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한 업체가 공개한 ‘신부 교육’ 지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베트남 국제결혼 업체가 최근 작성한 외국인 신부 교육 지침 글이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성차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된 건 지난 24일 해당 업체 커뮤니티에 직원이 올린 ‘기숙사 교육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글에는 베트남 신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다뤄진 7가지 주제가 소개됐다. ‘혼인신고 서류 안내’ 등 기본적인 법적 절차 안내 외에 ‘거짓말을 하지 마라’ ‘생활비를 아껴 써라’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하지 마라’ ‘한국에 있는 베트남 사람을 멀리 하라’ ‘한국에 가면 남편만 믿고 남편이 최고’ 등의 항목이 나왔다. 업체는 공지 글을 통해 베트남 여성의 장점과 단점을 소개했다. 장점으로는 ‘긴 생머리에 예쁘고 몸매 좋은 여성이 많다’ ‘의외로 피부 하얀 여성이 많다’ 등 외모가 강조됐다. 반면 단점으로는 ‘기가 세고 순종적인 여성이 드물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뒤통수를 친다’ ‘결혼하면 남편이 쥐어잡혀 산다’ 등 주장이 언급됐다. 이를 접한 대다수 네티즌들은 성차별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해마다 국제결혼이 느는 추세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아 사회적인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체 측은 논란이 된 교육 주제와 관련해 “신랑 신부가 잘 지내고 있는데 (일부 베트남 사람들의) 나쁜 꼬임에 넘어가면 안 좋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줬을 뿐”이라며 “부부가 잘 살 수 있도록 교육 차원에서 얘기한 거다. 사람들이 국제결혼에 대해 잘 모르고 인식이 안 좋다 보니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고 한국일보에 해명했다. 한편 통계청이 지난해 공개한 ‘2022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다문화 혼인은 1만7428건으로 전년 대비 3502건(25.1%) 늘었다. 이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 폭 증가다.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7.2%에서 9.1%로 늘었다. 결혼을 한 10쌍 중 약 1쌍은 다문화 부부인 셈이다. 다문화 혼인을 한 한국인 남편 연령은 45세 이상이 31.2%로 가장 많았다. 30대 초반(19.3%), 30대 후반(17.1%) 순이었다. 부부 간 연령 차는 남편이 10세 이상 연상인 부부 비중이 35.0%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이 23.0%로 가장 많았고 중국(17.8%), 태국(11.1%) 순이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1-30 08:32:14[파이낸셜뉴스] 젊을수록 음주 시 숙취해소제를 더 찾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31일 롯데멤버스가 최근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음주와 숙취해소제, 해장 등과 관련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행한 뉴스레터 '요즘, 우리는'에 따르면 숙취해소제는 20대가 50대보다 더 자주 복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10명 중 9명(89.2%)은 숙취해소제를 복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20대에서는 '주로 복용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6%로 나타난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5.3%에 그쳤다. 30대는 15%, 40대는 14.3%로 나타났다. 반대로 '거의 복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50대 이상이 41.3%로 가장 많았고, 40대 35.5%, 30대 25.8%, 20대 24%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낮아졌다. '한 번도 복용한 적 없다'는 응답 역시 50대 이상이 15%로 가장 낮았고, 40대 8.5%, 30대 8.3%, 20대 12.4%로 조사됐다. '회식, 모임 등 술을 많이 마신 날에만 복용하는 편'이라고 답한 이들은 30대(50.8%)에서 가장 많았고, 20대 47.6%, 40대 41.8%, 50대 38.3% 순이었다. 숙취해소제 선호 제형에서도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액상 숙취해소제의 경우 연령대별 응답률이 20대 43.1%, 30대 58.7%, 40대 64.7%, 50대 이상 77.1%로 고연령층일수록 선호도가 더 높았다. 환이나 젤리로 된 숙취해소제는 젊은 층이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 형태 선호도는 20대 31.0%, 30대 28.6%, 40대 23.7%, 50대 14.5%였고, 젤리 형태 선호도는 20대 25.4%, 30대 12.7%, 40대 11.2%, 50대 이상 7.6%였다. 해장을 위해 즐겨 찾는 음식은 국물류로 나타났다. 주로 먹는 해장음식 설문 결과, 1위는 '북엇국, 콩나물국, 순댓국 등 해장국류'(23.7%), 2위는 '라면, 짬뽕, 마라탕 등 빨간 국물류'(22.6%), 3위는 '쌀국수, 칼국수 등 맑은 국물류'(9.3%)가 차지했다. 그 외 '햄버거, 파스타, 피자 등 기름진 음식류'는 9.2%,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류'는 7.7%, '커피·유제품·주스 등 음료류'는 7.4%의 응답률을 보였다. '따로 해장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19.4%로 적지 않았는데, 이는 마신 술의 주종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다. 해장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와인(29.5%), 혼합주(28.2%), 맥주(25.3%)를 마셨을 경우에는 높은 편이었고, 소주(12.1%)나 양주(11.4%)를 마셨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번 설문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롯데멤버스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을 통해 진행됐다. 롯데멤버스는 제휴사들에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매월 '지금, 우리는', 매 분기 '요즘, 우리는', 매년 '내일, 우리는' 등 장단기 트렌드를 반영한 간행물들을 발행 중이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3-07-31 08:54:35연말을 앞두고 각국의 경제 지표들이 쏟아지면서 올해 전세계를 휩쓸었던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추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에너지와 식량 등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인데 중앙은행들이 긴축을 멈출 정도로 물가가 진정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1일 발표에서 자체 추산한 지난달 세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동기 대비 12.1%로 사상 최고치였다고 발표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듯하다”며 물가 압박과 공급망 병목 현상이 줄어드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앞으로 소비자 물가상승이 진정되는 전조”라고 설명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탈이코노믹스에 의하면 최근 브라질과 태국, 칠레에서는 이미 물가 수준이 내려가고 있다. FT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물건을 만드는 가격을 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4.2% 하락했다. 이는 194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PPI는 소비자들이 유통망을 거쳐 물건을 사는 가격으로 추산하는 CPI와 달리 생산자들이 물건을 출하할 때 가격으로 물가를 가늠하는 지표다. 해당 지표는 CPI 발표 전에 추세를 가늠하는 선행자료로 쓸 수 있다. 