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와 중국 인민일보시장보가 한·중 민간교류 10년사상 최초로 공동취재단을 구성한 것은 지난해 12월 5일.
베이징(北京)을 시작으로 텐진(天津)과 허베이(河北), 하이난(海南), 저장(折江), 산둥(山東)을 거쳐 다시 베이징까지 되돌아오기까지는 꼬박 19박20일이 걸렸다. 장장 1만여km의 대장정이었다.
중국의 구석구석을 경험한 취재단에게 보름만에 다시 찾은 베이징은 또 달라져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층빌딩이 세워지고 고속도로가 깔린다는 중국의 빠른 성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일까.
한·중·일 동북아 삼국의 허브도시를 노리는 톈진, 개혁개방의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개발붐이 일어나고 있는 허베이, 동양의 하와이를 꿈꾸며 전세계의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는 하이난, 1500년 전통의 저장상인의 숨결이 살아숨쉬는 소상품 천국 저장, 산둥거지에서 산둥부자로 역동적인 발전을 구가하고 있는 산둥성까지.
중국 전역은 뜨거운 용광로처럼 세계의 자본과 기술, 인재를 끌어모으며 자신의 것으로 녹여가고 있었다. 지금의 중국이 10년전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진 것 이상으로 앞으로 10년후의 중국은 ‘전광석화’같은 속도로 변해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의 자존심과 기질로 중국을 재단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은 데는 중국 인민일보시장보 기자들의 도움이 컸다. 이들과 함께 중국대륙을 횡단하면서 취재했던 중국 각 성과 시의 고위 관리들과 기업 최고경영진만도 100여명. 양국의 문화와 관습의 차이, 언어 장벽에서 오는 불협화음은 사실 곳곳에서 발생했다. 특히 사회주의체제와 자본주의체제라는 극단적인 체제속에서 살아온 양국의 기자들에게 서로 다른 취재관행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했다. 또 7∼8명에 이르는 대규모 취재단이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행동해야 했기 때문에 관광이나 유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토요일과 일요일도 없이 강행군이 계속되면서 몸은 파김치가 돼버렸다. 그때마다 ‘Mr WTO’의 닉네임이 붙은 양보(揚勃) 주임과 통역을 맡았던 인민일보 시장보 해외사업국의 장메이위(姜美玉) 부장은 번뜩이는 재치와 위트로 취재단의 분위기를 이끌어 주었다. 성악가 뺨치는 노래실력을 뽐낸 장 부장의 ‘워 아이 중궈(我愛中國)’란 노래와 북한 여자 아나운서의 성대묘사인 ‘평양 뉴우스’는 묶은 때를 씻겨주는 청량제가 돼 주었다. 중국 기자들과 형,동생 할 만큼 취재단은 이미 친해져 있었다.
지난해 12월24일 한·중공동취재단은 톈안먼(天安門)을 마주하고 있는 한 음식점에서 아쉬운 해산식을 가졌다. 허베이성 한단시 한단철강을 방문했을 때 고량주 10배주(10잔 연속 마시기)에 대한 에피소드에서부터 관리마저도 최고의 장사꾼이라는 저장성에서 무려 1000위안 정도를 고스란히 떼였던 불쾌했던 기억들, 세계최대의 돼지사육공장으로 중국 음식문화의 질을 개선시키겠다는 텐진의 젊은 사업가까지 취재단은 3시간이 넘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리얼량(李而亮) 사장=한국과 중국의 언론사상 최초로 공동취재단을 꾸려 1만km 대장정을 무사히 마쳐 우선 다행이다. 중국을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중국의 현재 모습을 정밀화 그리듯 보태지도 빼지도 말고 기록할 것으로 믿는다. 중국을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 양사의 지면을 통해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달라. 그것이 실사구시의 기본이자 언론인의 역할이다.
▲장인영 부장=중국 인민정부의 취재비자를 획득, 인민일보시장보와 공동취재단을 구성한 것은 양국 언론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취재를 통해 본 중국의 각 지역들은 각각 별개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투자유치에 여념이 없었다. 각 성마다, 각 시마다 경쟁이 치열했다. 양보 주임이 지적한 것처럼 한·중 문화교류의 기초위에 경제가 그 위에서 춤추기를 바란다. 양국간 협력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낀다.
▲양보 주임=파이낸셜뉴스와 시장보의 제휴가 원만하게 이뤄졌다. 첫 단추는 잘 끼워졌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양국간 합작은 더욱 다양해지고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무역마찰 등 역효과도 가시화될 것이다. 중국은 ‘한국전문가’를, 한국은 ‘중국전문가’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양국 언론간 공동취재단은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양사가 합심해서 ‘새로운 세상’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 바란다.
