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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이중계약서 단속’ 약효


이중계약서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본격화되면서 실거래가로 거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송파구 등 강남일대에서는 매수자를 중심으로 이중계약서를 기피하는 사례가 정착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계약이 진행중인 매도자와 매수자간 실랑이가 벌어지는 부작용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반면 실수요자가 많은 강북권에서는 수십년간 관행처럼 굳어져 온 이중계약서 단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지역적인 인식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23일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에선 지난해 1월 1억9000만원을 주고 송파구 가락동 극동아파트 24평형을 매입했던 김수종씨가 최근 매도계약을 앞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매수자가 향후 양도세 부담을 우려해 ‘다운계약서’ 작성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그동안 1억원이 올랐지만 김수종씨가 매입할 당시의 (다운)계약서 상에는 불과 1억2000만원으로 등재돼 있다. 김씨는 실제 아파트가격 상승분인 1억원에 해당하는 양도세 외에 계약서 상의 차액에 따라 꼼짝없이 7000만원에 대한 양도세 2000만원 이상을 더 물게 될 판이다.

◇일선 중개업소 거래 동향=강남권은 대체로 정상적인 매매계약서 작성 풍토에 ‘순응하는’ 분위기다. 워낙 부동산투기에 대한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탓도 있지만, 매수자의 입장에서도 향후 매도시 양도세 중과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금의 규모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여유층의 자존심도 한 몫 하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귀띔이다.

강남구 대치동 강남공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매수자 입장에서 다운계약서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중개업소에서도 되도록 실거래가 거래를 종용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위치한 리치웨이 공인 관계자도 “여유층이 많은 탓인지 굳이 불안에 떨면서까지 탈세하려는 사람들은 드물다”며 “또 이미 지난해부터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의 80∼90% 수준에 육박해 있어 웬만하면 정상적인 세금을 내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북권은 아직 반응이 더딘 편이다. 성북구 길음동 공인 관계자는 “수십년 동안 굳어져 온 이중계약서를 하루아침에 그만두기는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여전히 다운계약서를 원하는 상황에서는 단속에 걸려도 지금처럼 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원구 중계본동 대정공인 관계자도 “아파트 한채가 고작인 실수요자들의 입장에서 관행을 깨고 막대한 세금까지 걷어가면 거래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모든 국민을 범법자로 몰고 가는 단속은 지나친 조치 아니냐”고 되물었다.

◇부작용도 속출= 과거 아파트 매입시 다운계약서에 동의했던 매도자들은 늘어난 세금부담에 곤혹스러운 처지다. 특히 이들 중에는 다운계약서 외에 실제 거래가격이 적힌 본계약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다반수여서 거래증빙에도 애를 먹고 있다. 마철현 세무사는 “다운계약서 문제로 상담해오는 매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매도자들 중 상당수는 실제 거래가액을 증빙할만한 서류가 없어 고스란히 세금을 떼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다운계약서를 희망하는 실수요자들과 중개업소와의 마찰도 문제점이다.


◇전문가 반응 =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중계약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수긍하면서도 대안책에 보다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김부원 회장은 “오랜 중개업계의 모순된 관행을 제대로 잡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면서도 “실수요자들에게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는 취득·등록세와 양도세율을 낮춰 투명한 거래가 되도록 유도하는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마철현 세무사는 “뿌리 깊은 이중계약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속 일변도의 일회성 정책보다는 투명한 거래관행이 정착되도록 우선적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sunee@fnnews.com 이정선기자