스페인과 멕시코, 포르투갈, 폴란드의 10월 PPI 상승률도 전월보다 줄었으며 미국, 영국 등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대부분에서 지난 여름부터 PPI 상승률이 꺾이고 있다. PPI 상승세가 꺾인 이유는 물건을 만들 때 들어가는 원자재 및 조달비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품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5월 40%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해 10월에는 1.9%에 그쳤다.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은 메가와트시(MWh)당 311유로(약 43만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30유로 미만으로 내려갔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역시 최근 한달만에 10%이상 떨어졌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시작되면서 5배 넘게 뛰었던 국제 해운운임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커운 이코노미스트는 "수요 약화에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내년부터 국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품과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앞으로 6개월 동안 선진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3%p 낮아진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변수는 남아있다. 영국 투자사 하그리브스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수석시장분석가는 "유가는 공급 제약으로 매우 높은 변동성이 유지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 제재는 영국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급반등할 경우 수요 증가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예상된다. FT는 인플레이션이 느려지더라도 당장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을 막을 만큼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추정했다. 미 채권 투자사 PGIM채권의 캐서린 네이스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대부분 선진국들이 목표로 하는 2%로 아래로 내려간다고 기대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적지 않다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는 아직 정점에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 씨티그룹의 네이선 시트 국제경제학 대표도 "많은 지표들이 인플레이션의 완화를 가리키지만 최소 내년까지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2-11-28 13:32:20[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에 동행했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우크라이나 지지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순방 기간 친환경·문화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본인만의 메시지를 부각시켰던 김 여사는 우크라이나 지지 의향을 뚜렷하게 내비쳐,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 대상으로 규정한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나선 윤 대통령의 행보에도 무게감을 더했다.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조, "새로운 경쟁과 갈등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우리가 지켜온 보편적 가치가 부정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에둘러 비판한 것에 김 여사도 함께 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는 "바이든 여사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감동을 받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과 전 세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공감을 표한 바 있다. 특히 순방 마지막 날, 김 여사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하게 하는 노란색 상의와 하늘색 치마를 입고 마드리드 마라비야스 시장 내 한국 식료품점을 찾았다. 김 여사의 이같은 우크라니아 지지 행보에 지난 1일 오후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SNS를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세계적으로 저항과 용기를 의미하는 색깔인 노랑과 파랑을 입었다 (First Lady of Korea Kim Keon-hee wearing the colors known throughout the world- yellow and blue, which mean resistance and courage)"는 게시물을 올리며 파란색과 노란색의 '하트' 두개로 화답하기도 했다. 실제 김 여사는 지난 6월29일(현지시간) 스페인 왕실 주관 배우자 프로그램에서 각국 정상 배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작용에 공감하면서 인권·경제·보건·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바이든 여사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화두에 올리며 현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바이든 여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바이든 여사가) 부군과 함께 가지 않고 홀로 가신 용기와 그 따뜻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국경이 인접해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폴란드의 상황을 폴란드의 코른하우저 여사로부터 들은 김 여사는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여사는 스페인 왕실이 주관한 배우자 프로그램 2일차인 지난 6월30일에는 해당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마라비야스 시장 내 한국 식료품점을 찾을 때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해당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진영인 씨는 33년째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교민으로, 김 여사는 진 씨 부부와 담소를 나누며 "부모님과 같은 1세대 동포들의 노력이 한국과 스페인의 끈끈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2-07-02 16:13:14[파이낸셜뉴스] ■우리 국민에 총격과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에 규탄하면서도...당시 청와대·국방부 "9·19 군사 합의 위반은 아니다" 국방부는 지난 2020년 9월 23일에 "지난 21일 오후 12시51분께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1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해양경찰에 접수됐다'면서 "실종된 어업지도공무원 A씨(남·47세)는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로,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는 "2020년 9월 21일 오전 11시30분 점심시간에 A씨가 보이지 않아 동승한 선원들이 어업지도선 자체 선내와 인근 해상을 수색했으나, 선상에서 신발만 발견되고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해 해양경찰에 신고 접수했다"고 전했다. 