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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초대석-조남홍 경총 부회장]“연·월차 조율전제 주5일근무 찬성”


최근 주5일근무제 도입, 모성보호법 제정 등으로 노동환경이 급류에 휘말리고 있다.또 여천NCC 파업 등에서 보는 것처럼 과격한 노동투쟁이 해외 투자가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기업들의 볼멘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러한 논쟁에서 사용자(기업인)측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한국경영자총협회다.그러나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경총은 기업주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사용자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 ‘노동자도 위하는 단체’라고 생각한다”며 “시장경제의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근로자의 입장을 고려한 노동정책의 필요성에도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영삼정부 시절 노사개혁위원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복수노조 허용을 주장하는 등 노동자들의 입장을 획기적으로 수용한 부분도 많다는 얘기다.

그는 주5일근무제 도입에 관해서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 “연·월차 휴가의 폐지 등 몇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국제적 흐름에 맞춰 따라가되 불합리한 관행도 함께 없애자는 것이다.

조부회장은 특히 “현재의 노동자뿐만아니라 미래의 예비노동자들을 위해서도 기업의 성장은 꼭 필요하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사가 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fn초대석에서 조남홍 경총 부회장을 만나 국내 노사관계의 현안과 노동정책의 문제점, 하반기 노사관계 전망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대담=박성태 부국장대우 산업부장
―정부에서 최근 관광산업 발전 등을 위해 주5일근무제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미 노사정위원회에서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데 조건부 합의했다.그러나 노측은 연·월차 휴가와 여성노동자의 생리휴가, 초과근로수당 50% 할증 등 노동조건에 변화가 없는 주40시간을 요구하고 있다.이들의 주장대로 할 경우 연간 법정휴가일수가 10년 근속자의 경우 153일이 되고 여성은 생리휴가 12일이 추가, 165일이 된다.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프랑스가 145일, 독일이 140일이며 영국은 140일이 채 되지 않는다.따라서 휴가일수를 적정수준으로 맞추고 실시시기도 업종과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는 등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한다.

―우리 노사관계가 좀처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끊임없이 불화와 혼란을 드러내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노동계가 권리만을 주장하고 의무를 의식지 않는 태도와 준법의식의 희박, 정부와 기업에 대한 불신감 등 적대적 노사관계 의식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최근의 파업에서 나타나듯 ‘불법파업도 성공하면 합법’이라는 추세는 우리 파업문화가 심하게 왜곡되었다는 단적인 예다.불법파업을 벌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파업을 종료하면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 것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또 효성과 여천NCC 노사분규에서처럼 불법행위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노조측은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장기간 격렬한 불법파업을 해도 노동자는 잃은게 없고 회사만 피해를 보는 실정이다.

―해외 투자가들은 우리의 노사관계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가.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에 투자를 꺼리는 이유중의 하나가 전투적인 노조로 인한 노사관계 불안이다.일부 강성 노동조합은 이미 기업 위에서 군림하는 존재가 됐으며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엄청난 데도 노조는 불법파업에 대해 책임을 지기보다 오히려 ‘무노동 유임금’ 등 원칙에 어긋나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지난 6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3차 한일 고위 경제협의회에서 일본 대표단은 한국의 노조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일본기업의 투자가 가능하다고 정부에 요구한 적이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 철폐를 위한 입법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한 것이 사실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규직의 고용보호는 회원국 중 2번째로 엄격한 국가다.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회장도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해고제한이 엄격한 한국노사 관련 법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상한 제도라고 밝힌 바 있다.엄격한 해고제한, 분배 중심, 시간보상체계 중심의 현행 노동법 체계에서 유연한 고용조정의 보장 및 성과보상중심의 새로운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최근 비정규직의 증가는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고용보호시스템에 우리 기업이 불가피하게 적응한 결과다.비정규직에 대한 획일적인 고용억제를 주장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더욱 심화시켜 오히려 비정규직의 실업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직업이동이 활발하지 못하고 사회복지인프라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미국과 같은 노동의 유연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은가.양대 노총도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는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부수적인 결과로 실업이 따르게 마련이다.그러나 구조조정은 기업경쟁력을 살리는 최선의 방법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자체가 고용창출의 유일한 길이다.다만 실업에 대한 생계비 대책과 방출된 인력이 재고용되는 인력순환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체 사업장이 구조조정을 하다보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정부는 정리해고자들의 전직지원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도정비와 현재의 공공 직업훈련과 실직자를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연계, 운영해야 한다.또 회사와 노조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 대안 모색과 다양한 직업훈련이나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는 등 구조조정에 대한 대안적 전략수립에 노력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노·사·정체제의 한 축을 차지하는 정부의 역할을 평가한다면.

