출생신고는 母만 가능
'유령영아' 부추겨 개선 시급

#. A씨는 베트남 국적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정식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 여성은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돼 집을 나가 종적을 감췄다. 미혼부(父)가 된 A씨는 출생 신고를 하려다 애를 먹었다. 미혼모는 아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지만 미혼부는 출생신고를 위해 친모의 이름과 등록기준지 등을 기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법원에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신청을 냈고, 지난해 7월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아이가 태어난 지 8개월 만에야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부의 경우 미혼모에 비해 출생신고가 까다로워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혼외자 출생신고 의무는 엄마에게 있기 때문이다. 아빠가 신고할 경우 법원 확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년까지 걸릴 수 있다. 이마저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태어났음에도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 영아'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혼부모 수는 2만6021명으로, 이 중 미혼부는 5889명으로 집계됐다. 미혼부의 자녀는 6746명에 달했다.

■ 친모 인적사항 모르는 경우 가정법원 거쳐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상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의무는 아이 엄마에게 부여하고 있다. 아빠가 혼외자 출생신고를 하려면 친모의 이름과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입해야만 한다.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친모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해도 미혼부의 출생 신고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친모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가정법원의 재판 등 지난한 과정을 견뎌야 한다. 친모가 특정되더라도 소재불명 등 예외적인 상황은 인정되나, 이 역시 법원을 거쳐야 한다.

아이 친모가 다른 남자가 혼인했을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친생자관개 부존재 확인소송'을 거쳐야 한다. 민법상 '친모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혼부가 아이를 키우고 있어도 친모가 혼인신고 한 배우자가 '법적 아빠'로 간주된다.

실제 법이 개정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미혼부가 법원에 신청한 '친생자 출생을 위한 확인' 청구 690건 중 129건은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가량은 법원을 찾아도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셈이다.

■ "미혼부 출생신고 제한은 위헌" 헌재 판단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는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어렵게 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후속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재는 2025년 5월까지 현행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당시 헌재는 "출생등록은 아동이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로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게 한다"며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최대한 이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라고 판시했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를 모가 해야 한다'는 조항을 '모 또는 생부'로 바꾸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안문희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은 '출생신고 제도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출생등록은 단순한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닌, 해당 자녀에 대한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미혼부가 신청한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신청을 기각하는 비율이 18%에 달하는 것은 하급심의 과도한 물리적 해석 또는 입법 취지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