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도입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에서는 재건축 시공·설계자 선정 등의 업무 대행을 맡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옛 재건축 컨설팅업체)의 기능이 크게 강화된다.
그러나 정비사업전문업체들의 늘어난 역할에 비해 업체 설립에 관한 자격요건이나 지속적 관리 체계가 미흡해 당초 기대는 커녕 부실 정비사업전문업체들의 난립 등 예상밖의 부작용마저 우려된다.
◇정비사업전문업체 자격 요건 약해=주거환경정비법은 정비사업전문업 제도를 도입했다. 오는 7월부터는 시공사 선정이 사업승인 이후에 가능해짐에 따라 전문지식이 없고 사업비 조달이 불가능한 조합을 대신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를 두도록 했다. 정비사업전문업체는 조합설립 업무를 비롯해 사업성 검토, 사업시행인가 등을 대행한다.
그러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은 당초 강행규정에서 임의규정으로 바뀌면서 완화됐다. 당초 개인 및 법인 모두 자본금 10억원 이상으로 한 기준도 개인 10억원, 법인 5억원 이상으로 기준이 약화됐다. 최소 전문인력 기준도 당초 7∼10인 이상에서 5인 이상으로 완화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비법 시행령에서 정한 정비사업전문업체 자격 요건 기준이 약해 함량 미달의 컨설팅 업체가 난립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앞으로 정비업체가 재건축 사업성 검토를 비롯해 사업추진의 기본 작업을 맡게 되는 만큼 자격 요건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영 컨설팅업체인 경우 최소한 현재 재건축 컨설팅을 맡고 있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감정원의 재건축 컨설팅 담당 부서 인력수준은 돼야 공신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의 기준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건축 컨설팅 업무를 수행해 온 주공 도시개발사업단은 15명, 한국감정원 재건축사업팀은 20명선이다.
◇정비업체 관리 기준 헛점 많아=일단 시행령에 기준해 정비사업전문업체가 등록됐다 하더라도 정비법 시행령상 지속적 관리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비법에서는 ▲등록시 기준에 미달한 때와 ▲정비업체가 고의 또는 과실로 조합과 체결한 총계약금액의 3분의 1이상의 재산상 손실을 끼친 때 ▲업무 감독상 필요시 보고�^자료제출을 하지 않거나 허위로 한 때 또는 조사나 검사를 거부하거나 방해·기피한 때 ▲분기별로 사업추진 실적을 해당 시·도지사에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한때 또는 조사나 검사를 거부하거나 방해·기피한 때에 정비관리업체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시행령에서는 ▲정비업체가 법인인 경우 시공사와 계열사 관계인 때와 ▲정비사업업체가 시공사에게, 시공사가 정비사업업체에 자본금을 출자한 겨우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금지토록하고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전문업체에 대한 실질적 관리가 어렵다는게 업계 지적이다.
한국감정원 전창남 재건축사업팀장은 “정비사업전문업체 등록시 기준이 유지되는 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정비업체에 대한 지속적 관리 감독이 가능한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비법 시행령은 또 철거업체나 설계·회계업체인 경우 정비사업 업무병행을 금지하고 있으나 출자 등을 통해 사실상 정비전문업체관리업을 하는 경우 적발하기가 쉽지 않는 등 헛점이 노출돼 있다.
SK건설 장태일 상무는 “시행령 도입에 따라 앞으로 정비업체전문업체가 시공사·설계자 선정 업무를 대행하는 등 막강한 사업 재량권을 휘두르게 되는 반면 이에 적용되는 기준은 미흡하다”며 “기존 재건축 컨설팅 업무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재건축 사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현 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무는 정비사업전문업체의 무리한 과다 재건축 수주를 막고 효율적 사업관리를 위해 “자본금 등을 기준으로 수주물량을 일정 수준 통제하는 ‘쿼터제 수주’방안 등이 대안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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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fnnews.com 전태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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