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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경제 동력은 혁신…韓과 협력하면 글로벌 AI 기업 나온다" [AI월드 2025 특별강연]

"이스라엘 경제 동력은 혁신…韓과 협력하면 글로벌 AI 기업 나온다" [AI월드 2025 특별강연]
지난 9월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 'AI월드 2025'에서 야리브 로탄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 부사장(VP)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의 인공지능(AI)은 기초 모델보다 실제 산업 현장과 과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 위주다."
야리브 로탄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 부사장(VP)은 지난 9월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 'AI월드 2025'에 'AI 시대, 스타트업 네이션의 혁신 생태계'를 주제로 진행한 특별강연에서 이스라엘 혁신의 비결로 실용성을 꼽았다. 혁신은 실생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주 목적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체 단백질·배양육을 연구하는 알레프팜스도 물 부족 문제와 비옥하지 않은 토양을 극복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끊임없이 농업 기술 혁신을 추진한 과정에서 탄생했다. 로탄 부사장은 "혁신은 단순한 산업 하나가 아닌 이스라엘 경제 전체의 핵심 동력"이라고 밝혔다.

■인구는 900만, 스타트업은 7000개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은 이스라엘의 대표적 스타트업 조사기관이자 현지·글로벌 투자자들과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매칭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스라엘 기술 생태계 전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적합한 기업과 글로벌·로컬 투자자들을 연결하고,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와 리포트를 제공하는 게 주 업무다.

로탄 부사장은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의 사명은 이스라엘 혁신에 누구나 마찰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고객, 투자자, 각 나라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다리를 놓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국적 기업이 이스라엘 혁신과 협력하는 방법, 자신 만의 혁신 전략을 세우는 법, 어떤 벤처캐피털 모델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지를 알려주는 고유한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인구 900만명에 불과하지만, 스타트업 수는 7000개가 넘는다. 스타트업 수가 인구 1400명당 1개로 세계 1위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만 130여개로 미국·중국에 이은 3위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혁신 잠재력을 갖춘 이스라엘 기업들이 글로벌 자본과 만나 혁신 생태계의 급성장을 이뤄냈다.

■"'조급한 혁신'이 혁신의 근간"
아울러 이스라엘이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새로운 기술을 고객에게 빠르게 적용해 가치를 제공하려는 '조급한 혁신(Impatient Innovation)’, 스승에게 질문을 하며 답을 찾아가는 '후츠파 정신' 등 이스라엘 특유의 저돌성이 독특하고 강력한 혁신 방식이 근간이 됐다고 로탄 부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고객 가치 전달에 우선순위를 둔 이스라엘 창업자들은 대부분 성격이 급하다"며 "복잡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 이 같은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창업 생태계는 정부의 강력한 육성 정책 아래 벤처투자와 창업의 선순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로탄 부사장은 "이스라엘에는 한국의 삼성·SK·LG 같은 대기업이 없는 대신 다국적 기업들을 끌어들여 연구개발(R&D) 센터와 혁신 센터를 세우도록 했다"면서 "이로 인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더 많은 인재 개발이 가능해졌으며, 이스라엘 창업자가 기업을 매각한 자본을 다시 생태계에 투자한다"고 전했다. 실제 이스라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창업자의 60%가 연쇄 창업가다.

그는 "이스라엘 기술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으로, 유럽·미국과 비교해도 두 배 가량 높다"며 "이스라엘의 이 같은 10%의 노동력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이스라엘 수출의 50% 이상이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보안 분야 두각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은 올해 상반기 전쟁 위기가 고조됐던 올해 상반기에도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약 100억달러의 민간 투자가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현재 이스라엘 전체 기업 중 AI 기업 비중은 30% 수준이지만, 투자 기여도는 50% 이상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로탄 부사장은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닷컴 버블·전쟁·금융위기·팬데믹 등 여러 위기를 겪었지만 이스라엘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빠르게 성장했다"며 "이는 이스라엘 기술 생태계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탄 부사장은 이스라엘이 가장 두각을 보이는 혁신 산업으로 사이버보안을 언급했다. 실제 미국 벤처 캐피털(VC) 노터블 캐피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을 선정한 ‘2025 떠오르는 사이버기업' 리스트 30곳 중 11곳이 이스라엘 기업이었다.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이 올해 7월 발표한 2024년 이스라엘 하이테크 분야별 투자 규모를 보면 사이버보안이 1위(38억달러)로 조사됐다.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산업 성장 과정을 보면 이스라엘의 선순환 창업 생태계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2010년대 초부터 국가 차원의 사이버 전략을 수립하고, 남부 지역의 가장 큰 도시인 베르셰바 내 ‘사이버스파크(CyberSpark)’ 등의 단지를 조성하며 사이버보안 지원책을 실시해왔다. 심지어 이스라엘 군대에서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한다. 실제 이스라엘 방위군(IDF) 8200부대 출신들이 제대 후 스타트업 창업과 민간 산업에 뛰어들면서 현지 사이버 인재 양성기관을 하고 있다. AI 시스템 보호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게 로탄 부사장의 예측이다.

그는 "세계 10대 사이버 보안 기업 중 5곳을 이스라엘 창업자가 설립했다"며 "이스라엘의 사이버보안 기업 수는 적지만 전체 투자액의 40%를 차지할 만큼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헬스테크 △모빌리티 △기후 기술 △푸드테크 등도 이스라엘이 강점을 지닌 산업으로 지목했다. 그는 "투자 섹터별로 보면 헬스테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이 주요 부문"이라면서 "핀테크·딥테크 산업은 자금 조달이 더 어렵지만, 다음 세대 혁신을 이끌 중요한 영역"이라고 했다.

■"韓·이스라엘 손잡으면 시너지 낼 수 있어"
로탄 부사장은 AI 시대를 맞아 한국과 이스라엘이 협력할 기회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 제조업 강국인 한국과 미래 먹거리 기술력을 갖춘 이스라엘이 손을 잡으면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로탄 부사장은 "이스라엘은 세계 지도에서 점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작고, 매우 복잡한 곳임과 동시에 매우 강력한 혁신의 요새"라며 "이스라엘의 혁신과 한국의 실행력·스케일을 결합하면 양국이 함께 글로벌 AI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AI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탄 부사장은 "AI는 우리가 이해하거나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 전부터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무질서하게, 모든 방향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사업 기회 발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임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