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후계경영 체제 구축이 더욱 가시화 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까지 동반해 가속도가 붙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후계체제 구축을 서두르는 것은 향후 노무현 정부에서 지배구조나 상속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당선자가 ‘재벌 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집단소송제 등 강력한 대 재벌정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서열 1위인 삼성의 경우 지난 17일 임원인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35)를 상무로 승진시킴으로써 경영권 승계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이 상무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해외사업장을 돌아보고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도 활발한 접촉을 갖는 등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러나 당초 재계에서는 상무보 직함을 단 지 2년이 넘었고 앞서 현대차가 정의선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이 상무보도 최소한 전무급 이상으로 승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LG도 지난해 12월 단행한 인사에서 구태회 창업고문의 장남 구자홍 LG전자 부회장(57)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한편, 허씨 가문의 ‘수장’ 격인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건설부문에서 허명수 상무(48)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구·허씨 지배체제를 강화했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8월 타계한 허준구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허창수 회장의 동생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몽구 회장의 장남 의선(33)씨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겸 기아차 기획실장을 맡게 된다.
또 정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기아차 전무(43)는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전무(35)도 부사장에 올랐다. 정 회장의 동생 고 정몽우 씨의 아들인 정일선 비앤지스틸 전무(33) 역시 부사장으로 직급을 한 단계 높였다.
이에 앞서 현대백화점은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장남 지선(31)씨를 지난 1일자로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월 현대백화점 부사장으로 승진한지 1년만에 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사실상 회사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이밖에 동아제약도 지난해 말 고 강중희 창업주의 손자인 강문석 부사장(42)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해 3세 경영체제를 갖췄으며 효성 조석래 회장의 세아들인 조현준(35) 전무, 조현문(34) 상무, 조현상(32) 이사도 오는 2월로 예상되는 인사에서 승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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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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