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 깊은 산 속에 위치한 남양주 유기견 보호소. 커다란 유기견 한마리가 자원봉사자들의 품에 안겨 온다. 보호소 근처 공장에서 버려진 삽살개와 진돗개 사이에서 태어난 6마리 새끼 중 하나다. 이름 없이 '2호'라 불리는 이 유기견을 중성화시키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2호' 외에도 20여마리의 유기견들이 중성화수술을 받으려 대기 중이..
2019-06-06 17:56:38"교사가 성직이냐, 전문직이냐를 논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아이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모범이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있다. 학생이 교사를 때리고, 성희롱하는 '악성 교권침해' 수가 늘어나는가 하면 교사가 학생을 때리거나 괴롭히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
2019-05-30 18:44:16예수는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어줬다. 가장 더러운 발을 씻어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사랑의 표현이자 제자들의 죄를 씻어준다는 의미였다. 가상 결혼생활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 남자 가수는 상대 여성의 발을 씻어주기도 했다. "그대 작은 창가에 화분이 될 게요"라고 노래 불렀던 그는 여자들에게는 '로맨티스트'의 대표가 됐고,..
2019-05-09 18:25:56"사람들이 숲을 보면 심은 사람 없이 저절로 자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예로부터 선조들은 어느 나무를 어디에 심고 배치할까 고민해왔고 지혜를 발휘해 왔어요.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만들어 온 것이죠. 100년 사이 우리나라는 전쟁이 나서 황폐해졌고 또 산업화를 겪으며 숲을 점점 밀어냈습니다. 그 가운데 선조들이 숲을 지켜오는 과정..
2019-05-02 17:23:07매년 한국의 한가위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네팔의 힌두교 마을이 있다. 히말라야 산맥과 이어진 해발고도 2700m대의 고지마을 좀솜 치망마을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국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하나다. 멀리 한국에서 재미있고 고마운 사람들이 오기 때문이다.멍걸도 한국의 손님들을 기다린다. 힌두교 문화권에선 이름에서 계급을 유추할 수 있다. 멍걸은 남보다 낮은 계..
2019-04-11 16:33:03조금 늦은 졸업식이다. 또래 친구들은 40여년 전에 치른 졸업식. 야학에서 진행되는 조촐한 졸업식이지만, 감격은 늦춰진 세월만큼 커졌다. "먼저 떠난(사별한) 남편이 내가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요. 남편이 너무 그립지만 정말 뿌듯하고 기쁘네요."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순희씨(가명)는 자녀뻘의 교사들 앞에서 이내 ..
2019-03-28 17:21:36"또 간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벌써 24년째네요. 58개 지역 중 절반 정도를 돌았습니다. 내년엔 다시 하노이에 갑니다."분당서울대병원 백롱민 교수(부원장)는 1996년 여름을 잊을 수 없다. 당시 인제대 백병원에서 근무하던 백 교수는 직접 꾸린 의료진을 이끌고 베트남 하노이의 108국군중앙병원으로 향했다. 얼굴이 망가진 채 태어난 어린이들을 모..
2019-03-14 17:30:08민들레는 문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다. 꽃은 길 모퉁이, 사람 사는 곁 '가장 낮은 곳'에 핀다. '민들레국수집'은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 소외된 사람들 곁에 있다. 지난 1월 말, 노숙인을 위한 무료 밥집 민들레국수집을 찾았다. 동인천역 광장을 지나 완만한 고갯길을 올랐다. 언덕배기 끝자락 작은 상가, 변변한 간판도 없었다. 베로니카(민들레국수집 대표..
2019-02-14 16:20:36그가 파는 것은 약이었지만 치유되는 것은 마음이었다. 사람들은 몸이 아파도 그를 찾았지만, 마음이 아프거나 울고 싶을 때도 그를 찾았다. 자신을 찾아오는 아픈 사람의 손을 잡고 같이 울고 웃으며 얘기 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 머리는 하얗게 새었지만 미소 띤 얼굴 속엔 잘 웃고 잘 우는 소녀가 숨어 있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집창촌인 '미아리 텍..
