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미국의 관세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7월 31일 행정명령을 통해 8월 7일부터 새로운 관세체계를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유럽연합(EU), 일본에 대해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일률적이지 않다.
EU의 경우 대다수 EU의 대미 수출품에 미국이 15% 관세를 부과하는 협정에 합의했으나 항공기 부품, 특정 화학제품, 반도체 장비, 일부 농산물 등은 0% 부과 품목으로 지정되었고 철강·알루미늄 등은 여전히 최대 50% 관세가 유지된다.
일본의 경우 대미 수출품 대부분에 15% 상호관세를 적용키로 합의하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는 당초 적용하려던 27.5%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하였다. 일부 상품은 기존 관세 위에 15% 관세가 추가되는 관세 중첩도 해결키로 한바 중첩관세는 적용되지 않도록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트럼프는 145%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으나 금년 8월 초까지 90일의 유예 기간엔 30% 관세율을 적용했고, 이의 연장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협상 마무리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에서 가장 어려워지는 나라는 어디일까. 국가별 비교 가능한 자동차 품목 관세를 중심으로 보면 우리가 쉽지 않은 여건에 처할 전망이다. 한국산 자동차는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승용차(HS 8703), 화물차 등 대부분 완성차는 2021년부터 0%의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반면 일본산 자동차는 일본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못하여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대우 적용만 받아 2.5%의 관세를 부담해야 했다. 트럭·픽업트럭에 대해선 25% 관세가 유지되었다. EU산 승용차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WTO 최혜국 대우만 인정받아 2.5%의 관세율을 부담하였다. EU도 미국과 FTA 체결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엔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Trade Act) 1974년 제301조에 따른 25%의 관세를 부과, 2.5%의 최혜국 관세를 더해 총 27.5%의 관세를 부담했다. 특히 2024년 5월 이후 중국산 전기차는 100%의 고율 관세를 부담했다.
이제 협상 마무리 시점에서 EU·일본·한국산 자동차는 15%의 관세율을 부담하게 되었다. 중국산은 27.5%의 기존 관세에 상호관세 유예에 따른 보편관세율 10%와 소위 '마약관세' 20%를 더해 57.5%를 부담해야 한다. 일본·한국·EU산은 동률 관세를 부담하게 되고, 중국산은 이들 국가 대비 약 3.8배의 관세율을 부담하게 된다.
추가 관세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대미 수출여건은 일본과 EU에 비해서 악화되었다. 한국은 0%에서 15%로, EU와 일본은 2.5%에서 15%로, 중국은 기존 25%에서 57.5%로 변동되면서 추가 관세 부담을 안게 되었다. EU와 일본의 수출여건은 우리나라 대비 개선되었고 한국과 중국은 악화된 것이다. 우리에겐 중국의 미국 시장 진출이 더욱 어려워진 점이 유리해진 것이나, 기존에도 우리는 미국 시장에서 주로 일본산, EU산과 경쟁했었다.
어찌할 것인가? 우선, 세부 추가 협상에서 미국 측에 이런 상황을 알리고 유리한 협상을 전개해야 한다. 작은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업계의 대미 투자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다는 점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대미 가격경쟁력 악화 부문을 정밀진단하고 세제 포함,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새로운 규제 도입은 트럼프 행정부 기간만이라도 최대한 자제되어야 한다. 정부가 기업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설 때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