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차관칼럼] 게임산업 '넥스트 레벨' 도약을 위해

[차관칼럼] 게임산업 '넥스트 레벨' 도약을 위해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게임은 인간의 본능이다. 게임이 끊임없이 자극하는 승부욕은 결국 진취, 정복, 생존 등 인간의 다양한 본능이자 한정된 자원에 대한 경쟁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한 K콘텐츠 중 하나인 '오징어 게임'의 성공 원인도 게임 콘셉트를 차용해 다양한 인간 본능과 그 심리를 절묘하게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게임산업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2022년 국내 게임산업은 22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대한민국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단숨에 세계 4위 게임강국이 됐다. 게임은 콘텐츠 수출 비중의 70%를 차지하며 오래전부터 우리 수출의 숨은 강자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9%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다소 어두운 전망이 그려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야외활동과 함께 다양한 즐길거리로 사람들의 관심이 이동한 탓이다.

게임산업의 성장 둔화를 엔데믹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만 볼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 게임산업이 잘하는 것에만 몰두한 나머지 새로운 재미와 가치를 찾는 데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올해 발간된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작되는 게임의 약 30%가 롤플레잉 장르에 편중돼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차트 10위 내 국내 게임 대다수는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이다. 반면 해외 게임은 퍼즐, 음악 같은 캐주얼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인기차트가 구성돼 있다.

게임의 가장 큰 즐거움은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다. 하나의 퀘스트(온라인 게임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깨고 새로운 퀘스트에 도전하는 것이 게임의 절대적 룰이자 묘미다. 이제 우리 게임산업도 이 같은 게임의 규칙을 적용해야 할 때가 아닐까. 지금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도모할 시점이다.

이용자의 기대와 관심을 끌기 위해선 새로운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가령 콘솔게임은 게임 선진 지역인 북미·유럽의 전체 게임 이용자 40% 이상이 즐길 정도로 상당히 인기 있는 분야다. 그러나 국내 콘솔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낙담은 이르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우리나라도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등 주목받는 콘솔게임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P의 거짓'이 누적 이용자 700만명을 달성하고, 이와 맞물려 해당 게임사의 영업이익이 60% 이상 급증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콘솔게임이 우리나라 게임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콘솔게임에 도전하는 게임사를 지원하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디게임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지난 1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등 주요 콘솔 플랫폼사와 연계해 국내 유망게임을 발굴해 제작비 등을 지원하고, 실제 플랫폼사 마켓에 입점·홍보가 가능하도록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인디게임은 가능성이 무한한 분야다. 인디게임의 토양이 단단해지도록 초기 제작자의 창업을 돕고, 선도기업과 연계한 상생 협력형 창업지원도 새롭게 마련했다. 또 기존 기획·제작·유통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유망게임이 해외 유명 게임쇼에 출품될 기회도 늘렸다.

이 밖에도 이번 5개연도(2024~2028) 진흥계획에는 전체이용가 본인인증, 게임시간선택제 등 규제 개선책과 많은 국민이 즐기는 이스포츠 활성화 등 다양한 시도들도 담았다.

모든 도전은 실패 가능성을 동반한다.
그렇기에 성취했을 때의 만족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일 테다. 문체부는 앞으로도 미개척지를 찾아 국내 게임사의 진취적인 도전을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 대한민국 게임이 제2의 도약을 통해 진정한 게임강국으로 '레벨업'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응원을 당부드린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