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선익 특파원】“한 남자의 꿈이 한 마리의 강아지를 살렸고 그 강아지는 훗날 재난현장에서 수십 명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어느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 같지만 실화입니다. 일본의 마스코트라 불리는 구조견 ‘유메노스케’의 이야기입니다. 2010년 11월. 동물복지단체 ‘피스윈즈재팬(Piece Winds Japan)’의 오니시 겐스케 대표는 유기견과 유기묘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현의 동물보호소로 견학을 갔습니다. 사전 약속을 하고 보호소를 찾았으나 이미 유기견들은 살처분을 당한 상태. 오니시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제대로 예약을 했음에도 기다려 주지 않았던 보호소 측이 야속했다”고 말했습니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보호소를 둘러보던 중 보호소 한켠에 자리잡은 ‘드림박스(Dream Box)’라고 불리는 방을 발견한 오니시 대표. 방을 열어본 그는 아연실색했습니다. 드림박스는 바로 유기견들을 집어넣고 도살하는 가스실이었던 것입니다. 오니시 대표는 “드림박스를 보고 바로 유기견과 유기묘 '살처분 제로'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드림박스를 둘러본 후 자리를 뜨려던 순간 눈에 들어온 건 가스실 옆 케이지에서 공포에 떨던 ‘유메노스케’입니다. 사실 유메노스케는 오니시 대표의 방문 전날 살처분이 예정돼 있었는데보호소 직원의 실수로 남겨지게 됐고 운명적으로 오니시 대표를 만나게 됐습니다. 오니시 대표는 “처음 유메노스케를 만났을 때 유메노스케는 죽음을 각오하고 떨며 오줌을 흘리고 있었다”며 “유메노스케를 만나자마자 바로 이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스실에서 살아 나온 유메노스케는 모든 유기견이 그렇듯 이름이 없었습니다. 오니시 대표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유메노스케에게 “꿈과 희망을 건다”라는 뜻으로 ‘유메노스케’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오니시 대표는 “유메노스케는 2010년 8~9월생으로 추정되는 암컷으로 처음에는 인간을 경계하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등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다”며 “눈은 항상 텅 비어있었고 몸은 굳은 채 먹는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오니시 대표는 희망이 없던 유기견 유메노스케를 희망을 주는 구조견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우선 사람에 익숙해지도록 여러 커뮤니케이션을 시도. 3개월 만에 처음 산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후 사람과 산책하게 되는 데는 1년이 걸렸고 이후 엄격한 훈련을 통해 재해구조견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습니다. 2014년 8월 20일. 일본 히로시마 산사태 재해 당시 자신이 버려진 히로시마에 유메노스케는 첫 출동을 했습니다. 결과 실종자 1명을 발견해 내 처음으로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필리핀, 2015년의 네팔과 대만, 2016년의 구마모토 지진 등 국내외의 각종 재난현장에서 활약하며 수십명의 생명을 구해냈습니다. 일본동물애호협회는 유메노스케의 활약을 인정하고 2015년 ‘제7회 일본동물대상’에서 공로동물상을 시상했습니다. 공로동물상은 동물과 자연의 이해에 뛰어난 공적을 올린 실천자들에게 주는 상입니다. 일본동물애호협회는 “도살 직전에 구출돼 재해 구조견으로 훈련하고 실제로 히로시마의 토사 재해 등의 현장에서 활약한 공로를 인정한다”며 “현재도 많은 수의 유기동물을 살처분 하는 일본의 상황에서 큰 제안이 되는 사례”라고 극찬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메노스케의 이야기는 TV와 책으로도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일본 가나가와현 등의 지자체에서는 유메노스케의 책들이 어린이와 청소년 권장도서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SBS TV동물농장과 각종 언론들에 의해 전해져 애견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도 유기동물이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유기동물 8만9732마리가 구조·보호됐습니다. 전년동기 대비 9.3%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동물보호센터에 입소된 이들 유기동물들은 절반(44.9%)가량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오니시 대표는 “그저 귀엽다거나 불쌍하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개들이 인간의 파트너로써 사회나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넓혀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개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도 사람이고 생명을 뺏는 것도 사람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유기동물들의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면 생명을 구하고 그 생명을 빛내주면 어떨까요? 한국에서 제2의 ‘유메노스케’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2018-01-24 10:09:44【 히로시마(일본)=강규민 기자】 일본에 근거지를 둔 피스윈즈재팬은 세계적인 비정부기구(NGO) 구호단체로 사람은 물론이고 일본내 대표적인 동물구호 단체다. 