같은날 오후 1시50분부터 현재까지 해양경찰 및 해군함정, 해수부 선박, 항공기 등 약 20여대의 구조 세력을 투입해 실종 해역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했으나 아직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그러면서 군 첩보에 의하면 실종 하루 뒤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돼 정밀분석 중에 있다"며 이와 관련 "관계당국은 실종 경위, 경로 조사와 함께 북측에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24일 "북한이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규탄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2020년 9월 21일 처음 실종 뒤 생사가 불분명했던 A씨가 무참히 총살된 뒤 시신 수습은 고사하고 이날 조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발표한 뒤에도 이번 사건이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인지에 대해 "넘어온 인원을 사격하라 마라하는 것은 없다"며 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논리를 펴 또다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도 "이 수역은 완충구역으로 돼있다"며 "9·19 군사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2020년 9월 당시 서 전 장관과 안 전 본부장 등은 여야 국방위원들에게 '월북 가능성 높다' 보고 서욱 전 국방장관은 사건 직후 2020년 9월 24일 열렸던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 "현재까지 저희들이 내린 결론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선내에서 근무하는 인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데 이 사람이 입고 있었다, 부유물을 갖고 있었다, 그 다음에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실종됐다, 그리고 한 가지는 월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전 장관은 이씨가 타고 간 부유물에 관해서 "저희가 첩보를 종합해서 나온 결과로는 사람 1명이 올라갈 수 있는 정도"라며 "길이는 사람 키만큼은 안 된다. 무릎 아래까지는 보호가 안 되는 사람 키 크기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 전 장관은 어업지도선에서 사건에 발생한 데 대해 "무궁화호 어업지도선 정도 되면 사실은 저희가 그 세력을 믿고 지원을 받아가면서 작전을 한다"며 "그 배에서 그런 일이 생긴다는 것에 조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어업지도선 내 다른 승선원이 이씨를 발견 못 한 데 대해서는 "제가 알고 있기로는 아주 오랜 시간 바다에 떠서 작전을 하니까 당직제를 운용하게 되는데 당직제를 운용할 때 그 사람이 당직 시간에 나와서 자기 임무 하고 있으면 다른 인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감독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월북 추정' 근거 美 첩보 활동 포함 돼 한미 간 협의 필요할 수도.. 서 전 장관은 사건 내용을 더 자세히 공개하라는 국회의원 요구에는 "저희의 능력과 제한사항을 국민들께 소상하게 알리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보이고 또 한편으로는 저희의 능력과 제한 사항이 대외적으로, 특히 북에 알려지고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안영호 당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북측 인원은 선박으로부터 실종자와 일정 거리를 이격하고 방독면 착용하에 실종자의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정보 분석한 결과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하면서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그리고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포착된 점을 고려 시 현재까지는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긴급 현안 보고 때 별도로 비공개 보고가 이뤄졌다. 서 전 장관과 안 전 본부장 등은 여야 국방위원들에게 비공개를 전제로 사건 전말을 보고했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들은 월북 판단 근거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당시 국방위 회의에 출석한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민기·김병기·김병주·김진표·민홍철·박성준·설훈·안규백·홍영표·황희 의원, 국민의힘 소속 강대식·신원식·윤주경·이채익·하태경·한기호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우리 군 당국은 2020년 9월 이씨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 북한군 교신에 대한 도·감청 등을 통해 "월북"이란 단어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군 자산을 통해 확보한 첩보도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6일 해경과 국방부 1년9개월만에 '월북 의도 인정 증거 없다' 입장 바꿔...'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이씨 유족이 당시 청와대(국가안보실)와 해양경찰청 등을 상대로 낸 이 사건 관련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군사기밀을 제외한 고인의 사망 경위 등 일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6월 16일 안보실과 해경이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하면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다가 안보실에서 항소를 취하하자 해경도 항소를 취하하면서 사건 수사기록 가운데 일부를 이씨 유족에게 공개했다. 같은 날 해경과 국방부는 "(이씨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이 사건에 대한 기존 수사 결과와 입장을 뒤집었다. 이렇게 군 당국이 1년9개월 전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해 '월북 추정'이라던 당초 발표 내용을 철회했다. 20일 이와 관련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씨 사건 관련 정보를 제한적이나마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법과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씨 유족과 정치권 등에선 군 당국이 이씨에게 "자진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는 최초 판단 근거가 됐던 특수정보(SI)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요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씨 사건과 관련 공개, 군사작전·정보활동에 위해 우려...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15년간 비공개 묶여.. 하지만 군 안팎에선 특수정보(SI)는 적에게 누설될 경우 그 입수 경로·방법 등까지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어 군사작전·정보활동에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공개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군 동향 등에 관한 SI 중엔 우리 군 자산뿐만 아니라 미군 자산을 이용해 확보한 첩보를 바탕으로 한 것도 적지 않아 이를 공개하려면 "한미 정보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군이 다루는 특정 정보의 공개 여부는 담당 부서가 먼저 판단하고, 국방부에선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와 장관 결재를 거쳐야 특정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로썬 국회가 이씨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 지정 기록물' 열람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경과 국방부가 보유한 관련 자료, 그 중에서도 군의 SI가 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주요 단서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받고 있다. 왜냐하면 이 사건 관련 수사·조사결과 및 처리과정 등을 담은 자료 가운데 안보실 등 청와대에서 생산·보고한 것은 지난달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만료와 함께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써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있는 상태여서 관련 법규에 따라 15년 간 비공개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동의가 있거나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다. 