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들이 최근 주력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시가평가형 펀드가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특히 개인고객의 경우 장부가 펀드가 적용되는 머니마켓펀드(MMF)와 비과세신탁상품에만 투자해 시가평가형 펀드는 아예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채권시가평가제가 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증거다.
30일 투신협회에 따르면 7월들어 증가세로 돌아선 투신권 수탁액은 8월들어서도 3조2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이중 2조9000억원 가량이 장부가 평가가 적용되는 MMF에 몰렸고 시가평가형 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얼마되지 않는다.
주식형 펀드도 마찬가지다.투자자들은 후순위채펀든(CBO펀드)쪽으로 조금씩 투자를 하고 있지만 성장형 등 100% 시가평가가 적용되는 펀드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 CBO펀드에 편입된 후순위채는 사실상 시가평가가 불가능,투신사들이 장부가로 평가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1주일동안 주식형펀드중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20개 펀드는 CBO펀드와 하이일드펀드가 각각 8개,6개로 주종을 이루고 있다.
CBO펀드와 뉴하이일드펀드에 편입된 후순위채가 장부가로 평가되고 판매사와 운용사가 일부 손실을 보전한다는 안전장치 때문에 고객들이 수요가 몰리고 있다. 최근 은행 등 금융권이 잇따라 프라이머리 CBO를 설정한 것도 이들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채권형은 설정액이 증가한 펀드 대부분이 MMF 일색이다.설정액 증가액 상위 20개 펀드 중 17개가 MMF상품이다.
주은투신운용의 ‘신종MMF9호’에 1주일사이 2380억원이 들어왔고 삼성투신운용의 ‘신종MMF D-2’와 조흥투신운용의 ‘BEST신종MMF C-2’도 20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최근 설정액이 증가한 펀드 50개 가운데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80%가 넘는 41개가 MMF상품이고 시가평가형은 9개에 불과하다.그나마 9개 시가평가형 펀드 중 장기상품은 단 한 개도 없다.단기형이 5개,중기형이 4개 있을 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아직 시가평가를 불안해 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시가평가형 펀드 수익률이 좋다고 하지만 채권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언제 마이너스로 돌아설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이들 상품에서 손실이 나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어 고객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한 은행계열 투신운용 임원은 “모은행과 법인고객이 몇개의 채권형 펀드를 만든 것을 빼면 일반고객은 거의 시가평가형 펀드를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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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gkang@fnnews.com 강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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