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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주요 3개 장관 임명에 국힘 동의, 모처럼 보여준 야당의 협치

[fn사설]주요 3개 장관 임명에 국힘 동의, 모처럼 보여준 야당의 협치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국민의힘이 18일 미국발(發) 관세폭탄에 대응하라며 구윤철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자원통상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에 전격 동의했다. 당초 일부 후보자의 '낙마'를 조건으로 내걸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보이콧하려 했던 국민의힘이지만, 국익 차원에서 주요 3개 부처 장관 임명에 동의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결정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각종 대내외 현안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대승적 결단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당내 회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시행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급박한 상황인 만큼 기재부·외교부·산업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조기 채택해 관세 협상에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진숙 교육부·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거취 문제를 조속히 정리하라는 '단서조항'을 달긴 했다.

그래도 최근 각종 쟁점 현안을 놓고 대립이 격화된 정국에서 모처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으로선 정권을 빼앗긴 마당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러지 않고 야당의 입장에서 협치의 손을 먼저 내민 것인데,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바람 앞의 등불에 비유할 만한 위기에 놓여 있다. 국내외의 나쁜 여건들로 여차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달 1일 상호관세와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대한 개별관세까지 매기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영세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인 게 요즘 경기 상황이다. 물건 판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좀비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7%로 하향 조정한 것처럼 경제 전망은 매우 어둡다. 단기간에 살아날 가망도 보이지 않고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경영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돼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했다.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더 센 상법개정안도 대기 중이다. 여기에 짧게는 수개월에서 1년 이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규정한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게다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전 정부에서 인하된 법인세율을 25%로 되돌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양한 국정 과제 추진에 필요한 세수가 수십조원씩 구멍이 생겼으니 이유가 없지는 않지만, 그러잖아도 어려운 기업들 앞에 또 다른 악재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경제, 외교, 통상장관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 채택에 동의한 것은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을 실천한 결단이었다고 본다.
정부는 이를 존중해 하루빨리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현안에 대처하기 바란다. 기업들을 옥죄기보다는 애로를 해소해 주고, 국제 무대에서 마음껏 경영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재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