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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때 불려가도 보호는 뒷전… 공무원 재해보상법 ‘구멍’

산불·홍수현장 등 위험상황 투입
해마다 재해보상금 지급 증가세
민간 산재법보다 턱없이 부실
보완 시급한데 개정안 국회 계류

위험 상황에 노출되는 공무원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지킬 제도적 장치는 턱없이 부족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산불 등 대규모 재해·재난 증가, 유형과 원인이 복잡한 민원 증가 등으로 위험 상황에 노출되는 일선 공무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1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당사자 또는 유족에게 지급하는 재해보상급여 연간 지급액이 지난 2023년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 1673억원 수준이던 재해보상급여는 최근 △2020년 1739억원 △2021년 1751억원 △2022년 1869억원으로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는 약 217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 제도 미비…안전 장치 시급

최근 발생한 영남권 산불에서도 산불 진화에 나선 공무원, 산불진화대원 등을 포함해 3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작업 중지'와 같은 제도를 통해 업무상 위험을 줄이고 재해를 예방하는 민간과 달리, 산불·홍수 등 재난 현장에 투입돼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공직의 경우 더 체계적이고 철저한 재해예방이 요구된다. 작업중지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 등에 따라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근로자를 작업장소에서 대피시키는 제도다.

문제는 현재 공직 재해예방 예산은 민간 대비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관련 법이 부족해 체계적 관리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정부의 공무상 재해예방 사업예산은 13억6000만원으로 공무원 1인당 1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해 기준 근로자 1인당 5만5000원의 재해예방 예산을 가진 민간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산업재해 관련 법과 공무원 재해 관련 법의 차이도 크다. 산업재해의 경우 여러 법에 350여개의 조항이 있지만 공직은 '공무원 재해보상법' 단 한 개의 법에서 보상과 예방을 단 63개 조항에서 규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해예방을 위한 조직과 기구도 부족한 실정이다. 산업재해의 경우, 지난 2021년 고용부 내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있지만, 공직은 재해예방 정책 기능을 담당할 별도 조직이 없다.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는 전국 10개 센터에 불과해 각지에 근무 중인 128만 공무원을 지원하기에는 접근성도 떨어진다.

■재해보상법 개정안 국회서 '낮잠'

공직사회에서는 공무상 재해의 예방을 위한 예산 확대와 법령 마련, 조직과 기구 신설 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관련 예산과 법 제도 미비 등의 문제로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인사처가 지난해 8월 '범정부 공무원 재해예방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국가와 지자체, 공무원 개인의 재해예방 책무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의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공무상 재해예방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을 이제 막 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국회에서 아직 제대로 된 심사도 이뤄지지 않아 통과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개정안은 재해예방에 관한 책무를 부여해 인사처와 각 기관(국가 및 지자체)의 재해예방 역할을 의무화하고, 공무원에게도 재해예방을 위한 관련 규정 및 조치 준수 의무화를 부여한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또 △기관별 건강안전관리체제 및 협의회 구축 △공무원 건강안전에 관한 계획 수립 △공무상 재해 통계 작성 근거 마련 △재해예방및보상부담금 확대 개편 등을 주 내용으로 공무원 재해예방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체계를 수립하도록 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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