여소야대의 현 정국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대통령 지정 기록물' 공개엔 부정적인 기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06-20 22:19:53[파이낸셜뉴스]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CIS, Center for International Studies)주최, 안보연구센터 주관으로 서울 종로 소재 센터포인트광화문에서 '2021년 동계 학술세미나'를 지난 15일 개최했다. CIS는 1985년 설립해 지난 37년 동안 국제문제에 대한 학술연구 및 정책연구, 각종학술도서 및 연구결과 보고서 정기간행물을 비롯한 출판사업, 학연구회 및 토론회, 학술회의, 국제협력사업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해왔으며, 연 3회 발간하는 영문저널 Pacific Focus는 2007년 국제수준 학술지(SSCI 및 SCOPUS)에 등재된 전문학술지로 양호한 인용지수(impact factor)를 유지해오고 있어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행사는 '펠로폰네소스 新전장으로 변화하는 동아시아, 쟁점과 해법'을 테마로 진행했다. 이날 행사 관계자가 발제한 내용 중에서 '국제안보환경 변화와 한국의 안보'에 대해 축약해 소개한다. [ 국제안보환경 변화와 한국의 안보 ] 역내 변화하는 전략환경은 미·중 전략경쟁과 첨단기술의 발전, 그리고 북핵 고도화라는 환경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미·중 경쟁과 관련해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에서의 군비강화와 첨단기술, 다양한 새로운 기술들 그러한 기술의 채택여부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초격차와 그리고 고비용인 (국방) 분야에서 어떠한 효율적인 국방운영을 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 우리가 지켜봐야 할 과제이다. ■북핵 고도화 대응 한·미동맹 강화 필요 북핵 고도화와 관련해서 우리가 이것을 대응하기 위한 4D 작전 즉 △실시간감시정찰능력 △극초음속타격체계 △발사왼편전략 △첨단비핵보복체계 모두를 구비해야 하는 상황에 와 있다.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론 북 주변국과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이 급변하고 있고 대비태세라든가 군비경쟁 등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한 대응 과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할까 하는 (방법론) 그런 과제가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재미있는 비유로 미중전략경쟁에서 위성락 전 대사 같은 분은 "1시30분을 늘 이야기 한다, 시계에서 미국이 3시, 중국이 9시를 가르킨다면 한국은 1시30분 즉 조금 더 미국 쪽으로 가 있되, 중국을 고려하는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할 바 있다. 김성한 교수의 경우엔 "시계가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어떤 시간을 획일적으로 지향해서는 안된다" 말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대선후보에 참모진들도 한미동맹 강화가 필요하다는 공통의 의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미동맹 강화와 관련, 중국의 출구 전략? 한미동맹이 강화된다고 하면 중국은 어떤 생각을 할까 중국은 두가지를 고려할 것이다. 하나는 '보복조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사항'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한국은 고민해 봐야 한다. 보복조치는 중국이 최근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외교적 보이콧을 실행하는 나라에 대해서 제재하겠다'고 한 것이다. 인권문제 등으로 보이콧한다고 하면 제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뉴질랜드는 왜 (제재에서) 뺏냐고 하면 (뉴질랜드가) 코로나19 때문에 못온다고 했다(했기 때문)는 것 인데, 그것은 나름대로 중국이 출구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뉴질랜드에 대해서 그렇게 (대응) 했다고 하면 만약에 제3국이 "우리도 코로나19 때문에 못간다"하면 경제제재가 안되는 것(이라는 논리가 가능), 중국 나름대로는 출구전략이고 국제사회에 있어선 어떻게 보면 선택의 기회가 넓어졌다 이런 측변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만약에 동맹을 강화하고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한다면 한국을 제재하려 할 수 있고, 이러한 조치를 통해서 주변국의 동요를 예방하고 미국에 경고를 하려 할 것이다. 그렇치만 우려사항도 많다. 중국도 다른 나라를 제재할 때 중국이 힘을 과시하고 행복해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한국을 제재하면 한국은 더 미국 쪽으로 더 간다는 걱정을 할 것이다. ■전 세계 반중정서 확대, 한국 호주와 달라 신중 필요 왜냐하면 한국 사드보복 이후에 한국의 대중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이것이 한국만이면 중국이 관리할 수 있다고 보지만 국제여론 악화가 국제여론 조사에 의하면 서방국가의 70%가 반중정서를 가지고 있다. 한국도 75%로 적지 않게 반중정서가 확산되고 있고, 일본을 경우 85% 가까이 된다. 그런 것을 보면서 중국도 걱정을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마지막으로 걱정하는 것은 보복을 하면 아파야 하는 데 보복을 해도 아프지 안을 수 있다는 것 그런 환경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것과 관련해선 국내적으론 여론의 많이 갈라진다. "중국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해야 한다" "아니다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이렇듯 획일적으로 (중국에 대한 대처, 입장에서 어느 한쪽으로) 선을 긋기는 어렵다. 일단, 중국이 한국을 보복 조치를 했을 때 미국이 한국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역량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호주의 경우, 중국의 호주에 대한 경제보복엔 미국이 경제적 보상보다는 '핵잠과 오커스'라는 방식으로 보상을 한것이다. 보호를 했지만, 미국이 한국을 보복했을 경우 미국이 보호해 줄 수 있는 역량엔 한계가 있다. 호주는 중국에 대해서 원자재를 수출하고 있었고 중국이 호주에 수입을 안 하니까 원자재가격이 상승한 것 이기 때문에 호주가 중국에게 수출하는 품목은 대체제가 아니라는 점이 있다. 이러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인 호주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이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다른 것은 국사적 위치에 있어선 대부분의 자유진영 국가들과 달리 지리적으로 좀 떨어져 있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제일 가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도 한·중 간의 한국은 중국과 국력 차가 좁혀지는 방향이 아니라 넓혀지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불과 1995년경 25년 전만 해도 중국과 한국은 GDP가 거의 같았다. 앞으로 중국과 한국은 안타깝게도 더 벌어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라는 요소를 우리가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해서 막연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IT·첨단산업 초격차 유지, 중국제재 탈피의 Key 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 또한 무시하거나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측면이 있다. 이런 것들을 잘 알아야 된다. 중국에 대한국 압박 수단이라는 표는 변화되고 있는 한·중무역질서는 보여주고 있다. 이 표는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20대 항목, 주요 20개 수출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 2010년만 해도 2016년 사드보복이 있었던 직전 2015년 20개 항목에서 IT와 관련된 첨단산업 그것이 차지하는 분포도가 넓었다 그런데 사드보복 이후엔 일반적인 소비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확 줄었다. 