오니시 켄스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피스윈즈재팬은 지난해 기준 연간 600억원에 이르는 예산으로 아프가니스탄, 가자지구, 스리랑카, 네팔 등 11개국에 사무소를 운영하며 연간 30만명에게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일본 내 초고령화 지역의 재생사업과 동물복지를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피스윈스재팬이 운영하는 동물복지 프로젝트인 피스완코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봤다. ■피스완코 프로젝트로 살처분 제로 실현 피스윈즈재팬은 유기견 보호 사업인 피스완코재팬(Peace Wanko Japan) 프로젝트를 통해 히로시마현에서 유기견,유기묘 살처분 제로를 실현해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피스완코프로젝트를 통해 살처분 위기에 놓인 유기견을 치료,교육훈련 등을 거쳐 구조견으로 활용하거나 입양하는 방법으로 일본 광역자치단체 중 살처분이 가장 많았던 히로시마현 전역의 개 살처분을 제로(0)로 만들었다. 지금도 1700여 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보호하며 일본 최대의 유기견 보호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피스윈즈재팬이 피스완코 프로젝트를 통해 입양한 보호견은 700여마리가 넘는다. 피스윈즈재팬은 히로시마현에만 4곳의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보호소에는 직원 50여명과 수의사 3명이 있으며 수의사들은 매일 4개 견사를 차례로 방문해 유기견의 상태를 살핀다. 모든 보호소는 도심에서 떨어진 깊은 산속에 위치해 주민들에게 소음이나 악취 등의 피해를 최소화 한다. 각 보호소들도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을 막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다. 4개 보호소에 머무는 2200마리 이상의 유기견들은 피스윈즈재팬의 체계적인 위생관리 및 개들의 복지를 우선시한 운영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피스윈즈재팬은 히로시마에 1700여마리의 보호견을 수용하는 제4견사에 이어 제5,6견사를 건설 중이다. 이들 견사가 준공되면 3000여마리의 보호견을 수용할 수 있게된다. ■피스완코의 마스코트 '유메노스케' 피스완코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구조된 유메노스케는 피스윈즈재팬의 유명세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니시 대표는 히로시마에서 살처분 직전의 유기견을 데려와 구조견으로 훈련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살처분실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생후 4개월된 강아지를 약 6개월간의 건강관리와 교육훈련을 통해 재난구조견으로 키웠다. 이 구조견은 2014년 히로시마 산사태를 시작으로 네팔 지진, 대만 태풍 현장 등 재난 현장에 투입돼 무너진 건물 속에서 실종자 발견 성과를 거뒀다.사람이 죽이려던 유기견이 사람을 살리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유메노스케 이야기는 각종 매체 등을 통해 일본 전역에 퍼지며 후원금이 쏟아졌다. 유메노스케의 힘으로 지난해에만 3만여명으로부터 100억원의 민간 후원금이 모아졌다. ■에이팟으로 글로벌 구호활동 강화 에이팟은 피스윈즈재팬의 일본을 위한 구호단체인 시빅포스에서 글로벌로 범위를 확장한 개념이다. 시빅포스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구조헬기로 재해 현장을 가까이에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실시간 전파했으며 600여 기업과 시민 5만명의 후원, 350억엔의 모금을 이끌어냈다. 정부-기업-NGO-시민이 협업하는 재팬 플랫폼의 경험이 축적됐기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 피스윈즈재팬이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면서 하나의 일본 NGO로서는 다 커버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게 된 것이다. NGO-기업-정부를 잇는 재팬플랫폼과 일본 내 구호활동에 초점이 맞춰진 시빅포스까지 만들며 대규모 재난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버전으로 넓혀가고 싶다는 생각이 이끌어 낸 결과다. 에이팟은 일본과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6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플랫폼이다. 아시아의 실정에 맞는 플랫폼을 만들자 생각했고, 이게 잘되면 새로운 형태의 국제기관 시초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외무성은 유엔과 적십자사에 내는 정부 분담금을 에이팟에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피스윈즈재팬은 피스완코 프로젝트를 통해 구조된 개들을 유기견들을 구조견으로 양성한 후 에이팟의 구호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camila@fnnews.com