2019-01-31 16:45:08"축구선수처럼 잘라주세요." 머리카락을 자를 때 쓰는 보자기를 씌우자마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당차게 말했다. 이유를 물은 뒤 이내 머쓱해졌다. "멋져서요." 당연한 답. 아이는 보자기를 벗자마자 달려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봤다. 정돈된 머리가 마음에 드는지 아이는 두 팔과 다리를 흔들며 춤을 췄다. 신이 난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2019-01-17 18:20:53어릴적 엄마는 손수 바느질을 했다. 가족 모두의 조끼를 다 뜰 때까지 밤을 새워가며 한 땀 한 땀 바늘 코를 늘려나갔다. 완성된 조끼를 입고 다닌 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따뜻했다. 겨울이 오기 전, 빨리 한 겹이라도 더 입히고 싶었던 엄마의 사랑이 담겼기 때문일거다. 사회적 기업 바늘한땀 협동조합의 이사장 곽경희씨(59)도 바느질을 한다. 한복 만드는 경력만 30년이..
2019-01-03 16:53:57"제 나이 열여섯살 때 여동생이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세 살이었죠. 집이 가난해서 포대기로 동생을 말아서 새벽에 집 근처 산에 직접 묻어줬어요. 그때의 기억이 일생을 좌우한 것 같아요." 1980년대 최고의 남성 듀오 '수와진'. 안상수, 안상진 쌍둥이 형제로 이뤄진 남성 듀엣 수와진은 가수 활동을 했던 1980~90년대부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자선공연..
2018-12-13 16:35:42소요산역에는 소요산이 있고 산을 좋아하는 어르신들이 있고 녹지 않은 눈이 있고 1호선 끝까지 다다른 마음이 있고 호떡이 있고 달차근함이 있고 사랑이 있고 둥그런 반죽이 있고 사랑의 호떡이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소요산은 수도권 전철 중 가장 북쪽에 있다. 산을 향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이곳에서 김영욱(70), 김용자씨(68) 부부가 호떡 장사를 한다. 사랑의 호떡에..
2018-11-29 17:10:38"아기가/섬마섬마/일어서다가 넘어진다/넘어졌다가/일어선다/다시 넘어진다/오늘은 이토록 진지한 날…"(고은 '아기에 대하여' 중에서)아이가 처음 홀로 서는 것만으로도 그날 하루는 금세 '진지한 날'이 돼버린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매 순간이 놓칠 수 없이 소중한 이유다. 김소은 서울여성의원 원장(52·사진)도 늦둥이 딸 아이의 매 순..
2018-11-15 17:04:21누구나 한번은 서고 싶은 '꿈의 무대', 미국 뉴욕 카네기홀은 수많은 연주자들에게 그런 의미다. 그 꿈의 무대를 밟은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가 있다. 지난 9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단원 25명은 화려한 카네기홀 조명 아래서 음악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했음을 증명했다. 수많은 청중이 이들의 연주에 눈물을 흘리며 앙코르를 외친 것은 멋진 연주뿐만 아니라 연주에 녹..
2018-11-01 17:07:48배움의 꿈은 아직 멀기만 한데 내 마음 긴 여로에 올라 배움의 꿈 한자락 키워본다 삶은 고해이고 꿈은 희망인데 더 부서지기 전에 갈고 닦아 청솔 푸른 숲에서 큰 꿈 이루어 보련다 배움을 향한 그리움이 메아리 칠 때 배움의 꽃은 침묵하고 있어도 향기가 절로 피어나리라 ―청솔야간학교 한영애 '나의 꿈' 중에서 지난 15일 오후 6시 경기도 성남시의 청솔야간..
2018-10-18 17:24:16벌써 25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김춘선씨(76)는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집을 나선다. 손수레를 끌고 그가 살고 있는 인천 주안동을 한바퀴 돈다. 주민들이 지난 밤 버린 폐지와 고철을 모으기 위해서다. 행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폐지 줍는 노인들과 비슷해 보이나 그는 목적이 다르다. 하루에 고물 100㎏을 모으면 받을 수 있는 돈이 5000원. 1년에 이 일로 버..
2018-10-11 16:46:54고통이 인간에게 주어진 나쁜 것이라면 화상은 가장 나쁜 것일 테다. 어디선가 읽은 적 있다. 화상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 극에 달한 괴로움을 준다. 사나운 흔적도 남긴다. 때문에 화상은 인간이 겪는 지독한 '불운'처럼 느껴진다. 최려나 위드어스 공동대표(26)는 '화상 경험 청년 모임'을 이끈다. 그는 11세 때 가스폭발 사고로 몸 95%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쇠..
2018-09-27 17:06:04사람들은 41년 동안 북한산 우이령길에 갈 수 없었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 청와대 침투사건 당시 우이령길이 이른바 '김신조 루트'였기 때문이다. 우이령길은 이후 폐쇄됐다.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던 우이령길은 지난 2009년 7월 생태탐방로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사람들은 다시 우이령길을 오갔다. 그러나 임명학씨(66)에게 우이령길은 그로부터 9년이 더 지난 50년 동..