▲국민의 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도 노동정책 결정에 있어 합리성을 가지려고 노력했다.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사주체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했고 합리성과 민주성을 고려, 갈등을 최소화하려고 했다.그러다보니 강하게 정책을 펼치지 못했고 일관성이 훼손되는 측면이 있었다.노동계는 그같은 국민의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 우호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악용해서 노사관계의 악화를 초래했다.

―노측은 이른바 ‘DJ노믹스’가 신자유주의에 뿌리를 둬 반노동자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비난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어느 정권보다도 근로자 및 노조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고 본다.이번 파업의 주체인 민주노총은 지난 95년 출범 이후 비합법적 노조였다가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하며 합법화시켜줬다.또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한 정치활동 부분도 상급단체에는 어느 정도 폭을 인정했다.노동계가 의식과 행태 그리고 입장이 변해야 한다.지금 세계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무한 경쟁시대이며 세계화는 필연적이다.노조가 권리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요구하면서도 정작 의무 부담과 자신들의 변화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노동시장 유연화는 세계적인 것이며 구조조정으로 단기간 실업이 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최근 정부가 노사정 대표급 대화채널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가 다시 제 위상과 기능을 회복할 것으로 보는지.

▲노사정위가 제 기능을 할 것이며 해야 된다고 본다.제도 밖에서 낭비적인 투쟁보다는 공식적인 기구안에서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노사정위원회는 노사정 3자의 합의를 이끌어 냈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 많은 일을 했다.그런데도 민주노총이 너무 단기적인 생각으로 현장 근로자의 입장만을 고집하며 지난 99년2월 탈퇴해 버렸고 남아 있던 한국노총도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우리는 더디고 힘든 작업을 하는데 있어 너무 성급한 판단만을 하는 측면이 있다.노사정위원회라는 법적 공식기구가 있는데 새로운 채널을 만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정부가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은 민노총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되는 데 이는 정부 스스로 노사정위를 무용지물화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노사정위원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노력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모성보호관련 법안 개정안이 노사 양측으로부터 비난받고 있다.사측은 육아휴직급여제 등에, 노측은 여성노동자의 야간·연장·휴일근로 등에 대해 반발했다.개정안에 대한 견해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경영계도 산전·후휴가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린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이해가 된다는 입장이었다.다만 이와 연계된 생리휴가 문제의 매듭이 지어지지 않아 새로운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서 유감이다.비용조달을 국고와 고용보험에서 지원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는 기업에 간접부담을 줄 것이므로 대안 모색이 요구된다.무급 육아휴직급여를 유급화한다는 것도 불만이다.지나친 모성보호라고 판단된다.다만 정부가 고용보험의 부실화와 기업의 간접부담을 우려해 급여를 정액으로 지급하되 액수를 낮추려고 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여성의 야간 근무 금지 등은 선진국의 노동법제에는 없는 사항이다.이러한 점이 오히려 여성들의 고용을 위축시킨 원인이 됐다.노동조건을 선진국 기준으로 주장하는 노동계는 이러한 점을 명심해야 한다.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과보호된 것은 과감히 정상화시키는 태도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지난 6월에 이어 하반기에도 투쟁강도를 높여가겠다는 입장이다.향후 노사관계에 대한 전망은.

▲하반기 노사관계도 우려되는 측면이 많다.민노총이 여전히 강공 전략을 구사한다는 입장이어서 노사간·노정간의 갈등이 우려된다.하반기에도 강성 기조를 띤다면 이제 여론의 질타만을 받을 것이다.6월 파업시 고임금 사업장 근로자들이 불법형태로 파업을 벌이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었고 지난 5일 파업의 경우에는 아예 대규모 사업장이 불참했다.노조 상급단체는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다시한번 깊게 생각해야 한다.명분없는 파업 투쟁은 결국 자신들의 입지만을 좁게 하는 처사다.민노총은 법으로 인정받은 합법 단체인만큼 책임을 갖고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이번 상반기 파업 결과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겸허히 받아야 한다.불법파업 투쟁을 하고 나면 사후 처리 문제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우리 노동운동의 현주소다.이번 기회를 반성의 계기로 삼고 신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정리=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조남홍 부회장 약력

▲65세
▲충남 서천
▲경기고
▲서울대 사회학과
▲국방대학원
▲상공부 소비경제과장
▲주EC대표부 상무관
▲특허청 기획관리관
▲한국무역협회 전무이사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현)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