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 사업 5년
해를 거듭할수록 관심 뜨거워
서울학생 2000명 넘게 농촌으로
제주·인천 등 전국으로 사업 확대
폐교 위기 학교는 학생 늘어 활기
학부모 참여에 지역사회도 살아나
유학생 90% "유학 생활에 만족"
대상학교 절반 유학생 유치 못해
"정주여건 개선 등 국가지원 절실"
농촌유학학교에서는 숲클라이밍, 암벽등반, 트리클라이밍 등 자연 친화적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학교와 학원, 집만 오가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전교생이 함께 어울리며 배우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고 인성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원 양양 남애초등학교에 자녀 차도원, 차희원 학생을 유학 보낸 학부모 이은진씨는 24일 농촌유학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연 친화적인 환경과 공동체 경험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남애초 윤길중 교장 역시 농촌유학이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2021년부터 2227명 체험
농촌유학은 서울 초·중학생이 전남, 전북, 강원 등 자연 친화적 농촌 지역 학교에서 6개월에서 1년간 유학하며 생태교육과 지역사회 체험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021년 농촌유학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참여 학생 수는 꾸준히 늘어 2025년 1학기 현재 누적 2227명에 달한다. 특히 2025년 1학기에는 376명이 참여하며 그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최근 마감된 2학기 1차 신규 모집에도 168명이 지원하며 농촌유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2025년 9월부터는 제주도도 농촌유학 지역으로 포함돼 더욱 다양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게 됐다. 2026년 상반기에는 충남과 인천시교육청 지역으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경남과 경북 지역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해 매 학기 신규 참가 학생들에게 월 3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유학비를 지원한다. 2021년부터 2025년 1학기까지 총 23억원 이상의 예산이 집행됐으며, 이는 농촌유학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유학 생활 만족 89.6%
농촌유학은 학생들의 성장과 지역사회 활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애초 학부모 이은진씨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과 함께 친구 관계 개선 등 긍정적인 학교생활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학생들 스스로도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남애초 6학년 정아린 학생은 "밴드부와 서핑 활동으로 건강해졌다"고 했으며, 전남 강진 작천중 2학년 문가온 학생은 "자연 속에서 독립적이고 밝아졌다"고 말했다. 전남 화순 동복중 김승하 학생은 4년째 농촌유학 생활에 만족하며 고등학교까지 화순에서 다니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2023년 조사 결과, 유학생의 87.3%가 생태감수성이 향상됐고, 85.4%가 정서적 안정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2024년 만족도 조사에서는 89.6%가 유학 생활에 만족했으며, 89.5%가 주변에 추천하고 싶다고 답했다. 장기 체류자 비율도 59.8%에 달해 농촌유학이 단기 체험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교육 모델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들 소리에 마을 활력
농촌유학은 지역사회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였던 학교들이 농촌유학으로 활기를 되찾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학생 수가 10명에 불과했던 화순의 한 초등학교 분교는 서울 학생 10명 유학으로 20명이 돼 학교 운영에 활력을 얻었다. 남애초등학교 역시 농촌유학 시작 후 학생 수가 11명에서 43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역 주민들은 아이들 소리가 들려 좋다며 반기고, 유학 온 학부모들도 동네 행사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농촌유학 학교들은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강원 정선 화동초의 '나는 화암예술가' 프로그램은 정선의 정서와 예술을 체험하며 창의력을 키운다. 전남 곡성 삼기초는 영화학교를 운영하며 학생들이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예술적 상상력과 표현력을 기른다. 제주시 송당초는 지역 신화를 소재로 한 교육과정을 통해 제주의 전통 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가르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러한 특색 프로그램들은 농촌유학의 교육적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 예산·시설 확충 필요
농촌유학의 지속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거주 시설 확충 및 환경 개선이다. 2025년 3월 현재,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 대상 152개 학교 중 42.7%에 해당하는 65개 학교가 정주 여건 관련 사유로 유학생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유학마을 조성, 숙소 리모델링 등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법적 근거에 기반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학생 가족의 임차료, 공공요금, 식비 등 실질적인 유학 생활 비용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농촌 유학학교에 특화 프로그램 기획과 체험활동비, 인건비, 운영관리비 등 예산 및 인력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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