2018-09-13 17:20:02벌써 몇 바퀴째인지 모르겠다. 남궁정부 세창정형제화연구소 소장(77)의 눈길은 끈질기게 A씨와 A씨가 신고 있는 신발을 날카롭게 좇았다. A씨의 양발은 높이가 10㎝가량 차이 난다. 왼쪽 신발 굽이 유달리 높은 이유다. 한참 세창정형제화연구소 안을 걷던 A씨가 "소장님, 편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궁 소장의 얼굴엔 마치 단 한번의 촬영만으로 감..
2018-08-30 16:34:43"제 별명이 교주에요. '성태교'라고. 밥차에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거든요."지난 16일 서울 용산의 한 일식집에서 만난 채성태씨(51)는 푸근한 인상의 '동네 삼촌' 같았다. "점심도 드시고 가실거죠?"라며 기자를 불러 앉힌 그는 베푸는 일이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일식용 앞치마를 입고 주방기구를 손에 들자 바로 20년 이상 경력의 ..
2018-08-23 16:26:55소명을 따라 사는 삶이란 얼마나 숭고한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뜻과 욕망을 내려놓고 마치 신의 음성을 따라 험지를 향해 나아가는 삶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뛰어난 학식과 지성으로 국내 의학계에서 감염내과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살아왔지만 가난하고 병든 자들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가르침을 쫓아 사는 이가 있다.서..
2018-08-16 17:05:35【 창원(경남)=최용준 기자】 어릴 적 치과를 싫어했던 건 드릴 소리나 알코올 냄새, 아픔 때문만은 아니었다. 의사가 입안을 들여다보는 건 내 속을, 다른 사람에게 내보일 수 없는 끔찍한 마음을, 누군가 알게 되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왠지 그랬다. 경남 창원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의사 박윤규씨(53)는 매주 2회 경남 창원교도소에 왕진 간다. 그는..
2018-08-09 17:18:48형들을 만나서 안산국민학교에서 또 본드를 했다. 그런데 대훈이 형하고 하다가 어떤 아저씨한테 걸려서 나 혼자 도망왔다. 집에 돌아오니까 경민이 형하고 철민이 형하고 지훈이 형하고 성화 형하고 목사님하고 민준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나는 울었다. 울다보니까 엄마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울었다. 그런데 더 울고 싶어서 나는 계속 울었다. ..
2018-07-26 17:09:49하루 종일 일과 일상을 공유했던 반려가 한순간 사라졌다. 삶에 중요한 의미였던 아내가 가고, 홀로 남은 그에게는 둘이 나눴던 약속만이 남았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인형을 만들어 선물하는 일, 그것이다. 아픈 아이들에게 조그만 기쁨이라도 되고 싶다며 시작한 일은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사명이 됐다. 지난 13일 찾아간 박성일 장..
2018-07-19 17:27:23박정수 아지네마을 소장은 한참 고민했다. 박 소장의 기침소리만이 공간을 메웠다. "이 일을 왜 하느냐고?" 이윽고 돌아온 답은 명료했다. "팔자지 뭐." 그 역시도 논리적인 답을 찾지 못한 듯했다. 박 소장은 "전생에 내가 쟤들한테 큰 죄를 졌나봐. 나는 내가 대단한 선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라고 말한 뒤 고민할 새도 없다는 ..
2018-07-05 17:21:27"돼지띠여? 나보다 밑이네!" "면도도 할거지? 끝나면 커피도 잡숫고 가~" 지난 15일 서울 도봉구의 한 오래된 이발소에서 만난 민병학씨(77), 그가 52년간 운영 중인 '향토이발관'에서는 매시간 정겨운 대화들이 오간다. 친근한 말투와 이미 오래 전부터 친구인 것 같은 손님들과의 편안한 대화, 함께 울려퍼지는 청량한 가위질 소리는 지하 이발..
2018-06-28 17:05:11매일 신문지상에는 살인, 강간, 폭행 등 흉흉한 소식이 넘쳐나지만 사실 우리 사회 이면에는 우리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First-Class 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가 창간 18주년을 맞아 연재를 시작하는 '감동 시리즈-우리 함께'는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 마음에 깃들어 있는 선함을 일깨우고,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을 통해 ..
2018-06-21 17: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