2017-11-27 18:05:03국내 동물 반려가구가 100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관련 산업도 고속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그늘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기다. 반려동물을 키울 준비나 여건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덥석 입양했다가 시간적,경제적 부담 때문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연간 50만마리를 육박하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유기된 반려동물 중 대부분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살처분되거나 길거리에서 교통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 동물 유기와 유기동물 처분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동물반려 선진국인 일본은 동물보호단체와 손잡고 오는 2020년까지 '유기동물 살처분 제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파이낸셜뉴스는 그 일선에서 최고 책임을 맡고 있는 비정부기구(NGO)의 오니시 겐스케 피스윈즈재팬 대표(사진)를 지난주에 만나 유기동물 관리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피스윈즈는 유기견을 구조견으로 키우는 '피스윈즈재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피스윈즈재팬의 유기견 보호 및 관리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피스윈즈재팬은 해외에서 인도적 활동을 하는 비정부기구로 히로시마현에 본부를 두고 있다. 재난구조 활동도 그 하나다. 일반적으로 구조견을 정할 때 전문 브리더로부터 자질을 인정받은 개를 선택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유기동물의 살처분이 문제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이 프로젝트의 영향으로 현재 히로시마현에서는 유기된 개와 고양이의 살처분이 한 마리도 없는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피스윈즈재팬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적지않은 자금이 필요할텐데.▲초기자금으로만 12억원이 들었다. 이외에 추가비용이 얼마나 더 들어갈지와 기부를 어떻게 받을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인 비판이 거셌다. 그러나 고향세 제도가 도입되고 비영리단체(NPO)로부터 피스윈즈재팬이 지원대상이 되면서 지원금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더불어 살처분 직전 훈련한 '유메노스케' 라는 보호견이 히로시마 산사태 발생 당시 최초로 현장에 도착해 조난자를 발견하면서 일본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됐다.1년간 고향세 70억원과 일반 기부를 포함해 총 100억원의 기부를 받았다.―현재까지의 성과는.▲피스윈즈재팬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히로시마현에서만 살처분된 개와 고양이가 각각 2300마리, 6000마리였다. 2013년 초 살처분 제로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약 3년만에 제로로 만들었다. 올해 4월부터 히로시마현 내 살처분 대상 보호견을, 8월1일부터는 고양이를 모두 수용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아 일본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소셜이노베이션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으며 일본 정부와 사회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향후 목표는. ▲2020년까지 일본 전역에서 유기동물 살처분 제로를 실현하는 것이다. 히로시마 현의 살처분 대상 보호견들 수가 다른 현 5개를 합친 규모였는데 1000일 동안 제로로 만들었다. 앞으로 1000일동안 일본 전역의 살처분 제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 다른 지역의 보호단체에 조성금을 지원하고 있고, 살처분 대상 개들을 양도센터로 보내서 양도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펫샵과 브리더 통해 판매되는 개와 고양이는 연간 70만마리다. 이론상으로 10%만 보호견으로 길러준다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한다.―유기견의 구조견 활용 외에도 입양활성화를 위한 방안은.▲일본 도심부에 양도센터를 설립 중이다. 양도는 물론 강좌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최종적으로 동물병원을 연계시키려 한다. 보호센터쪽에 학교도 만들고 반려동물 선진국인 독일이나 미국의 교수를 초빙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졸업한 사람을 대상으로 양도센터에서 채용을 해 전문가로 일하길 바라고 있다. ―한국은 유기 예방을 위해 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일본은 어떤가.▲개는 동물 등록제를 통해 등록을 해야하지만 고양이에 대해서는 등록제가 따로 있지 않다. 일본에서 동물 등록제 칩을 시행했으나 생산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몇 년이 지나면 칩이 작동을 멈추거나 칩을 제거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앞으로는 동물이 태어나자마자 사람처럼 지문을 채취하거나 홍채인식을 이용하는 등록제를 시행했으면 한다. 유럽의 경우처럼 동물을 키울 사람을 대상으로 강습도 하고 시험도 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강규민 기자■제보를 받습니다 반려동물 특별취재팀 pet@fnnews.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fnpetnews
2016-12-19 17:3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