그러면서 2020년대엔 대부분 대중국 수출 품목이 변화됐다. IT·첨단기술관련해서 중국이 한국을 함부로 제제하기가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한국의 중국에 대한 주요수출 품목이) 중국이 자국의 첨단산업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국을 제재할 떄 2016년보다는 2020년이 경제적 구조가 한국을 제재하기 더 어렵게 되어 있다. 중국에 대해서 한국이 첨단 기술에 있어서 경쟁력만을 계속해서 갖추어 나갈 수만 있다면 즉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면 중국의 제재로부터 조금은 자유스러울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사드보복에 우리가 아팠던 부분은 중국의 관광객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현재는 중국의 관광객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중국과 관련해선 한국의 위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적기가 아닐가 하는 판단이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 한국은 외교·국방·남북관계 통합적 포괄적 대응 필요 한국의 안보, 한미동맹과 관련해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은 정말 잘된 회담.. 내용을 보면 신정부 들어서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새로 만들겠다 그렇게 이야기(주장) 했는데 이것보다 더 한미동맹 미래비전이 더 잘 만들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지난 5월 한미정상 공동선언·성명은 잘 짜여져 있다. 북한·중국·한미협력·국방·글로벌 파트너십 관련해서 한국정부가 미국과 여러가지 공조를 잘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것의 이행 여부를 떠나서 일단 합의문 자체는 좋다. 합의문을 잘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안보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협력에 있어서 △반도체 △고성능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바이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한·미 간의 협력 강화하기로 했는데 그런 협력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분야에 있어서 한국의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 중국 문제에 있어서도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핫이슈로 등장한 북한비핵화의 입구로서의 종전선언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의 영향력을 행사, 북한의 입장과 관계없이 (우리정부는) 미국과 중국과 북한은 큰 틀에서 공감하다고 하지만 거기에는 조건이 빠졌다. 그것은 북한이 종전선언에 선결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적대시정책철폐 △이중기준 철폐 △대북제제완화 △연합군사훈련 중단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도발로 부르지 마라. 이런 것들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건데 그런 것은 북한말을 따라가면서 종전선언을 할 필요가 있는가는 부정적, 회의적이다. 미·중 전략경쟁시대에 중장기적 대응방향은 △한반도→△동북아→△인도·태평양→△글로벌 차원에서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에선 한반도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하고 △주변국 관계를 어느 한나라를 선택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되고 동시에 관계개선을 해나가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우리의 위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도발억제와 한반도 평화, 실질적인 한반도 비핵화'는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였다. 여야 간의 시각차가 크지만 이러한 과제는 하나씩 하나씩 이행해 가면 되는 데 이행을 안 하거나 못해서 문제가 됐다. 따라서 차기정부가 들어서도 이런 방향에서 지양하면 지속가능한 대북정책·동맹정책·대중정책이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 판단된다. 미·중 전략경쟁에 관해서 한국은 외교, 국방, 남북관계 따로 떼어서 관리할 수 없는 문제이고 포괄적 대응을 해야 하는 문제다. 여러 가지 이슈들이 우리에게 다 발생하고 있는데 한반도나 동북아지역전략, 경제외교적전략, 비전통적협력전략, 글로벌 거버넌스 전략 이러한 모든 것이 미·중 전략경쟁에 영향을 받고 각각의 문제에서 정책조정 소요가 발생하고 있다. 그것을 통합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문제에 너무 몰입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마치 북한문제가 한국 외교의 거의 모든 것인 양 그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그런 방식은 탈피해야 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1-12-30 18:25:06"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영어 속담이 있다. 분산과 균형 없이 쉽게 깨지는 달걀들을 모두 다 한 곳에 넣어 두었다가 자칫 모든 것을 그르칠 수 있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이 오랜 속담이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반영하는 듯하다. 지난 7일 다트머스대학의 제니퍼 린드와 대릴 프레스 교수가 워싱턴포스트에 다소 도발적인 글을 기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 그리고 약화된 한미 동맹에 있어서 이제는 한국도 핵 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결론이 문 대통령의 핵 정책과 얼마나 잘 어울릴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미국 내 영향력 있는 플랫폼에서 미국 학자들의 직접적인 표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사건들은 이러한 논리에 어느 정도 무게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왔으며 핵 탑재 능력까지 자랑하고 있다. 중국도 초음속 미사일 실험으로 미국을 놀라게 했다. 여기서 한국도 질세라 우주선을 시험발사했다. 비록 계획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보여준 기술은 유망하다. 많은 면에서 이 세 나라가 실험하는 기술의 본질은 동일하다. 모두 높은 수준의 운송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 기술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한국의 군사전략적 사고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가? 한미 관계가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대해 동맹으로 동일한 공약을 보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군사 전략가들은 미국의 약속이 20년 후에 20년 전만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라크, 중동,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가 이에 힘을 더 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의 많은 도시가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에 놓여 있어 위험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요즘 미국의 정책은 국익에 집중하고 있으며, 다른 동맹을 통해 중국의 성장을 관리, 감시하려 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애치슨라인이 더 이상 한반도를 전략적 동반자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북한은 잠수함에서 다시 한 번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미국, 한국, 일본, 중국의 태도와 인식의 차이가 눈에 띈다. 한국 정부의 반응은 유감으로 나왔고 미국과 일본의 반응은 예측한 대로 절제된 경고로 끝났다. 그렇다면 이런 북한의 도발이 일상적인 일로 된 것인가? 불확실한 지정학적 난관에서 북핵을 '도발'이라고 표현할지 아니면 미사일 추정 발사체로 우선 완곡하게 표현할 지조차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데르센의 '발가벗은 임금님'에서는 결국 아무것도 입지 않은 왕에게 아무도 그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들 나체인 왕을 보고 각기 다른 말로 상황을 넘긴다. 