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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조국혁신당에 대한 고언

혐오와 복수의 정치 안돼
민생과 국가 미래 챙겨야
대중정당으로 존속할 것

[노동일 칼럼] 조국혁신당에 대한 고언
노동일 주필
이번 4·10 총선의 가장 큰 이변은 조국혁신당 돌풍이라고 본다. 중대 변곡점 역시 조국혁신당 창당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선거 과정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김기현 대표 사퇴까지는 야당의 시간이었다. 극적 반전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만들어 냈다. 여당이 '해볼 만하다'는 국면으로 바뀐 것이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요약되는 민주당의 공천파동이 겹치면서 '야당 패배, 여당 압승'론이 지배했다. 정치는 생물이라던가. 3월 3일 '조국혁신당' 창당 때도 돌풍을 예상한 관전자는 드물었다.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 전략과 함께,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야당 전체의 파이도 함께 커졌다. 조국혁신당은 정권심판론, 여권의 자충수와 함께 야당의 대승을 끌어낸 요인이었다.

22대 국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당도 조국혁신당일 가능성이 크다. 야권 192석 중 민주당(비례포함)은 175석이다. 조국혁신당이 함께해야 187석으로 5분의 3을 넘는다. 법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 무제한토론 중단 등을 위한 정족수가 된다. 일종의 캐스팅보트인 셈이다. 강온 역할 분담도 예상할 수 있다. 각종 특검법과 국정조사 등으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한 후 대통령 탄핵안 발의 등에 첨병 노릇을 할 수도 있다. 조국혁신당의 첫 번째 행선지는 검찰청이었다.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라는 '마지막 경고'를 발한 것이다. 22대 국회 제1호 안건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공약도 유효하다. 조국 대표의 행보에서 느껴지는 노골적인 감정은 분노와 혐오이다. 내가 당한 만큼 당해보라는 복수심도 드러난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소득 상위 20% 이상 지역에서는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연합 지지율을 앞섰다. 이른바 강남좌파가 대거 조국혁신당을 찍은 것이다. 선거 결과는 조국 일가가 지은 죄에 비해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는 동정 여론이 주효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윤·한에 대한 역내로남불이 작용한 것이다. 본인의 말대로 비법률적인 방법에 의한 명예회복을 이룬 셈이다. 따라서 조국 대표가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면 상대에 대한 분노와 혐오, 복수심만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은 '헤이트,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의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혐오의 대상이 종종 혐오의 주체가 된다. 로마의 박해를 받던 그리스도인들은 이슬람을 혐오하고, 이슬람은 유대인을 혐오하며,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을 혐오하게 된다. 혐오의 순환성 또는 상호성으로 인해 혐오하는 자도 궁극적으로는 파멸로 치닫기 일쑤이다. 결국 혐오는 혐오하는 자신의 피를 빨아먹고 자란다."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의 성찰이 필요한 지점이다.

나쁘지 않은 조짐은 있다. 조국혁신당 당선인들은 워크숍을 통해 '조국혁신당 의원의 5가지 다짐'을 발표했다. 회기 중 골프 금지, 국내선 항공 비즈니스석 탑승 금지 및 의원 특권 이용 않기, 주식 신규 투자 및 코인 보유 금지, 부동산 구입 시 당과 사전 협의, 보좌진에 의정활동 이외의 부당요구 금지 등이다. 김웅 의원의 지적처럼 근본적인 정치개혁 의제는 아닐지 몰라도 신선한 건 사실이다. 작지만 어느 정당, 어떤 의원들도 실행하지 못한 일이다. 크고 작은 정치개혁 어젠다를 계속 던지고 실천에 앞장선다면 거대 정당들도 따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에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올 메기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대표에게 "대중정당으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심각한 민생의 위기, 저출산 등 국가의 미래 어젠다를 외면한 채 정부 심판만을 외칠 수는 없다.
민생과 국가적 과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대중정당으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안도현 시인은 '내 손과 발로 무엇을 할까'라는 시에서 "남의 허물을 일일이 가리키던 손가락과/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아당기던 손아귀와/남의 얼굴을 함부로 치던 주먹을 거두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국민이 허락한 국회의원직으로 국민의 손과 발이 되어 무엇을 할까. 한번쯤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dinoh786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