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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월부터 中 선박 입항 수수료 걷어...2월 제안보다 완화

美 USTR, 10월 14일부터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中 선박에 수수료 부과
NT당 18~50달러, 단계적으로 인상 예정
지난 2월 제안과 달리 항해당 1회 부과, 연 5회 상한 도입
中 해양 산업 억제 목적이나 美 물가상승 우려와 타협
美 LNG 건조 촉진 정책 추가, 中 항구 크레인 관세도 제안

美, 10월부터 中 선박 입항 수수료 걷어...2월 제안보다 완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피드로의 로스앤젤레스 항구에서 컨테이너 선적용 항구 크레인을 배경으로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2월부터 중국의 조선 및 해운 산업을 공격하기 위해 입항 수수료를 추진했던 미국 정부가 결국 오는 10월부터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다만 실제 징수 범위는 미국 내 급격한 물가상승 위험을 감안해 기존 구상보다 축소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중국 기업이 소유 및 운영하는 선박 △비(非)중국 기업이 운영하지만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별도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알렸다. 수수료는 발표 당일부터 180일 뒤인 10월 14일부터 시행된다.

수수료는 선박에서 여객 및 수송에 사용되는 공간을 나타내는 순톤수(Net tonnage·NT)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중국 기업의 선박은 NT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내야 하며 USTR은 이를 내년부터 매년 30달러씩 올려 2028년 기준 140달러(약 20만원)까지 올릴 예정이다. 비중국 기업의 중국 선박은 NT당 18달러를 내야하고, 수수료는 2028년까지 매년 올라 총 33달러로 인상된다. 비중국 기업은 NT 단위가 아닌 컨테이너 단위로 수수료를 낼 수 있으며 이 경우 컨테이너 1개당 120달러에서 시작해 2028년 250달러까지 증가한다. 중국에서 만든 선박이라도 미국 기업이 소유하거나 화물이 없는 선박, 특정 규모 이하 선박은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은 10월 14일부터 CEU(1CEU는 차 1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를 내며 단계적 인상 계획은 없다. 세 종류의 수수료는 중복 적용되지 않으며 특정 선박은 한 종류의 수수료만 내게 된다. 비중국 해운사는 미국산 선박을 주문해 인도받는 경우, 미국산 선박보다 작거나 규모가 같은 외국산 선박에 대해 수수료를 최대 3년 유예 받을 수 있다.

이번 발표는 USTR의 기존 계획에 비해 다소 완화되었다. USTR은 지난해 4월 미국 5개 노동조합의 청원으로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산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USTR은 지난 1월 중국이 이들 산업을 지배하려고 불공정하게 경쟁해 미국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했다. 이에 USTR은 지난 2월 21일 세계 조선 및 해운 업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해 입항 수수료 부과 계획을 공개했다. USTR은 첫 발표 당시 입항 수수료를 NT당 최대 1000달러씩 받고, 부과 대상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마다 수수료를 받겠다고 주장했다. 미국 해운 기업들과 공급망 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USTR 청문회에서 해당 정책이 비현실적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전미소매업연맹의 공급망 및 관세 정책 담당 조나단 골드 부사장은 청문회에 앞서 "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항만 수수료를 관세보다 더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운업체들은 비용을 전가할 뿐만 아니라 특정 항로에서 철수할 것이며, 따라서 오클랜드, 찰스턴, 델라웨어, 필라델피아 등 소규모 항구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STR은 17일 발표에서 입항 수수료를 항구 정박시 따로 받지 않고 미국을 거쳐 가는 항해 일정당 1번씩 받기로 했다. WSJ는 미국행 화물선이 일반적으로 항해 일정당 평균 4번씩 미국 항구에 정박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USTR은 입항 수수료 부과 횟수가 조건에 상관없이 선박당 1년에 5번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USTR은 이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미국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 3년 뒤부터 미국에서 수출하는 LNG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했다. 2028년 4월 17일부터는 전체 LNG 수출 물량의 1%를 미국산 LNG선으로 운송해야 하며, 2047년에는 이 비중을 15%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USTR은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선적하거나 하역할 때 쓰는 STS 크레인과 관련해 중국산 제품에 100%, 중국산 컨테이너에 20~100%의 관세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USTR은 5월 19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최종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美, 10월부터 中 선박 입항 수수료 걷어...2월 제안보다 완화
지난 11일 중국 장쑤성 난징의 조선소에서 화물선이 건조되고 있다.A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