어떤 이는 감탄사를 전하고, 어떤 이들은 뒤에서 웃기도 한다. 지정학적 난관에서는 '그 후 뒷이야기'인 결과를 다양한 시점에서 있는 그대로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평화의 시초는 현실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이해에서 비롯된다.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 적어도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지'에 주목하는 것도 작은 시작이 아닐까.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2021-10-28 18:05:42여성 경찰이 근무 중에 주차연습을 했다는 글이 올라와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여경의 근무 중 주차연습’이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이 게시됐다. 사진에는 한 여경이 다른 남성 경찰의 지도 하에 경찰 차량으로 주차 연습을 하는 듯한 상황이 담겨 있다. 글쓴이 A씨는 “공원에 드라이브 갔는데 구석탱이 주차장에서 경찰차가 보였다. 뭔 일인지 봤는데 차가 천천히 후진했다”며 “박스도 옆에 있고 ‘설마 주차연습 중인가, 혹시 여경?’ 했는데 설마가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좋은 회사다. 근무 중 주차 연습도 시켜주고”라며 “여러분의 세금이 터져 나가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주차도 제대로 못해 업무 중에 봐줘야 하는 여경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여경 무용론을 제기한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조회수 40만 이상에 댓글도 2600개 넘게 달리는 등 폭발적 반응을 얻으면서 뽐뿌, 보배드림 등 다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됐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운전 연습을 왜 근무시간에?”, “애초에 경찰차 운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지”, “세금 살살 녹네”, “여경을 뽑는게 아니라 경찰을 뽑아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순찰차 운전이면 업무이고 업무 숙달을 위한 지도는 맞다고 본다”, “순찰차 있다고 무조건 근무시간이 아닐 수 있다”, “이게 문제가 되나, ”이건 억까(억지로 까기)네” 등 비판할 거리가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네티즌 B씨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순찰 배정 안된 순찰차로 할 수도 있고 야간(근무) 끝나고 하는 걸 수도 있는데 여경이 하니까 일부러 저러네”라며 “직원 교육 시키는 것도 업무의 일종이고 나도 신입 때 주임들한테 주차교육 업무시간에 틈틈이 받았었는데 왜 이게 논란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경찰관으로 보이는 또 다른 네티즌들도 "나도 신임 때 순찰하며 운전 배웠어, 너무 뭐라 하지 마라", "저 주임님 착하신 거다. 운전 못하는 신입 보면 절대 같이 안 타려는 분들도 많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09-12 23:25:08[파이낸셜뉴스] "그들의 실패는 우리에게 무척 애석한 일이다. 내 친구 중에 이 사건을 잘 아는 이가 있는데, 그는 어쩌다 조선의 최고 수재들이 일본인에게 이용당해서 그처럼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참으로 애석하다고 했다. 어찌 일본인이 조선의 운명과 그들의 성공을 위해 노력을 다했겠는가. 우리가 만약 국가 발전의 기미를 보였다면 일본인들은 백방으로 방해할 것이 자명한데 어찌 그들을 원조했겠는가. 당시 일본은 청국의 위세를 꺾으려고 온갖 계략을 세우고 있었는데, 우리 청년 수재들은 일본의 신 풍조에 현혹되어 일본인들의 힘을 빌려 청국으로부터 벗어나려고만 했으니...(중략)...젊은 혈기가 이들의 지혜를 눌렀다." -박은식 '한국통사' 中 19세기 말, 열강들의 전방위적인 침탈로 조선의 국력이 점차 쇠퇴할 때 자주적인 근대화를 지향하며 급진적인 개혁 노선을 천명하고 나선 일단의 젊은 청년들이 있었다. 바로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서재필 등을 중심으로 한 '개화당'(開化黨)이다. 이들은 단순한 주장을 넘어 실제 현실에서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식의 정변까지 일으켰는데, 역사는 이를 '갑신정변'(甲申政變)이라고 부른다. 갑신정변은 조선을 중세 봉건 국가에서 벗어나 '근대(近代)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 최초의 개혁 운동이었다. 여기에서 표방했던 것들은 입헌군주제(立憲君主制), 사대 관계 청산, 인민 평등, 조세 개혁 등 이전에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 그 자체였다. 이는 훗날 우리나라 역사의 개화 운동과 민족 운동 등에도 큰 영향을 끼치며 계승, 발전됐다. 다만,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추진됐던 '위로부터의 개혁'은 명백한 한계도 노정하고 있었다. 개혁 실행 과정에서 외세를 개입시켰고, 일반 민중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조선의 민중들은 아직 개화당의 급진적인 개혁 노선을 따라올 만한 의식과 여건이 성숙되지 못한 상태였다. 또한 개화당의 개혁에는 민중들이 정말로 원했던 '토지 개혁'이 담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개화당이 숙적(宿敵)인 '일본'까지 끌어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민중들 사이에서는 큰 반감이 일어났고, 이후 전격적으로 청(淸)나라의 군대마저 개입하면서 갑신정변과 개화당은 완전히 실패하게 된다. 원대한 꿈을 꿨지만 '3일 천하'로 끝나고 만 금수저 청년들의 '갑신정변' 전말을 되돌아봤다. ■청의 내정간섭 심화 1882년, 구식 군인들의 군료분쟁(軍料紛爭)에서 촉발된 '임오군란'(壬午軍亂)은 고종의 아버지였던 흥선대원군과 수구적인 위정척사파(衛正斥邪派)의 재집권을 불러왔다. 이들은 민씨 외척 세력 척결 및 외세 배척 등을 표방하며 한 때 성공하는 듯이 보였지만, 민씨 세력의 요청으로 급파된 청나라 군대에 의해 몰락했다. 구식 군인들에게 살해된 줄 알았던 중전 민씨는 충주에서 멀쩡하게 환궁(還宮)했고, 청나라의 힘을 등에 업은 민씨 외척 세력이 다시 조정의 실권을 장악했다. 민비는 임오군란에서 사실상 죽다 살아났기 때문에, 이때부터 과거에 잠시 표방했던 개혁 노선은 완전히 접고 오로지 신변의 안전만을 위해 청나라에 철저히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조선의 각 분야에서 청나라의 내정 간섭은 노골화됐다. 우선 임오군란 진압 때 청나라 군대를 이끌었던 위안스카이와 오장경 등은 조선의 군권(軍權)에 깊숙이 관여했다. 청나라의 실권자인 이홍장의 추천으로 한국 최초의 서양인 고문으로 부임한 묄렌도르프는 통리아문의 외무협판으로서 외교권과 해관총세무사로서 해관까지 넘봤다. 조선과 청나라 간 통상조약인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朝淸商民水陸貿易章程)에 따라 상무총판(재정고문)으로 파견된 진수당은 사실상 조선의 재정권을 장악했다. 궁극적으로 청나라는 상민수륙무역장정 전문에서 언급한 대로 조선을 '속방'(屬邦)화 하려 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고종은 무력했고, 민씨 외척 세력은 자신들의 안위와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급급했다. 그런데 저편에서 이를 매우 심각하게 목도(目睹)하고 있던 한 세력이 있었으니, 이들이 바로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을 중심으로 한 '개화당(급진개화파)'이다. ■개혁정치와 좌절 개화당 중심 인물들의 배경은 매우 화려했다. 우선 수장인 김옥균은 명문가인 안동 김씨 집안 출신으로 22세에 장원 급제를 했고 호조참판(현 기획재정부 차관), 외아문현판(현 외교통상부 장관)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영효는 조선의 제 25대 임금인 철종의 사위로 한성부판윤(현 서울시장) 등을 역임했다. 홍영식은 영의정이었던 홍순목의 차남으로 정변 당시 우정총국 책임자였다. 서재필은 일본 육군학교를 졸업했고, 조련국(임시사관학교) 사관장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당시 양반 사대부들이 모여 살고 있던 '북촌'(北村)에 거주했고, 평균 연령은 고작 20대 후반에 불과했다. 요즘 말로 하면 전형적인 '금수저' 청년들이었다. 실학의 북학사상을 계승한 개화당이 지향하는 개혁은 '급진적'이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본받아 서양의 과학기술과 함께 근대적인 사상, 제도까지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조선의 정치·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변법론'(變法論)을 주장했다. 