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기업은 사장의 그릇만큼 크고, 국가는 지도자의 그릇만큼 큰다. 한국은 지도자가 교체될 때마다 성장률이 1%p씩 하락하는 비운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정치 빼고는 모든 분야에서 빛나는 한국의 아킬레스건은, 정치 그 자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이 0%대 성장의 암울한 늪에 빠져들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새로운 정책의 청사진을 그린다고 한다. 이는 지도자의 철학에 맞춘 것이 아니라 국가 발전의 웅대한 비전을 위한 통치 철학이어야 한다.
기업의 운명도, 국가의 운도 늘 마디마디 고비가 있다. 역사 속에서 더 크고 융성한 도약을 이룬 나라는 언제나 고통의 계곡을 건너야 했다. 지금 이 고통의 마디를, 단순한 관행으로 넘기지 말고 파격(破格)의 칼날로 베어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인공지능(AI) 전쟁의 시대, 이는 국가 대 국가의 치열한 격전장이다. 괴팍한 천재 한명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시대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배운 제조업의 노하우는 이미 중국의 손아귀에 넘어갔고, 이제 AI를 입힌 제조업의 화려한 부활과 국부의 재창출을 이루지 못한다면 고통의 세월만 길어질 뿐이다. 50년 전 13.5%대의 눈부신 성장을 구가하던 나라가 0%대로 추락한 이 순간, 50년의 변곡점을 새로 창조하는 지도자가 진정한 역사의 지도자다. 한국은 5년의 단기 성과가 아닌, 새로운 50년의 영광스러운 비전을 그려낼 리더를 갈망한다.
AI 기술전쟁의 격랑 속에서 최고의 정치는 인재교육과 과학기술을 최전선에 세우는 것이다. 제조업에 AI를 제대로 융합하면, 트럼프의 15% 관세조차 가벼운 미풍처럼 넘어설 수 있다.
AI 전쟁 시대 한국이 파격을 통해 웅비하려면 첫째, 요람에서 무덤까지 AI를 전 국민에게 전면 무료 의무교육으로 보급해야 한다. 이는 지식의 바다를 모든 이에게 열어주는 혁명이다. 둘째, 교육대와 사범대를 의대 이상의 위상으로 격상시키고, 더 높은 보수를 부여해 인재를 키우는 이들을 사회의 별처럼 대접해야 한다. 셋째,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그 두배인 7000억달러를 한국 첨단기술산업에 쏟아부어야 한다. 이는 자본의 불꽃으로 미래를 밝히는 대담한 승부를 거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본질에서 돈의 레버리지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국가부채비율이 아니라 부채를 늘려 그 몇 배를 버는 투자가 진정한 선진국의 면모다. 노동이 AI로 대체되는 혁명적 시대에 국가 운영을 40년 전 제조업 시대의 노동 논리로 접근하면, 자본은 새처럼 날아가 버린다.
정치가 빚어낸 0%대 성장, 저질 정치와 존경받지 못하는 정치는 수명이 짧다. 포퓰리즘 정치의 종착역은 폭망의 절벽이다.
AI 시대, 질문력이 실력이다. 언어는 그 사람의 내공과 품격의 거울이다. 후벼 파기만 하고 메울 줄 모르는 정치는 하수다.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진부한 질문을 던지는 정치, 막말로 얼룩진 정치는 자동으로 퇴출의 운명을 맞는다.
퍼팅은 매번 바뀌듯, 국가 정책도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변모해야 생존한다. 정보의 유통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시대, 한번 정한 정책을 5년간 고수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며, 5년간 얼마나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가에 달렸다.
절박함이 힘의 원천이다.
사막과 고산에서 피어나는 꽃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잠깐 내리는 비와 짧은 햇살 속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 단기간에 열매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더 크고 융성한 미래를 열기 위한 진통의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국정기획은 시간이 아니라 실력과 절박함이 핵심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