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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비상경영 들어간 기업들 "규제 풀어달라" 호소

22대 국회에 경영환경 개선 등 주문
전략산업 稅특례, 중처법 개정 포함

차기 22대 국회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기업들은 경제활력 회복과 국가전략기술 세제 특례를 꼽았다. 22대 국회는 내달 30일 출범한다. 2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최근 매출액 1000대 기업에 희망하는 입법과제를 물었더니 이런 답이 나왔다. 기업들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기업 경영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응답 기업들의 상당수가 세제지원(28.9%), 규제완화(27.8%)를 필수 대책으로 꼽았다.

설문에서 확인된 기업들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경영·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국가가 만들어달라는 주문이다. 임기가 한달 남은 21대 국회가 사실상 처리가 불가능한 경제 관련 법안 중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및 연구개발(R&D) 세제지원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50인 미만 사업장 시행 유예를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형마트 심야시간·의무휴업일 온라인 거래를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콘텐츠·정보통신기술(ICT)·보건의료 등 서비스업 발전을 촉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여럿이다.

우리 경제는 성장과 침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살아나는 것은 긍정적이다.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로 전망치를 크게 웃돈 것도 이 덕분이다. 그러나 금리·환율·물가 '3고(高)'에다 중동정세 불안, 미국 금리인하 시점 불투명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삼성,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는 심화되고 잠재성장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21대 국회의 경제 관련 입법은 낙제 수준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여야 간 소모적인 정쟁과 대기업 특혜 시비로 우리는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처럼 미래 산업·경제 체력을 키워야 할 중요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생태계 가속화와 반도체 패권전쟁 격화가 보여주듯 세계 시장질서는 급변하고 있다.

미국·일본은 삼성전자,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수십조원의 보조금과 세제 특례로 자국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활발한 투자를 벌이는 모습을 내수·국내투자가 동반상승했던 과거와 달리 그렇게 반갑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까닭이다. 중국 기업은 자동차, 반도체, 전기·전자 등에서 우리 기업 기술·제품 수준을 넘보고 있거나 이미 추월했다.

경제활력 회복은 여야가 편을 가를 일이 아니다. 22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는 우리 기업들이 시대에 뒤처진 법률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는 우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 기업들이 중소·중견 협력사들과 차세대 성장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국회가 선제적인 규제해소와 입법에 매진해야 한다. 정부도 양질의 정책으로 국회와 충분한 소통과 설득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