이는 청나라의 양무(洋務) 운동(중체서용)을 본받아 점진적인 개혁, 즉 서양의 기술과 문물은 수용하되 법, 제도, 사상 등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것을 지켜야 한다는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입장을 취했던 온건 개화파와 대립되는 것이었다. 당초 고종은 개화당에게 적지 않은 호감을 갖고 있었다. 서구 열강과 교류가 시작된 19세기 후반부터 고종은 새로운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느꼈고, 해외의 발전된 제도, 문물 등에 대한 식견을 갖고 있는 젊은 신진 관료들을 중용해 크게 쓰려 했다. 고종의 신임에 힘입어 개화당은 초반에 각종 개혁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했다. 대표적으로 신식 행정관서로서 '통리기무아문'(統理機務衙門) 설치, 일본국정시찰단(신사유람단) 및 영선사(병기학습 유학생사절단) 파견, 기무처(機務處) 설치, 최초의 영어 학교인 동문학(同門學) 설립, 최초의 근대 신문인 한성순보(漢城旬報) 창간, 근대 우편 제도 창설 등이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임오군란 이후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을 노골화하던 청나라는 개화당의 정책이 조선의 독립을 지향한다며 탄압하기 시작했다. 청나라와 밀착하고 있던 민씨 세력도 개화당의 개혁 정책에 눈살을 찌푸렸다. 더욱이 개혁 정책의 뒷받침이 될 만한 재정도 부족했다. 이에 김옥균이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와 재정 문제를 해결해 상황 반전을 노려보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함에 따라 개화당의 입지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축소됐다. 큰 정치적 위기가 엄습하면서 개화당은 초조해졌다. 이에 따라 개화당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조선의 자주적인 근대화가 어렵다고 보고, '정변'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청나라 및 민씨 세력을 몰아내고 근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과감하지만 위험한' 생각을 갖게 된다. ■갑신정변 개화당이 정변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1883년 봄으로 알려졌다. 개화당은 틈 날 때마다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자리에 모여 거사를 일으킬 기회를 엿봤다. 그러다가 1884년 5월 이후부터 기회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마침 베트남에 대한 지배권을 둘러싸고 청나라와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는데, 청나라가 서울에 주둔하고 있던 군대 일부를 빼내 베트남으로 보낸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본래 개화당에 적대적이었던 주조선 일본공사 다케조에가 태도를 바꿔 일본군 150명을 빌려주면서 개화당의 정변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힘입어 개화당은 그해 12월 4일에 열릴 우정총국 개국 축하연을 거사일로 잡았다. 정변 당일 우정총국 축하연에는 개화당 인물들과 민씨 일족 및 고위 관료들, 주한외교사절 등이 참석했다. 개화당은 우선 축하연에 온 민씨 일족 및 고위 관료들을 척살한 뒤 창덕궁(昌德宮)으로 진격해 고종의 신변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축하연은 저녁 7시에 시작됐다. 약 3시간 가량 지났을 무렵 갑자기 우정총국에서 불이 났다. 사전에 개화당에게 매수된 궁녀가 사제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씨 일족과 고위 관료들이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미리 매복해있던 개화당 장사(將士)들이 이들을 덮쳤다. 이 자리에서 민비의 조카이자 김옥균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민영익은 칼을 무려 33방이나 맞았다. 개화당은 아수라장이 된 우정총국을 뒤로 하고 우선 일본 공사관을 찾아 군대 지원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확답을 받은 후 고종이 거처하는 창덕궁으로 향했다. 개화당은 잠들어있던 고종을 깨워 '변고'(變故)가 발생했으니 서둘러 경우궁(景祐宮)으로 자리를 피할 것을 청했다. 경황이 없던 고종과 민비는 이들의 요청에 응했고, 창덕궁을 떠나 근처에 있던 경우궁으로 피신했다. 개화당은 경우궁 안팎에 4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고, 대문 쪽에 일본군 150여명을 배치해 수비에 만전을 기했다. 개화당이 굳이 경우궁을 고종의 피신처로 선택한 것은 넓은 창덕궁에 비해 협소한 장소여서 수비하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새벽에 개화당은 조영하, 민영목, 민태호 등 군사 지휘권자들과 권력의 핵심 실세들을 어명(御命)으로 불러들여 척살했다. 이때 고종은 연거푸 "죽이지 마라"는 전교(傳敎)를 내렸지만, 개화당은 왕의 명을 전혀 듣지 않았다. 정변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후 개화당은 마라톤 회의를 한 끝에 개화당 핵심 인물들이 정부 요직에 포진한 (우의정 홍영식, 호조참판 김옥균, 좌우영사 박영효와 서재필, 서리독판교섭통상사무 서광범, 도승지 박영교) 신 정부 명단과 국가 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혁신정강 14개조'를 왕의 전교 형식으로 공포했다. ■46시간의 개혁 개화당이 공포한 혁신정강 중 대표적인 것은 우선 1조 청나라에 끌려간 흥선대원군을 곧 돌아오게 하고 종래 청나라에 행하던 조공의 허례(虛禮)를 폐지해 사대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흥선대원군은 개화당과 대척점에 서있는 수구적인 인물이지만, 왕의 아버지가 다른 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있으면 조선을 자주적인 국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혁신정강 첫머리에 넣었다. 2조는 문벌을 폐지해 인민 평등의 권리를 세워 능력에 따라 관리를 임명한다는 것이다. 이는 10년 후 '갑오개혁'(甲午改革) 때 신분 제도 폐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 3조는 토지 수익에 매기는 조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인 '지조법'(地租法)을 개혁해 관리의 부정을 막고 백성을 보호하며 국가의 재정을 넉넉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조는 모든 재정을 호조(戶曹)로 통할해 일원화한다는 것이다. 김옥균은 다른 관직은 마다하고 굳이 '호조참판'을 맡았는데, 이는 국가의 돈줄을 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13조 대신과 참찬은 의정부에 모여 정령을 의결·반포하고, 14조 의정부와 6조 외의 모든 불필요한 기관은 없앤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화당은 역사상 처음으로 '입헌군주제'를 주장했다. 군왕은 상징적으로 존재할 뿐 실질적인 통치는 내각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특별히 이 정강으로 말미암아 갑신정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정치 개혁' 운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반 민중들이 정말로 원했던 지주-소작제 문제 해결을 위한 '토지 개혁'은 정강에서 빠졌다. 기존의 지주전호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세제개혁의 차원에서만 토지 문제를 거론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일부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화당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모습들을 선보이며 목표로 하는 조선의 급진적인 개혁을 의욕적으로 밀어붙일 태세였다. 고종은 혁신정강으로 왕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지만, 마지못해 개화당의 혁신정강을 수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46시간에 불과했다. ■청군 개입, 개혁 실패 갑신정변 직후 경우궁으로 옮겨졌던 민비는 곧 정변의 의도가 자신의 세력을 척결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민비는 경우궁이 비좁다는 핑계를 대며 개화당에게 창덕궁으로의 환궁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나라에서 은밀히 보낸 심상훈과 접촉하며 청나라 군대의 개입을 강력히 요청했다. 