▲왕쑤이(王蘇伊) 주임기자=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2년간 잠시 기자생활을 접어야 할 것 같다. 아프리카로 가기 때문이다. 한국 기자들과 취재했다는 것이 영광이자 기자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노동자들은 모두가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다. 빈틈이 없을 정도다. 중국인은 한국인을 부러워하고 존경한다. 한국인은 특유의 단결력이 강점이다. IMF때 금모으기한 사건은 중국에는 큰 충격이었다. 개인빚도 아닌데 온 국민이 금 모으기를 위해 줄 서 있는 장면은 가슴 뭉클했다. 중국인은 이해관계에 철저하다. 헤어질 때는 모든 빚을 정리하는 등 이해관계가 철두철미하다. 정치에는 무관심하고 오직 돈 버는 데만 관심이 높다. 이것은 중국식 개인주의다.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를 동행했다. 톈진에 있는 모토로라와 삼성공장을 방문했는데 이들은 톈진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한국 상품의 경우 품질은 좋지만 AS에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이것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가오수이전(高秀珍) 주필=중국 최대의 관광특구인 하이난을 취재했다. 하이난은 중국 7대 관광지중 하나이자 중국 전 인민의 휴양지로서 각광받고 있는 지역이다. 한때 개발붐이 꺼지면서 불꺼진 경제특구로 전락했지만 재도약을 위한 삽질로 활력을 되찾고 있었다. 하이난은 연간 5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프로젝트로 중국 본토와 하이난을 뱃길로 연결하는 이른바 ‘도해(渡海)’프로젝트와 종합레저타운 건설이 한창이었다. 자본주의 체제를 최대한 받아들이고 있는 하이난은 중국의 중요한 관찰대상지이자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서부대개발의 현장을 가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국의 언론에서 중국의 숨겨진 지역과 명품이 있는 곳을 많이 소개했으면 좋겠다.
▲쑨난(蓀南) 기자=공동취재단중 막내였다.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지만 한국 기자들의 질문이 날카로웠고 시기적절했다. 임기응변에도 뛰어났다. 특히 영어와 일어 등에 능통했다. 중국은 대국주의를 논하지만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취재지역이었던 저장과 산둥은 중국이 자랑할 수 있는 지역이다. 저장은 사영기업이 중국내 최대이자 소상품 천국이다. 자기만의 특색있는 공업으로 중국내에서 가장 잘 사는 지역으로 발전했다. 산둥도 불과 10여년만에 중국경제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거듭났다. 서부대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들 지역은 하나의 표본이 될 것으로 본다.
▲장메이위 부장=만물잡화점식 통역을 하면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 특히 경제용어나 수치에 대한 서로간의 이해와 요구가 달라 곤욕을 치렀다. 중국측 취재협조가 잘 됐다. 부시장 등 중국 관리들이 토요일과 일요일도 잊은 채 인터뷰에 응해줬다는 사실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만큼 한국의 경제력을 주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크고 넓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어설프게 중국을 이해하려 하지 말자. 중국도 한국이 작은 나라지만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운동화끈을 질끈 동여매야 할 것이다. 한국을 배워야 한다.
▲양보 주임=Mr WTO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붙여줘서 쑥스럽다. 사실 중국은 WTO가입과 2008베이징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WTO가입은 완전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중국은 전자·기계·자동차·농업부문뿐만 아니라 금융·서비스부문의 경우 외국과의 경쟁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WTO가입을 계기로 중국은 더욱 단련되고 개혁은 한층 빨라질 것이다. 경제·사회의 구조조정을 가속시켜 중국의 선진국 진입을 실현시킬 ‘제2의 개혁·개방’이 될 것이다.
▲장인영 부장=현재의 중국보다 10년후의 중국이 열배 더 무섭게 느껴진다. 중국의 변화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닌 현실이 됐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최대의 변수로 부상했다. 중국전문가들은 이같은 중차대한 문제에 대처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3∼5년에 불과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성공적인 대중국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중국정부와 기업의 개혁·개방에 대한 열정과 각 지방정부의 독특한 경제환경·문화 등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리얼량 사장=이번 취재를 계기로 양사는 오는 3월25일부터 29일까지 ‘2002 한·중 투자포럼’을 서울에서 개최한다.
중국 16개성에서 모두 14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미 하이난과 톈진, 베이징 등에서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방한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투자프로젝트를 통해 한·중 경제협력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기대한다.
【베이징=
kubsiwoo@fnnews.com �{조정호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