처음에 김옥균은 민비의 요구를 계속 거절했다. 급기야 고종까지 나서 창덕궁으로의 환궁을 요구했지만, 김옥균은 경우궁보다 조금 더 넓은 계동궁(桂洞宮)으로 거처를 옮겨줄 뿐이었다. 그럼에도 왕과 왕비의 요구가 빗발치자 김옥균은 일본 공사인 다케조에와 상의했다. 다케조에는 왕이 창덕궁으로 환궁해도 현재 일본이 보유한 병력으로 충분히 수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말을 믿은 김옥균은 결국 고종과 민비를 모시고 창덕궁으로 돌아갔다. 개화당은 창덕궁에서 갖고 있는 모든 병력을 동원해 고종과 민비 주변을 3중(외위, 중위, 내위)으로 에워쌌다. 그러나 머지않아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12월 6일 오후 3시에 예상보다 신속하게 1500명의 청나라 군대가 두 부대로 나눠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창덕궁의 돈화문과 선인문으로 공격해 들어왔다. 이에 대응해 외위(外衛)를 담당한 조선군 친군영 전후영병이 결사항전을 했지만, 궁궐로 빠르게 진입하는 청나라 군대에 의해 무너졌다. 뒤이어 중위(中衛)를 담당한 일본군이 대응해야 했지만, 이들은 별안간 철병(撤兵)했다. 개화당으로서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배신이었다. 일본은 현재 병력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고, 청나라와의 무력 충돌로 인한 외교 마찰 등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남아있는 소수의 내위(內衛)는 청나라 군대에 의해 속절 없이 죽거나 도망쳤다. 이렇게 개화당의 정변과 개혁은 '3일 천하'로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등은 일본 공사관으로 피신했다가 21일에 일본으로 망명했다. 국내에 남은 홍영식·박영교 등은 청나라 군대에 의해 살해됐다. 이 밖에 갑신정변에 연루된 수많은 개화당 관련 인물들이 살해됐고, 권력은 다시금 청나라를 등에 업은 민씨 세력에게 넘어갔다. 한편, 갑신정변을 지켜본 민중들은 개화당의 개혁 정책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이 일본 군대를 끌어들여 왕과 왕비를 핍박했다고 여겼다. 이에 분노한 민중들은 개화당을 '왜당'(倭黨)으로 규정했고, 일본 공사관을 습격해 불태워버렸다. 직후에 일본은 조선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이듬해 10만원의 배상금과 일본 공사관 수축비를 부담하는 '한성조약'(漢城條約)이 체결됐다. 더 나아가 일본은 청나라와 담판을 지어 앞으로 조선에 변란이 일어났을 경우 청나라처럼 군대를 파병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 이것이 바로 '텐진조약'(天津條約)인데, 이는 약 10년 후 '동학농민혁명'(東學農民革命) 때 일본군 파병의 구실이 된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2021-08-20 09:34:27[파이낸셜뉴스] 의료기관의 불규칙한 근무가 숙련된 인력의 이탈로 이어진다는 조사가 나왔다. 야간근무를 포함한 3교대제가 노동자의 생체리듬을 파괴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철도산업 등에서 폐지된 3교대 근무제를 의료기관에서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교대 간호사, 삶의 질 "형편없어" 2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0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47일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의 3교대 근무가 생체리듬 파괴, 수면부족, 불면증, 소화불량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속근무일수 제한과 휴게시간 보장 등의 조치를 단체협약에 명시한 의료기관이 다수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족한 인력문제로 일부 인원이 휴가나 사직 등을 할 경우 대체근무자가 열악한 근무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입원환자가 부족하거나 각종 검사건수가 감소해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줄면 '응급OFF'란 이름으로 휴가를 강제로 부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응급OFF의 경우 황당한 사례가 많았다. 아무 예고도 없다가 출근길에 갑자기“환자가 줄었으니 오늘 나오지 마라.”“오늘 환자 없으니 출근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다시 향하는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환자수에 비해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당일이나 하루 전날 연락하여 근무인원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었고, 환자 중증도가 낮다는 이유로 응급OFF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충청남도 B지방의료원처럼 경영악화를 이유로 근무자수를 줄이면서 응급OFF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었고 강원도 C지방의료원처럼 명절연휴에 입원환자가 줄거나 진료의사가 2일 이상 휴가를 가면 응급OFF를 부여하고 연차휴가를 소진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남권 D국립대병원의 경우 병상가동률이 50% 이하일 때 응급OFF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 교섭을 통해 응급OFF를 금지하고 있는 곳도 있고, “병동환자의 단기간 감소를 이유로 다음날 병동 근무표상 인력을 변경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곳도 있지만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수 증감을 이유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시기에 강제로 연차휴가를 소비시키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태조사 응답자들은 "본인 동의하에 변경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동의를 강요하는 것"이라거나 "개인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고 사실상 통보하는 식"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또 "응급OFF는 온전한 OFF라 볼 수 없다" "반강제적인 연차휴가 소비 수단이 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자동차·철도산업서 폐지, 병원도 변해야 교대노동자 보호가 충실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성토한 이들도 많았다. 교대근무자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병원들이 수면휴가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면휴가는 밤에 근무한 날이 일정 횟수에 도달하면 일정 시간 동안 휴가를 보장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현장에선 "누적이 아니라 월 야간근무 7개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수면휴가를 부여하고 있어 실제 적용사례가 많지 않아 수면권 보장 의미가 없다"거나 "수면휴가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근무표에 개인당 야간근무를 월 7개씩만 작성한다"는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보건의료노조는 3교대 근무제도가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차산업에선 야간근무가 아예 금지되는 추세에 있고 주야 맞교대제도 주간연속 2교대제로 개편됐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된다. 철도산업에서도 3조2교대제가 4조2교대제로 개편됐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선 기존 3교대 근무제도를 탈피해 낮 고정근무, 저녁고정 근무, 낮-저녁 근무, 낮-야간근무, 저녁-야간 근무, 야간전담, 2교대제 등 7가지 근무제를 도입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병원의 교대근무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2021년을 최악의 병원 교대근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당하는 병원노동자들의 근무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병원측의 전향적인 접근과 대안 마련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6-23 16:3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